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 책 <풋사랑>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윤경(편집자)

 

세상 모든 아빠들에게 가장 끔찍한 순간은 처음으로 딸에게 “아빠, 나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어”라는 말을 듣는 순간이 아닐까. 하지만 아빠보다 더 충격이 큰 사람은 다름 아닌 엄마일 테다. 잠도 같이 자고, 목욕도 같이 하고, 절대 비밀이라던 친구의 이야기도 엄마에게만큼은 재잘재잘 털어놓더니 정작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애는 누구인지 ‘안 알랴줌’이라니,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린 기분이 들지 않을까.


<풋사랑>은 처음으로 이성 친구를 좋아하게 된 초등학생 딸의 설렘과, 그런 딸의 변화를 바라보는 엄마의 호기심 섞인 아쉬움을 섬세하고도 경쾌하게 그려낸다. 수학 익힘책에 등장한 친구 이름을 보다가 우연히 친구의 비밀을 엄마에게 발설하게 된 은교는 얼결에 자신도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있음을 털어놓게 된다. 동화 작가 지망생인 만큼 아이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친구 같은 엄마라고 자부하던 은교 엄마는 딸 은교가 좋아하는 남자아이 이름을 끝까지 알려주지 않자 살짝 마음이 상한다. 그렇지만 기분 나쁘게 추궁하거나 뒷조사(?)하지 않고 탐정놀이를 통해 은교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조금씩 딸의 비밀에 접근한다.


항상 엄마만 사랑한다던 아이가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자기만의 세계로 발을 내디딘다. ‘너는 언제나 내 손바닥 안’이라며 자신만만하던 엄마는 그런 아이의 모습이 당황스럽고, 배신감마저 든다. 하지만 아이 역시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는 일은 신기하면서도 낯설고, 두렵기까지 하다. 이성 친구를 대하며 처음으로 느낀, 알 수 없는 두근거림과 기쁨과 슬픔의 복잡한 감정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다. <풋사랑>에서는 낯선 감정을 겪는 아이의 심리와, 그 감정을 무시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함께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에게는 처음 겪는 사랑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엄마에게는 진짜 ‘친구 같은 부모’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속 깊은 동화다.


또 하나의 재미. 은교가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찾아내기 위해 은교 엄마가 생각해낸 ‘탐정놀이’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만들어주는 양념의 역할을 넘어서는,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정교한 장치다. 마지막 장에서 은교의 ‘그 애’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나면, 은교 엄마가 동화를 쓰면서 왜 그렇게 등장인물의 이름에 공을 들였는지, 왜 이 책의 삽화는 요리 웹툰으로 유명한 만화가 조경규의 그림이어야 했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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