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좋은 어린이 책 <뼈로 푸는 과학: 공룡뼈>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진영(‘대중을 위한 고생물학 자문단’ 독립 연구원, <공룡열전> 저자)


고생물학은 화석, 그러니까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아주 오래 전에 살았던 생물이 남긴 흔적을 연구하는 과학 분야다. 다시 말하자면, 공룡과 같이 오래된 동물의 뼈와 발자국, 똥 등을 연구하는 아주 지저분한 학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저분해 보이는 것들을 통해 고생물학자들은 옛날의 지구환경이 오늘날과 얼마만큼 달랐는지, 옛날에는 어떤 생물들이 살았는지,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 알아낸다. 예를 들어, 공룡의 발자국을 연구하면 공룡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걸어 다녔는지를 알 수 있으며, 매머드의 똥을 연구하면 매머드가 옛날에 뭘 먹고 지냈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중 가장 중요한 과거의 흔적을 고르라면 나는 뼈를 고를 것이다. 왜냐하면 뼈를 연구하면 우리는 과거에 살았던 생물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직접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손가락이 몇 개였는지, 초식공룡 트리케라톱스에게 뿔이 과연 있었는지, 그리고 목긴공룡 디플로도쿠스의 목이 얼마만큼 길었는지에 대한 것을 발자국이나 똥의 흔적만으로 과연 알아낼 수 있었을까?
뼈는 단순히 공룡의 손가락이 몇 개였고, 꼬리가 얼마만큼 길었는지에 대해서만 알려주지 않는다. 그 생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뿐만 아니라, 과거에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이 살았는지도 알 수 있게끔 해준다. 우리들이 육식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와 알로사우루스를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도 이 두 공룡의 뼈가 다르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렇듯 뼈는 고생물학을 연구하는 사람, 특히 공룡, 익룡, 해양파충류, 매머드 등의 척추동물을 연구하는 척추고생물학자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중에는 고생물학자의 꿈을 꾸는 어린이들이 티라노사우루스나 트리케라톱스의 뼈에 대해 읽어볼 만한 책이 거의 없다. 대부분 화가의 상상에 의해 그럴싸하게 복원된 그림만 있을 뿐. 그래서일까, <뼈로 푸는 과학: 공룡뼈>는 마치 미래의 고생물학자가 될 어린이들에게 찾아온 혜성과도 같은 존재다.
이 책은 다른 어린이용 공룡 책처럼 가나다순이나 지질시대별로 공룡과 과거 생물들을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선사시대를 대표하는 몇몇 공룡, 익룡, 해양파충류, 그리고 빙하시대의 포유류들을 뽑아 분류군별로 정리했다. 이러한 구성은 책을 읽는 어린이로 하여금 티라노사우루스와 트리케라톱스, 스테고사우루스, 안항구에라, 오프탈모사우루스와 같은 과거 생물들이 어떻게 분류가 되는지, 그리고 어떤 해부학적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쉽게 이해하게끔 도와준다.
이 책에는 새를 포함한 공룡 15종류, 익룡과 해양파충류 3종류, 그리고 화석포유류 2종류의 멋진 골격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놀라운 것은 이 골격그림들이 모두 세계의 유명한 자연사박물관에 실제로 전시되어 있는 골격들이라는 사실이다. 세계의 유명한 공룡 뼈들을 한자리에 모아놨으니, 공룡을 좋아하는 어린이에게 이보다 더 훌륭한 화보집은 없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한글로 쓰인 책처럼 본문이 술술 읽힌다. 이 책을 번역하신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이정모 관장님은 빙하시대의 동물을 연상시키는 덥수룩한 수염과 스테고사우루스와 같은 볼록한 배를 가지신 분이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을 번역하는 데에 있어서 최적의 외모를 가지셨다. 게다가 이 책의 본문은 모두 대화체인데 그래서일까, 마치 실제로 박물관장님과 함께 박물관을 천천히 산책하며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들게끔 해준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하나 꼽으라면, 이 책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것이다. 만약 이 책을 내가 어렸을 때에 봤더라면 나는 지금보다 훌륭한 고생물학자가 되었을 텐데. 그래도 지금이라도 나온 게 어딘가! 이 책을 보고 자란 어린이 중에는 분명히 미래의 과학계를 뒤집을 인재들이 있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어느 유명한 고생물학자가 텔레비전에 나와서는 “제가 어렸을 적에 <뼈로 푸는 과학: 공룡뼈>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하하하!”라고 말하는 모습이 상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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