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여보세요, 생태계 씨! 안녕하신가요?>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정모(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지구에는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태 지구에 살았던 동물의 수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죠. 아주 적은 수라는 뜻입니다. 훨씬 많은 동물이 ‘멸종’했지요. 멸종이라고 하면 왠지 두렵게 들리죠? 하지만 멸종은 나쁜 게 아니에요. 어떤 동물이 사라지면 새로운 동물들이 나타나서 그 자리를 다른 동물이 채우니까요. 예전에 살던 그 많은 동물들이 지금 함께 살고 있다면 지구가 얼마나 복잡하겠어요? 생태계는 유지될 수 없을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멸종 때문에 우리 인류도 탄생했어요. 거대한 공룡들이 지구를 누빈다면 우리 인간이 어디서 살 수 있겠어요? 우리가 아무리 공룡을 좋아한다고 해도 공룡과 함께 살 수는 없는 거예요.

 

하지만 인류가 출현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한 뒤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부터 급격하게 동물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에요. 어떤 동물이 사라지면 그 자리를 다른 동물이 채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채로 계속해서 사라지기만 하고 있는 거죠. 그 자리를 다른 동물이 아니라 오로지 사람이 채우고 있는 셈이에요.

 

여기에서 비극이 시작돼요.
문제는, 인류가 아직 그것을 깨닫고 있지 못하다는 거예요. 책으로 많이 읽고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도 많이 봐서 잘 알고는 있지만,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행동으로 옮기려면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데 그 점이 턱없이 부족하지요.

 

그래서일까요? 이 책을 쓴 윤소영 선생님은 동물들의 입장에서 동물 각각의 사연과 우리가 처한 현실을 말해 주고 있어요. 책에 나오는 열여덟 종류의 동물들과 눈을 마주치며 그들의 손을 잡고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가슴에서 어떤 울림이 있을 거예요.

 

우리는 동물 멸종의 비극을 끝내야만 해요. 동물들이 불쌍해서가 아니에요. 바로 우리 인류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이 비극의 끝은 어디일까요? 놀랍게도 인류의 멸종이에요. 지구 자연의 역사는 분명히 말하고 있어요. “지난 다섯 차례의 대멸종 때 최고 포식자는 살아남지 못했다.”라고요. 지구 생태계의 먹이 사슬에서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최고 포식자는 누구일까요? 맞아요. 바로 인간이에요. 따라서 생태계의 안녕을 묻는 일은 우리의 안녕을 묻는 일과도 같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여러분이 마지막 한 장을 채워 보세요. 우리가 열아홉 번째 동물이 되어서 우리의 사연을 다른 동물들에게, 그리고 인류와 생태계 씨에게 이야기해 주는 거예요. 우리에게도 다른 동물들 못지않은 가슴 아픈 사연이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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