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장영실 아저씨네 발명 만물상>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예영(동화작가)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과학 위인이 나의 멘토가 되어 과학 지식을 전해 주고 고민거리를 해결해 준다면 어떨까?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나 과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속이 울렁거리는 학생의 귀가 모두 쫑긋해질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더구나 그 주인공이 조선 시대 세종대왕 때 우리나라의 천문학 수준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린 우리나라 대표 과학자 장영실이라면?
《장영실 아저씨네 발명 만물상》은 이런 재미난 발상을 이야기로 풀어낸 과학 동화이다. 과학 동화라고 해서 딱딱한 과학 이론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면 절대 오산!
동화 속에서 장영실은 주머니가 잔뜩 달린 조끼를 입고 짐칸에 가방을 주렁주렁 매달은 세발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길가에 버려진 고물 선풍기를 주워 담는 고물상, 아니 만물상 아저씨로 등장한다. 아저씨는 어느 동네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고 친근한 모습이지만 알면 알수록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다. 천체를 관측하는 간의와 혼천의는 물론이고 해시계며 측우기며 활자까지 뚝딱뚝딱 만들고, 그 원리를 설명하는 데도 막힘이 없다. 또 ‘착한 기술과 착한 디자인’이라는 알쏭달쏭한 수업도 한다.
값비싼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을 좋아하고 그런 유명한 디자이너로 성공하는 게 꿈인 주인공 진샘이는 실용적인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꿈이라는 보영이를 따라 장영실 아저씨를 만난다. 그런데 진샘이는 장영실 아저씨의 수업이 영 의문스럽기만 하다. 디자인을 공부하려면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는 말도 이해할 수 없고, 이 세상에 착한 기술이니 착한 디자인이 있다는 말은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하지만 아저씨가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어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멋스러운 발명품들과 그 발명품들을 만든 이유를 들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이제까지 가졌던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 간다. 기술과 디자인에는 사용하는 사람을 배려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야 한다고…….
우리가 이 동화를 읽으며 주목할 부분은 바로 장영실 아저씨가 ‘적정 기술’의 철학을 가지고 직접 실천하는 발명가라는 점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적정 기술은 가능한 적은 재료비로 많은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과학 기술을 말한다. 전기 에너지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아프리카의 가난한 시골 사람들이 전기 없이도 음식을 신선하게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항아리속 항아리 냉장고’, 오염된 물 때문에 죽어 가는 사람들을 위해 빨대에 필터를 끼워 만든 휴대용 정수기 ‘라이프 스트로우’, 먼 길을 걸어서 먹을 물을 길어 와야 하는 이들을 위해 운반이 편리하도록 고안된 물통 ‘Q 드럼’ 등이 적정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발명품들이다. 이것들은 아프리카라는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여 그들에게 꼭 필요하고, 쉽게 배워 사용할 수 있고, 더 이상 돈을 들이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가 되며, 환경도 파괴하지 않는다는 여러 가지 이점을 담아 만들어졌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쓸 때, 조선 시대에 각종 기구를 만들어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한 장영실이라면 지금 우리 곁에 살아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은 낙후된 지역이나 소외된 계층을 배려한 착한 발명품으로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을 거라고 상상했다고 한다.
과연 50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거슬러와 우리 앞에 나타난 장영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사람을 위한, 마음을 담은 발명을 했다. 그 안에는 착한 기술과 착한 디자인이 들어 있었다.
작가의 의미 있는 상상이 만들어 낸 《장영실 아저씨네 발명 만물상》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 준다. 너무 많은 것들을 풍요롭게 누리고 있기 때문에 자칫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지구촌 이웃의 어려움, 그 어려움을 알면서도 내 일이 아니니 상관없다고 넘어가는 이기심, 어쩌면 우리도 지나친 낭비 속에 언젠가는 같은 어려움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동화 한 편이 주는 여러 가지 고민거리가 너무나도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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