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좋은 어린이 책 <설탕>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오세란(어린이청소년문학 평론가)

 

설탕의 달콤함에 녹아 있는

노동자의 땀내 나는 짠맛과 자유의 의미
1870년 미국 루이지애나 주 사탕수수 농장, 노예 해방이 선언된 지 5년이 지났지만 흑인들은 여전히 가난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흑인 소녀 슈거는 노예 생활에서 벗어난 후에도 가난한 노동자가 되어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며 이전과 다름없이 살아가는 어른들을 보며 자유는 제도나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내면의 용기에서 비롯됨을 깨닫는다.

 

이 작품이 귀한 이유는 아메리카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인 동양인 이주 노동자의 이민 역사를 고스란히 복원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 책은 중국인 노동자가 사탕수수 농장에 이주하여 흑인 노동자와 함께하는 전 과정을 보여준다. 책 속에 등장하는 중국인 이민자들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역사다. 인종을 떠난 흑인 노동자와 중국인 노동자의 어울림은 힘든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우정이다. 때로 사람들은 노동자를 ‘세상의 소금’이라 일컫는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설탕의 달콤함에 녹아 있는 노동자의 땀내 나는 짠맛을 느낄 수 있다. 흑인 소녀 슈거와 백인 농장주의 아들 빌리와의 우정 또한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어른들이 만들어 낸 사회 제도 때문에 온전한 관계마저 무너져 가는 비인간적인 상황에서 아이들이 만드는 순수한 우정은 인간의 본성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되새기게 해 준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이 많다. 이들의 모습이 그려진 작품은 환상적이고 달콤한 이야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어떤 진실이 담겨 있다. “전혀 모르는 나쁜 일보다 이미 알고 있는 나쁜 일이 낫다”며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합리화하는 농장 어른들 틈에서 자신의 힘을 믿고 모험을 선택해 앞으로 나가는 고아 소녀 슈거의 성장을 통해 독자들도 진정한 자유의 의미와 용기를 배울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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