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세상을 바꾼 씨앗>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엄혜숙(그림책 서평가, 그림책 작가)


《세상을 바꾼 씨앗》은 아프리카 케냐의 환경 운동가이자 정치 운동가인 왕가리 무타 마타이(1940-2011)의 삶을 다룬 그림책입니다. 왕가리는 지속 가능한 발전과 민주주의, 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아프리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200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지요. 그렇다면 왕가리 마타이가 생각해낸 ‘지속가능한 발전’은 과연 무엇이고, 어떤 방법이었을까요?

 

그건 바로 나무 심기입니다. 《세상을 바꾼 씨앗》은 왕가리 마타이가 선택한 방법을 보여줍니다.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무화과 열매를 먹으며 행복했던 적이 있는 왕가리 마타이. 왕가리 마타이는 그 시절 아프리카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미국 유학을 가서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에서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활동 영역을 학교로 한정하지 않았습니다. 대기업과 한 편이 되어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하는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는 한편, 자신의 소명으로 삼아 평생 했던 일은 바로 ‘나무를 심는 일’이었습니다. 나무 심는 일을 통해 점점 더 황폐해지는 케냐의 자연 환경을 보호하고, 케냐의 가난한 여성들에게 나무 심는 일을 하게 함으로써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던 것이지요. 이렇게 왕가리 마타이는 여성들이 중심이 되는 나무심기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평생 3천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다고 해요.

 

《세상을 바꾼 씨앗》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 대단한 데서 출발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내 주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 일을 하기 시작할 때, 그것이 곧 내 주변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참으로 감명 깊었어요.

 

《세상을 바꾼 씨앗》은 그림을 통해서도 많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처음에는 초록색이 가득한 화면이 나옵니다. 나무와 함께 동물과 식물, 사람이 어울려 사는 삶을 보여주지요. 그 다음에 점점 나무가 사라져 초록색이 얼마 없는 환경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화면은 나무가 없는 삶이 얼마나 삭막한지 잘 느끼게 하지요. 그러다가 나무를 심는 여성들, 나무와 함께 동물들이 평화롭게 사는 모습, 사람들의 풍요로운 삶을 보여줍니다. 《세상을 바꾼 씨앗》에서는 강한 색들을 통해 초록 나무야말로 우리들 생명체에게 그야말로 소중한 존재임을 잘 보여줍니다. 또, 아프리카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 스타일과 색채는 우리에게 문화의 다양성을 실감하게 하지요.

 

왕가리 마타이는 전 생애를 걸쳐 배우고, 또 자신이 알게 된 것을 실천했습니다. 어릴 때 엄마를 통해 나무는 모든 생명에게 쉴 곳과 먹을 것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배우고, 학교에서 동식물과 인간이 닮았다는 것을 배우고, 외국에 가서 생물학을 공부하면서 여성도 과학자도 될 수 있고 대학 교수도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요. 또, 세 아이의 엄마가 된 다음에는 다른 엄마들, 여성들과 함께 동물과 식물,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나무를 심고 가꿉니다. 왕가리 마타이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남자들만의 몫이 아니라, 여자들의 몫이기도 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른이나 아이나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테니까요. 나무를 사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게 곧 내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나무가 점점 푸르러가는 요즘, 나부터, 내 주변부터 작은 평화의 씨앗을 심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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