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내 인생의 알파벳>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영주(풀빛미디어 편집장)
산을 오를 때는 얼마나 높은 산을 오르는지 모를 때가 있다. 빽빽한 숲의 맑은 공기를 마시고, 산새 소리에 귀 기울고, 발아래 이름 모를 꽃을 구경하다가 드디어 가파른 바위를 기어올라 정상에 서면 확 트인 시야에 놀라게 된다. 어느새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왔던가!
이 책도 그런 면이 있다. 끝까지 다 읽고, 내용을 돌이켜보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불우한 상황의 소녀가 떠오른다. 하지만 책을 연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사춘기 소녀의 위트와 사랑이 가득하다.
“제가 엄마를 위해 특별 음식을 만들었어요. 엄마의 기분이 좀 좋아지라고요.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려고 제가 재료도 다 샀고 3시간 걸려서 요리했어요.”
살짝 과장해서 말했지만 그래야 할 상황이었다.
(중략)
“그렇지만 내가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온기가 우리 가족을 떠나 버리기 전에 (……) 미국 사람들은 생명과 자유, 그리고 행복 좇기를 좋아한다고 알고 있어. 혹시 네가 행복을 좇아서 행복을 찾았다면 그 방법 좀 알려줘.”
주인공 캔디스는 주위에 행복할 거리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학교에서는 모자란 아이라고 친구들에게 - 평소 자신이 동경하던 친구한테도 - 놀림당하고, 늘 우울한 엄마는 어두운 방에만 앉아 있다. 먹고살려고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아빠는 무선조종기에만 관심이 있다. 심지어 펜팔 친구조차 답장이 없다.
“문제 가정이라는 말을 아는지 모르겠다. 바로 우리 집 얘기다.”
캔디스는 자신의 집을 문제 가정이라고 스스럼없이 표현하지만 유일한 친구 더글라스처럼 다른 차원에 사는 자신을 꿈꾸지 않는다. 이 책은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은 암울한 환경을 바꾸려는 열두 살 소녀의 노력이 담긴 성장소설이다.
이 책의 가슴 아픈 소재 중 하나는 영아돌연사증후군이다. 병력이나 현장조사로 설명이 안 되는 영아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뜻한다. 발생하는 사례의 85%가 생후 2~4달 사이에 일어나며, 생후 6달 미만 영아에게서 나타나는 것이 95%이다. 캔디스의 여동생 스카이도 안타깝게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 세상을 떠난다, 캔디스의 방에서. 이때 캔디스의 나이는 여섯 살, 모두 캔디스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지만 캔디스는 이후 입을 닫았다. 캔디스는 동생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도, 스카이의 눈동자 색도, 마지막 모습도 또렷이 기억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그것이 부모의 슬픔을 덜어주지는 못했다.
호주의 유명 아동문학가 배리 존스버그는 ≪내 인생의 알파벳≫으로 2013년 호수 어린이평화문학상, 2014 빅토리아 프리미어 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여태껏 가족의 아픔을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이겨낸 작품을 만난 적이 없었다.
캔디스는 작문 숙제를 하려고 A(Assignment, 과제)부터 Z(Zero-hour, 결전의 시간)까지 자신을 소개하는 24개의 단어를 선택한다. 그 단어마다 행복한 가정을 열망하는 주인공의 상황과 행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80쪽이라 어린이 책치고는 두껍지만, 이 책의 재미에 빠지면 오히려 두께를 기뻐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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