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좋은 어린이 책 <너도 화가 났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윤진(동화작가 겸 어린이책 편집자)

 

요즘 기사를 보면 온통 뿔난 사람들 얘기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어린이집 폭행 사건 등 해외 토픽에서나 구경할 만한 소재들이 넘쳐난다. 그런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서점에는 ‘화’에 대한 책들이 쏟아진다. 어린이 책들도 예외는 아니다. 화를 잘 참는 방법, 화가 났을 때의 대처법을 알려 주는가 하면, 화난 친구에 대한 대응법까지 무궁무진하다. 한국인이 가장 잘 걸리는 병이 화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화를 잘 참던 우리였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화를 참고 참다가 결국 분노 조절 기관이 삐거덕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껏 화를 참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했다. 삐져나오려는 화를 꼭꼭 숨겨 놓고 아무렇지 않은 척 예쁘게 포장해 왔다. 하지만 이 책이 그런 생각에 질문을 던진다.


“화를 내는 게 나쁜 거야?”


톤 텔레헨이 짓고, 마르크 부타방이 그린 《너도 화가 났어?》. ‘화’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 열두 가지가 담긴 이 책은 조금은 엉뚱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다양한 동물 친구들이 화가 난 이유를 듣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또 갸우뚱하기도 한다. 마치 화난 사람을 볼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화난 사람의 입장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도대체가 종잡을 수 없기도 하듯이…….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화’의 존재를 숨기지 않는다.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화가 나는 이유가 그리 대수로운 일도 아니다. 해가 진다고 화내고, 나무에 잘 오르지 못하는 자신이 싫어서 화를 낸다. 서로 자기가 더 화났다고 다툰다. 게다가 상황에 맞게 화내는 방법을 알려 주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숲에서 ‘화’가 사라진다. 날마다 별일도 아닌 일에 마음껏 화를 내던 동물들이 화내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이다. ‘화’가 사라진 숲 속은 평화로워졌을까? 동물들은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발을 밝혔을 때 고마워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아니면 행복한 기분이 들어야 할지 몰랐으니까.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건 하나다. 화를 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 누구나 화를 낼 수 있고, 화나는 이유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것. 우리가 갖는 수많은 감정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 독자들이 자기감정을 잘 알고, 솔직하게 표현하도록 이끈다. 그렇다고 자기감정 챙기기에만 급급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훌륭한 삽화가 한몫하기 때문이다. 숲 속에서 펼쳐지는 서정적인 그림을 보면 뿔난 마음이 잔잔해지는 듯하다. 이유 없이 짜증이 나고 화나는 날 “너도 화가 났어?” 하고 넌지시 물어봐 주는 이 책을 권한다.

 

 

 
전문가가 선택한 3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