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좋은 어린이 책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강승임(코래듀 교육연구소 소장)


책, 읽어야만 알 수 있는 재미와 의미

보통은 익숙해지면 그 의미를 잊어버리기 쉽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인간이 하는 여러 가지 활동도 그렇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그 의미가 더해지고 풍요로워지는 게 하나 있다. 바로책읽기이다. 독서는 아무리 익숙해져도 처음 하는 것처럼 새롭고 즐겁다.


최은옥 작가의 신작,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는 이 자명한 진리를 담은 재미있고 귀여운 저학년 동화이다. 하지만 그 진리를 처음부터 공개하진 않는다. 주인공 꼬마 돼지로 하여금 찾아가게 만드는데, 그 과정이 엉뚱하면서도 진지하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면서 동시에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표지에서 책으로 똥을 닦으며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꼬마 돼지가 바로 주인공 레옹이다. 레옹이 사는 버드나무 마을엔 책이 아주 많다. 동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책을 사용하는데, 그 방법이 동물들의 특성과 맞물려 재치가 있게 그려진다. 뱀 할머니는 책으로 햇빛을 가리고, 곰 아저씨는 베개로 사용하고, 개구리 형제는 책을 세워 놓고 폴짝폴짝 뛰어 논다. 레옹은 똥을 닦고 말이다. 하지만 제대로 책을 사용하는 이는 없다. 그건 바로 읽는 것. 책을 읽는다면 사실 그 외의 다른 방법을 구할 필요가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럼 누가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버린 걸까? 레옹을 통해 밝혀지는 그는 공교롭게도 마을을 다스리는 시장님이다. 물론 레옹에 감정이입이 된 아이들은 일찌감치 시장님을 의심했을 테다. 의뭉스러운 웃음이 검은 속을 감추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아니나 다를까 알고 보니 시장님은 혼자서만 책읽기의 즐거움을 차지하고 마을 사람들이 책을 읽어 똑똑해지면 자기 마음대로 마을을 오래 다스리지 못할 것 같아 그랬다고 한다. 역시 아이들 동화라 시장님도 완전히 나쁜 인간은 아니었다. 마지막에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의 집을 도서관으로 만들어 모두에게 개방한다.


그럼 이제 버드나무 마을 동물들은 책을 읽기만 하고 다른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을까? 이건 책의 마지막 장에서 확인해 보기 바란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흐뭇한 결말을 기대해도 좋다.


책의 재미를 아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것밖에 없다. 책의 쓸모는 책을 읽었을 때 생긴다. 읽기 전엔 진짜 재미, 진짜 쓸모를 알 수 없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문화의 전수인데, 나는 책읽기를 깨우치는 것이야말로 그 진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이 만든 거의 모든 도구는 그걸 사용하는 순간 그와 같은 지위로 인간을 떨어뜨리는데, 책은 반대로 읽는 순간 인간을 한 단계 더 높여 주기 때문이다. 독서는 인간의 정신을 높이고 삶을 높이고 마침내 세상을 더 높이 바꾸는 힘이 있다.


아무리 책벌레인 아이라 하더라도 책읽기의 의미를 깨닫는 건 어렵다. 아이와 함께 읽고 우리 인류가 책을 발명하고 읽게 되면서 어떤 변화와 발전을 이룩했는지 더불어 얘기해 본다면 그야말로 수준 높은 독후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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