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시골 꼬마 만복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규희(동화작가)


누군가 말했다. 동시 속에는 이야기가 있어야 하고, 동화 속에는 시가 있어야 한다고. 안도현 작가의 책 <시골 꼬마 만복이>를 읽으면서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건 아마도 ‘이야기가 있는 동시, 시가 있는 동화’ 이 두 가지를 모두 채워 주는 멋진 작품을 만났기 때문이리라.

 

이 책에 나오는 만복이와 난이, 슬기 이 세 친구들은 컴퓨터와 게임, 장난감에 익숙해 있는 오늘날 어린이들을 아스라이 먼 옛날로 이끌어 간다. 지금의 엄마, 아빠 들이,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 뛰놀았던 그 시절 그 풍경 속으로 칙칙폭폭 추억의 기차를 태워 아이들을 데려가는 것이다.

 

아이들이 내린 추억의 정거장에는 지금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너무나 아름다워 눈물겹도록 아련하게. 「만복이는 풀잎이다」에서는 벼가 푸르른 여름 논에서 메뚜기를 잡으러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덩더꿍 덩더꿍 방아를 찧는 방아깨비와 놀던 아이들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세상에서 제일 먼 곳」에서는 서울보다, 달나라보다, 우주보다, 하늘보다 먼 곳, 그곳은 바로 휴전선에 가로막혀 갈 수 없는 슬기 할아버지의 고향 함경도 원산이라는 이야기를 가슴 뭉클하게 그려 냈다.

 

그뿐 아니라 호박꽃에 들어간 벌을 잡으려다 쏘여 앙앙 울어 대는 만복이의 우스꽝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그린 「만복이는 왜 벌에 쏘였을까」, 풀잎 김치 만들고 떡갈나무 잎사귀 숟가락과 나뭇가지 젓가락으로 소꿉놀이를 하던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그린 「얼레꼴레 결혼한대요」, 봄이면 찾아와 처마 밑에 집을 짓던 제비가 멋진 조종사이며, 제비가 사는 남쪽 나라에는 굉장히 큰 비행장이 있을 거라는 아이들의 기발한 생각을 그린「제비와 제트기」까지.

 

5편의 연작은 이 책을 읽는 부모님 독자 모두를 그리운 시절로 데려가고, 오늘날 아이들에게 그 시절의 이야기를 직접 소리 내어 들려주고 싶게 만든다.

 

어린 시절의 기억, 특히 자연과 함께 부대끼며 몸으로 얻은 추억은 그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는 내내 큰 힘이 된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처럼. 힘들 때는 위로가 되고, 즐거울 때는 기쁨이 되고, 더 큰 것을 위해 견디는 힘을 주고,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아량도 가져다 줄 것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해도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얼마든지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뒹굴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있다. 깊어 가는 이 가을, 아이들과 함께 산으로 들로 뛰어나가 만복이와 난이와 슬기처럼 흙과 풀, 바람, 하늘, 들꽃, 냇물, 새와 같은 자연의 친구들과 뒹굴도록 해 주는 건 어떨까? 이런 추억은 힘이 너무나도 세서 아이들이 평생 살아가는 동안 무엇보다 필요한 비타민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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