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역사가 된 팔만 개의 나무 글자>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원유순 (동화작가)


요즘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역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나마 어른들은 학교 정규 교육 과정에서 한국사를 필수로 공부하였지만, 현대를 사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그렇지 못했다.


이 책은 고려대장경에 관해 자세히 알려 주는 정보 그림책이다. 공교육에서 한국사를 공부했다는 나 역시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고려대장경에 대해서는 그저 팔만 개의 나무 경판에 새겨진 불경이라는 것과 경남 합천 해인사에 보존되어 있다는 정도의 상식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책을 통하여 고려대장경이 어떻게, 왜 만들어졌는지 자세히 알게 되면서 나의 얄팍한 한국사 수준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고려대장경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될 만한 가치가 있고,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겠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다른 역사책과 차별성을 갖는다. 아주 제대로 고려대장경을 자세히 소개했다. 대장경을 제작하게 된 시대적 배경과 경판을 만들게 된 필연적 계기, 고려대장경이 왜 당대 최고의 인쇄와 간행 기술을 보여 주는지, 거대한 경판을 만들면서 어떠한 역경과 고난을 겪어야 했는지 시간의 순서에 따라 서술되어,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그 밖에 고려 시대의 정치와 문화, 주변 국가의 정세 등을 살펴보게 구성되어 있다.


이런 내용들은 본문 속에 잘 녹아 있기도 하고, 더 자세한 것은 뒤에 부록을 두어 사진 자료와 함께 제시되어 있다. 간혹 어려운 말들은 각주를 달아 어린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흔히 어린이를 위한 역사책이라면 만화로 보여 주거나, 쉽게 동화로 풀어 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런 역사책을 읽을 때면 왠지 해야 할 말을 다 하지 못한 듯, 몇 퍼센트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다. 재미에 치중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재미를 배제한 채, 마냥 딱딱하게만 서술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화자가 된 팔만대장경이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입말체로 복잡한 역사적 사실들을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처럼 들려준다. 마치 친근한 벗이 자분자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역사를 모르는 어린이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글이 미처 말하지 못한 부분을 그림으로 보완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글과 그림의 적절한 조화가 따분하고 고리타분한 역사에 거부감을 덜어 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고려대장경에 대해서는 상식 수준을 넘어 전문가 수준으로 바뀔 듯하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나처럼 역사를 잘 모르는 어른들에게도 꽤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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