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국경을 넘어야 하나요?>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지혜(바람숲그림책도서관 관장)


둥근 달은 온 세상을 비춥니다. 달은 우리나라도 비추고, 이웃나라도 비추고, 지구 반대편 나라도 비춥니다. 이 그림책의 표지에, 그리고 책장을 열면 매 페이지마다 달이 둥실 떠 있습니다. 둥근 달도 있고 이지러진 달도 있습니다. 10살이면 아직 부모의 품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는 나이이지만 이 책 속 10살짜리 쌍둥이 물루와 차가이는 부모와 헤어져 달빛에 의지해 먼 길을 떠납니다. 물루와 차가이는 집에서 잠을 자다 폭격소리에 눈을 떠야 했습니다. 그리고 곧 부모를 떠나 단 둘이서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가야 했던 것입니다.


물루와 차가이가 몇 날 며칠을 걷고 또 걸어서 가는 여정은 어린 아이들에게는 일분일초가 힘겹고 무섭고 치열하기만 합니다. 어둠을 헤치고 걸어가는 밤길에서 두 아이는 사자와 하이에나를 만나고, 국경을 지날 때는 들짐승보다 더 난폭한 무장 군인을 만나지요. 그때마다 두 아이는 당차고 재치 있게 위기를 넘기고, 마침내 국경을 넘습니다.


힘겹게 찾아간 이웃나라 난민촌도 삼촌의 집도 두 아이에게는 온전한 위로가 될 수 없습니다. 부모님의 생사를 알 수 없으니 가슴을 졸이게 되고 이루 말할 수 없이 그립기만 합니다. 그동안 만난 여러 차례의 역경 속에서도 참고 아꼈던 주술사의 부적을 이번만큼은 사용해야 했습니다. 두 아이는 그립고 그리운 부모를 생각하며 주술사가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면서 건네 준 씨앗을 꺼내 번갈아 가슴에 살며시 올려놓습니다. 창문 밖으로는 이 책의 어느 페이지보다 커다랗고 둥근 달이 고향에서 부모님과 함께 잠자던 그날처럼 두 아이를 비춰줍니다. 이 달이 비추는 따사로운 온기가 지구촌 구석구석에 닿아 세상 모든 아이들이 부모 곁에서 따뜻하고 평화롭게 잠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10살짜리 아이들이라면.


이 이야기는 아프리카 북동부 에리트레아와 수단에서 태어나고 자란 난민 아이들이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더 간절하고 진한 감동이 전해집니다. 글을 쓴 타마르 베레트-제하비는 이스라엘 언어인 히브리어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이스라엘에 정착한 난민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난민 아이들과 2년 동안 만나면서 매주 한 번 진행되는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에게 각자의 이야기를 히브리어로 쓰게 하고, 그 다음 시간에 자기 이야기를 다른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네 아이의 이야기를 합쳐 물루와 차가이의 이야기로 새로 구성했습니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도 수업에 참여하여 난민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에 맞는 그림을 그려 나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림에서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색감이 흐릅니다. 또한 독특한 문양이 구석구석 배치되어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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