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좋은 어린이 책 <문화재 이름도 모르면서>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조선희(제주문화예술재단 기획팀장)

 

우선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확 당긴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질문 또는 자신을 소개할 때 가장 먼저 하게 되는 말이 바로 ‘이름’이 아니던가. “문화재 이름도 모르면서~”하며 약간 삐친 듯 뒤돌아 앉은 석굴암 본존불 등판에 작가의 이름표가 붙어 있는 표지를 보면서 배시시 웃음이 났다. ‘난 이름 정도는 안다고~’ 하는 약간의 만만함과 함께 ‘내가 알고 있는 이름이 정말 맞는 걸까?’ 마음 가득 피어오르는 호기심은 마지막 장까지 책을 즐겁게 읽어나가는 힘이 된다.

 

사실 역사 공부만큼 좋고 싫음이 분명히 나뉘는 분야도 드물 것이다. 연표를 외워야 하고, 시대마다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을 알아야 하고, 그 많은 문화재의 특징과 내력을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특히 문화재 이름들은 어찌 그리 길고 복잡하고 어려운지 일단 거리감부터 생겼을 터이다. 그러나 원리를 터득하고 나면 이해와 응용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법. 이 책에서 보여주는 문화재 이름 짓기의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이보다 더 적절한 이름은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예컨대 ‘청자상감모란당초문표형주자’, 읽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는 이 이름을 어찌 쉽게 머릿속에 넣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 책에서 일러준 대로 <빛깔이나 재질+무늬 넣는 기법+무늬 종류+그릇 모양> 순서대로 지어진 이름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어보자. 푸른색의 자기인데, 상감기법으로 모란과 당초무늬를 넣은 표주박 모양의 주전자로군. 세상에나, 너무 쉽게 알 수 있다. 그에 따르니 ‘백자청화매조죽문유개호’라는 어렵디 어려운 이름 역시 청화 기법으로 매화와 새와 대나무 무늬를 넣은, 뚜껑 달린 백자 항아리라는 것을 금세 눈치 챌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으니 이름만 들어도 얼추 모양새가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는 기쁨이 더해지는 이유이다.

 

또 하나 이 책의 매력은, 어른들도 헷갈리기 쉬운 여러 가지 이름의 쓰임새를 사진이나 그림을 곁들여 찬찬히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궁궐에 가면 어떤 건물은 전(殿)인데, 어떤 건물은 재(齋)요, 또 어떤 것은 헌(軒)이라 씌어 있는 것을 보고 의아했던 기억이 있을 법하다. 무덤 이름도 마찬가지여서 어떤 무덤은 총(塚)인데 또 다른 것은 분(墳)이라 하니 왜일까 궁금했던 분들에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는 길라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표의문자인 한자에 썩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과 함께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이름에 숨은 원리와 뜻을 같이 풀어본다면 새록새록 옛 추억이 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빗살무늬로 빚은 그릇’이라는 뜻의 ‘즐문토기’는 우리 어린 시절 국사 시간에 배우면서 입에 쉬 붙지 않아 마치 외계어나 다름없었던 이름이 아니었던가. 그뿐인가. 앙부일구는? 자격루는?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비는?

 

이름만 들어도 어떤 모양새인지, 무슨 쓰임새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 역사와 문화재 사랑이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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