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좋은 어린이 책 <할아버지의 코트>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효재(한복 디자이너, 보자기 아티스트)

 

낡고 볼품없는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마법
세상에 쓸모없는 것이 있을까요? 쉽게 버려져 마땅한 것이 있을까요?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무렴요!


나는 20년 넘게 한복 짓는 일을 하고 있어요. 한복집을 하셨던 어머니의 야무진 손끝을 물려 받은 덕분이지요. 그래서 오색 천과 바늘, 실꾸리를 곁에 두고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살아요. 내가 어린 시절에는 지금처럼 물질이 풍족하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나는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자르고 꿰매고 매만져서 뭔가를 만들어 내길 좋아했어요. 엄마의 뜨개 옷을 풀어 생긴 실로 동생의 옷을 떠 주고, 자투리 뜨개실로 생활에 필요한 소품을 만들고, 나뭇잎과 꽃으로 장식한 도시락을 동생들에게 싸 주곤 했어요. 그러면 하찮고, 오래되고, 볼품없던 것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변신을 해요. 생각을 살짝 바꾸니 이런 마법이 일어나더라고요. 내가 만든 것이니 특별하게 느껴지고, 소중히 다루게 되고, 그러다 보니 오래 간직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은 비싼 값을 치르고 산 물건에만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진정한 명품은 내가 만들고 가꾸는 거예요. 나는 어려서부터 가족의 추억이 깃든 것, 오래되어서 손때가 묻은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부지런히 몸을 놀리고 집안을 가꾸고 검소하게 생활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는지도 모르겠어요.


<할아버지의 코트>에 등장하는 할아버지는 여러모로 나와 닮았어요. 평생 실과 바늘을 곁에 두고, 깁고 꿰매는 손끝이 꼭 나와 판박이예요. 할아버지는 코트를 재킷으로, 재킷을 조끼로, 조끼를 넥타이로, 그리고 증손자의 인형으로 변신시키지요. 야무진 솜씨와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놀랍지만 코트라는 단순한 물건을 집안의 전통으로 만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자기 삶을 귀하고 가치 있게 가꾸는 것은 정말 자기 몫인 것 같아요.


나는 여러분에게도 자기 삶을 특별하게 가꾸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집 안을 한번 둘러보세요. 하찮고 오래된 것도 좋고, 쓰지 않는 자투리 천도 좋아요. 이런 재료로 필요한 것을 만들거나, 용도를 바꿔 사용해 보세요. 환경도 살리고, 검소한 삶의 자세도 익히게 될 거예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소하고 낡은 것이라도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예요. 그렇게 간직한 여러분만의 물건이 바로 명품이라는 것,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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