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기규(서울 초당초등학교 교사)


‘여우 아저씨’가 말하는 가장 재미있고 맛있는 글쓰기


“저도 <책 먹는 여우>를 읽고 여우 아저씨처럼 책을 먹어 보려고 했어요.”


학교에서 <책 먹는 여우>를 읽어 본 아이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면 많은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것 같은 미소가 번진다. 이야기를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 이야기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는 건 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책 먹는 여우>는 독서의 진정한 참맛을 이끌어 주는 애피타이저이면서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최고의 만찬이었다.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은 14년 만에 우리 곁에 찾아온 <책 먹는 여우>의 후속작이다. <책 먹는 여우>가 책을 읽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은 아이들에게 글쓰기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가 글쓰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려고 하면 보통 이렇게 묻는다.


“선생님 몇 줄까지 써야 돼요?”


글쓰기 자체에 흥미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억지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억지로 쓴 글에는 어떤 감동도 개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 낸 부품처럼 표정이 없고 지루하다. 이런 글을 몇 백 번을 쓴다 한들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은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글쓰기는 어렵고 재미없는 것. 절대로 잘 할 수 없는 것이 될 뿐이다. 아이들이 좋은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할까? 멋지고 감동적인 글은 유명 작가들의 전유물일까?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의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은 이 책을 통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에서 묘사된 여우 아저씨의 글쓰기 과정은 대부분의 작가들이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과 일치할 것이다. 여우 아저씨가 혼자 다니면서 사방에서 이야기를 모으는 모습이나, 주변의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며 신기하고 기발한 이야기를 찾는 것, 그리고 그것을 언제나 수첩에 메모하는 모습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글쓰기 할 때 쉽게 지나치는 것들이다.


특히 글을 쓰기 위한 이야깃거리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에서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그대로 쓰거나 흉내 내어 보아도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발로 뛰면서 얻은 경험과 상상력으로 씨줄과 날줄을 엮어 만든 이야기만이 진짜 감동과 재미를 준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여우 아저씨의 이야깃거리를 몽땅 훔쳐 온 몽털 씨가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하는 모습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여우 아저씨가 작가가 된 계기는 “자신이 쓴 책이 제일 맛있다!”라는 걸 깨닫고 나서였다. 하지만 좋은 글을 깨달음만 갖고 써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고 좋은 경험들도 얻어야 한다. 다른 사람 눈에는 하찮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도 자신이 경험하고 의미를 부여한 나만의 이야깃거리들이 하나씩 모인다면, 그래서 여우 아저씨의 이야기 창고처럼 나만의 이야깃거리가 가득 찬다면 누구나 글을 잘 써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글은 아주 맛있을 게 분명하다.


어린이를 위한 글쓰기 책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루하고 딱딱하게 여기는지 글쓰기 책을 보며 글을 쓰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이런 현실에서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은 가장 재미있는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글을 쓰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며, 글 쓰는 사람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담겨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읽을 만큼 재미있기까지 하다.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은 글 쓰는 방법을 알고 싶은 아이들부터, 재미있는 책을 보고 싶은 아이들 모두에게 <책 먹는 여우>에 이어 최고의 만찬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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