2월의 좋은 어린이 책 <거짓말하는 어른>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송미경(동화작가, 청소년소설가)

 

거짓말하는 어른  김지은은 무거운 이야기는 가볍게, 힘센 이야기는 부드럽게, 불안한 이야기는 손을 잡고 다독이며 들려줄 줄 아는 사람이다. 조곤조곤 그녀가 하는 말을 따라 가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아주 깊은 곳까지 내려가 있다. 김지은은 동화를 무정형의 물질로 인식하기 때문에 어떤 견고한 틀이나 편견 없이 직접 동화 속으로 뛰어들어 발을 담근 뒤 우리를 부른다. 특별한 장치나 도구 없이도 어린이의 세계를 오갈 수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우리는 사랑하고 기대한다.
불안과 결핍을 귓속말로 해소시키는 그녀의 화법은 골목길에서 우리의 이름을 불러내며 놀자고 외치던 어린 시절의 친구를 재현한다. 내가 읽어봤는데 말이야, 라고 우리의 귀를 간질이던 친구의 목소리로 그녀는 동화에 숨겨진 비밀을 자기 목소리로 들려주는 것이다. 부드러운 것들이, 작은 것들이,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는 쓸모없는 것들이 이 불안한 세계를 이길 힘이라는 것을, 마침내 우리가 이야기를 통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터득하게 한다. 진실을 말할 때와 비밀을 털어놓을 때는 수식이 필요 없다는 것을 김지은의 놀이를 통해 우리는 몸으로 겪는다.
오랜 시간 이 책을 기다려온 한때 어린이였던 모든 어른들에게 이 책은 비밀스러운 동화의 세계로 다시 몸을 밀어 넣게 하는 부름이 될 것이다. 언제라도 내가 네 손을 잡아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면서도 팔목을 세게 끌어당기지 않을 거짓말 잘하는 김지은을 통해 우리는 이 땅에 숨겨져 있는 비밀들을 파헤칠 용기를 얻고 동화의 실체에 다가갈 구실을 얻는다.
동화와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한 어른의 귓속말을 들을 시간이다. 이 순전한 거짓말의 질서만이 우리 모두가 가진 불안을 해소시키는 은밀한 놀이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에겐 동화를 통해 우리가 함께 채워나갈 구멍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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