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좋은 어린이 책 <흔들리는 학교>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전겸구(심리학 박사, 건강심리학자)

 

세상을 살다 보면 묘한 우연의 힘을 느끼곤 한다. 올해부터는 학교 폭력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고 생각하자, 대전 발전연구원 주최로 ‘청소년 자살, 학교 폭력 예방 방안’에 관한 기조 강연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곧 이어서 집단 따돌림에 관한 서평을 부탁받았다. 사실 응하기는 하였으나, 요즘에 일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시간이 날 때 책을 나누어서 읽고자 했다. 그런데 웬걸, 책을 읽기 시작하자 단숨에 다 읽게 되었다. 재미도 있었지만 집단 따돌림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탁월하고, 인간 심리를 아주 깊이 있게 다룬 점이 인상적이었다.

 

주인공 오카자키는 새로운 학교로 전학 가면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오카자키는 이전 학교에서 친구인 가나에 대한 따돌림에 동참했던 가해자 내지 방관자였다. 이렇게 학교 폭력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뀔 수 있다. 결국 인간이란 어떤 상황에 처하면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몰고 갈 수 있고, 다른 사람을 괴롭힘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취약점을 갖고 있는 셈이다.

 

교사들과 학부모 역시 상반된 태도를 보이기 쉽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최선을 다해 학생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학교 폭력 문제가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되면 한편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더 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학부모 역시 자신의 아이가 학교 폭력에 관여되는 것을 원치 않지만, 어렴풋하게 느껴지더라도 일단 넘기고 관망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반대로 어떤 부모는 지나치게 학교를 몰아세우기도 한다. 사실 문제를 회피하거나 미래를 걱정하거나, 아니면 당장 화풀이하는 경우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태도는 뭘까? 첫째, 회피나 걱정이나 화풀이처럼 정서 중심적으로 접근하는 대신에 문제 중심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좋다. 달리 말하면 문제 상황을 용기를 갖고 진단한 후, 차분하면서도 체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꾸준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접근해야 한다. 사실, 이 책에서는 주인공과 교장 선생님의 태도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둘째, 이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학생은 방관자의 역할을 한다. 자신이 피해를 받지 않으려는 보호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스쿨 워치(school watch) 제도에서처럼 리더십이 있는 학생을 선발한 후 학교 폭력 상황을 감시하게 하고, 필요할 경우 학교에 알림으로써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학교에 알리는 학생들의 안전을  철저하게 지켜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주인공이 전학 간 후 처음에는 친구들이 따스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주인공의 의견이 자신과 다르자 순식간에 집단 따돌림이 시작된다. 학교 폭력도 자신과 다르다고 느껴지는 대상에게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는 협력하고, 다른 사람과는 경쟁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신체적, 언어적 폭력이다. 따라서 학교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놀이, 운동, 음악, 문학 등을 통해 하나가 되는 시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좋다.

 

인간은 누구나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고통에서 벗어나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개인이 갖고 있는 열정과 재능을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공부만 강요하고 인정받지 못하니 얼마나 괴롭겠는가? 그러니 기회가 있을 때 다른 아이를 괴롭힘으로써 돌파구를 찾고, 누군가를 못살게 만들어서라도 자신을 뽐내고 싶어 할 수밖에.

 

최근 한국에서도 ‘행복’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행복한 학생은 학교 폭력에 가담할 확률이 낮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행복해야 할까? 매일 아침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설레는 마음으로 일어날 정도로. 그리고 이러한 행복은 단순히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가정, 사회, 국가에서 함께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오랜만에 좋은 동화를 읽으면서 기뻤다. 다른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서 학교 폭력에 관한 지혜를 일부라도 얻기를 바란다.

 


전문가가 선택한 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