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베개 애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원종찬(아동문학평론가,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동화 작가 송창일은 1930년대에 많은 작품을 발표했으며, 1938년 평양에서 동화집 <참새 학교>를 펴낸 바 있습니다. 북한이 고향인 그는 해방 후에도 그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그의 작품을 만나 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요즘 그의 동화들이 다시금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에 그림책으로 새롭게 태어난 <베개 애기>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송창일의 <베개 애기>는 나이가 퍽 어린 아이의 세계를 잘 그려 놓았습니다. 주인공인 명애가 아무 생명이 없는 베개를 아기처럼 여기면서 살뜰히 보살피는 것을 좀 봐요. 누구나 어렸을 때에는 이와 비슷한 놀이를 하고 지냅니다. 일종의 소꿉놀이인 셈이지요.

 

아이들의 놀이 가운데에서 소꿉놀이는 무척 재미도 있거니와, 몸과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는 데 중요한 몫을 한답니다. 이 책에서 명애가 베개 아기를 어떻게 돌보고 있나요? 제 동생처럼요? 그리 해도 좋을 텐데 마치 제가 낳은 아기처럼 돌보고 있지요? 이건 명애가 베개 아기의 언니 노릇이 아니라, 엄마 노릇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엄마가 자기한테 사랑을 듬뿍 주면서 잘 돌봐 주는 것처럼, 자기도 베개 아기한테 사랑을 듬뿍 주면서 잘 돌보고 싶은 겁니다.


이렇게 소꿉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엄마가 되기도 하고, 아빠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하면 자연히 엄마 아빠의 마음을 잘 헤아리게 되지요. 또 엄마 아빠처럼 의젓할 줄도 알게 됩니다. 이 작품의 맨 마지막을 보세요. “베개 애기의 어머니도 우나?” 하는 말에 명애가 울음을 뚝 그치고 부끄러워하잖아요. 베개 아기의 엄마가 됨으로써 성큼 마음이 자란 것이지요.

 

아이들은 노는 게 일이고, 놀면서 자라게 되어 있습니다. 또 어서어서 어른이 되고 싶어 합니다. 때문에 소꿉놀이를 하면서 아픈 사람을 낫게 하는 의사가 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되어 보는 게지요. 손님을 태우는 운전수가 되고, 불을 끄는 소방관도 되어 봅니다. 그러면서 세상을 더 잘 알게 되고 다른 사람의 처지도 더 잘 이해하게 되지요. 소꿉놀이가 바로 역할 놀이인 까닭입니다.

 

대개 소꿉놀이를 하려면 이런저런 도구들이 필요합니다. 엄마 노릇을 하려는 명애한테 아기가 되어 줄 베개가 필요했듯이 말입니다. 아이들끼리 소꿉놀이를 할 때에는 조개껍질로 살림을 차리고 모래알로 밥을 짓지요. 씩씩한 장군이 되려면 나무 막대기가 필요할 때도 있고요. 돈 주고 사는 장난감보다는 둘레에서 흔히 보는 도구를 잘 이용해야 뭐든 막힘없이 역할 바꾸기를 할 수 있습니다. 소꿉놀이를 통해 창의성을 발달시키는 것이지요.

 

그뿐인가요? 명애는 베개 아기의 엄마 노릇을 하면서 아주 큰 기쁨을 누립니다. 사랑을 받는 자리에서 벗어나 남에게 주는 자리에 섰으니 얼마나 뿌듯하겠어요. 여러분도 명애처럼 어서 어른이 되어 모든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바람이 아주 클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열심히 잘 노는 것 말고 달리 무엇이 더 중요하겠어요. 놀이가 세상의 이치를 저절로 깨닫게 해 준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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