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오늘은 내가 스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민경진(일산초등학교 교사)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하루 일과 중 내가 가장 기대하고 아이들도 기다리는 시간이 바로 그림책을 읽는 시간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저학년보다 고학년 아이들일수록 그림책 읽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시처럼 압축된 글과 예술에 가까운 멋진 그림이 감정 몰입을 극대화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책 속의 인물과 같은 반 친구들의 모습이 하나로 겹쳐지는 경우엔 훨씬 더 재미있게 읽곤 한다. 그래서 방학이 되면 좋은 그림책을 찾아내는 것이 나의 숙제가 된다.
시작이라는 이름의 설레임과 두려움
패트리샤 폴라코의 <오늘은 내가 스타!>는 이제 곧 만나게 될, 새 학기 새 아이들과 함께 읽을 첫 번째 그림책이 될 것 같다. 아이들에게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한다는 건 설렘과 떨림, 그리고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함께하는 일이다. 낯선 환경의 새로움에 긴장하게 되는 이 시기는, 활발하고 적응 잘하는 아이들에겐 별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겠지만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하고 자기 생각이나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 용기가 필요한 아이들에겐 때마다 다가오는 반갑지 않은 커다란 숙제 덩어리가 주어지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패트리샤가 맞는 시작도 늘 이 커다란 숙제와 함께였다.
수줍음에 감춰진 잠재력
패트리샤는 부끄러움도 많이 타고 다른 사람 앞에서는 말 한마디 하기 힘들어하는 수줍음 많은 아이다. 글 솜씨가 뛰어나고 미술도 좋아하며 재능이 있지만 주변의 친구들이 이것을 알 수 있는 기회는 없다. 아이들은 수줍어하는 친구의 말을 기다리기보다는 빨리빨리를 외치며 다그치기가 십상이라 조급하고 쿵쾅거리는 가슴을 더 요동치게 한다. 결국 패트리샤는 주저앉는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 반의 패트리샤가 함께 그려졌다. 기획을 잘하고 글도 잘 쓰며 창의적으로 만들기도 잘하지만, 발표하려고 일어서기만 해도 양 볼에서 출발한 붉은 빛이 귀에서 목까지 타고 내려가는 아이. 한마디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눈만 꿈뻑꿈뻑거리다 결국 자리에 엎드려버리고 마는 우리 반의 패트리샤.
숨은 잠재력을 알아보는 센스쟁이 선생님
패트리샤의 글을 읽은 웨인 선생님은 단번에 아이의 재능을 알아본다. 패트리샤를 연극반에 초대하여 무대 배경 그리는 것을 시작으로 연극 수업에 참여시키며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을 익히게 한다. 패트리샤에게 자기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게 하는 장면은 참 인상적이었다. 패트리샤의 변화를 서두르거나 지나치게 욕심내지 않으면서 기다려주는 웨인 선생님의 모습은 교사로서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한 부분이기도 하다.
믿음과 격려로 얻은 또 하나의 작품
연극반의 위기가 기회가 된 패트리샤. 그리고 가족의 사랑, 친구들의 격려, 웨인 선생님의 믿음으로부터 믿을 수 없는 변화가 찾아온다. 말 그대로 연극에 불타오른 패트리샤의 모습은 내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던 재능이 마음껏 발휘된 순간이다. 가족,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패트리샤 자신이 두려움에 맞선 결과다. 이제 패트리샤는 웨인 선생님의 또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믿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초등학교의 각 반마다 패트리샤가 있다. 어떤 패트리샤는 오랜 기간 동안 수줍음 속에 재능을 숨겨둔 채 살아간다. 드러나지 않는 재능을 발견해주는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들의 힘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의 잠재력을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여러 분야의 기회가 필요하다. 해마다 새롭게 만날 우리 반의 패트리샤를 위해 나는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다시 꼭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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