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좋은 어린이 책 <폭포의 여왕>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희송(책방 피노키오 대표)

 

세계 최초로 17층 건물 높이의 폭포에서 달랑 나무통 하나만 타고 뛰어내린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 사람은 나이 62세의 할머니였습니다. 그것도 자그마치 100여 년 전의 일이라고 합니다. 그 할머니는 많이 다치지도 않고 무사히 살아났답니다. 자, 여러분은 이 이야기가 믿어지나요? 62세의 할머니가 그저 옆에서 바라만 보고 있어도 무서울 정도로 높디높은 폭포,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 중의 하나인 나이아가라 폭포를 나무통을 타고 뛰어내렸다니 이게 정말 현실에서 가능한 일일까요? 처음에 책을 봤을 때는 저도 믿지 않았답니다. 디즈니의 판타지 만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작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1901년 세계 최초로 나이아가라 폭포 타기에 성공했던 애니 애디슨 테일러 할머니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폭포를 타 넘는 무모할 정도로 용감한 도전도 놀라웠지만 저에게 더욱 흥미를 끈 것은 할머니가 목숨 걸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뛰어내린 이유와 그 결말이었어요. 일반적으로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남들이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도전이라든지,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찾기 위해서라든지, 정의를 위해서라든지, 그러한 이유로 뭔가에 목숨을 걸고 모험을 하는데 이 할머니는 노후를 위해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지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너무나 현실적인 동기이지요. 그렇지만 할머니의 도전을 현실적인 잣대로만 볼 수만도 없습니다. 아무리 유명해지고 돈을 벌고 싶다고 하더라도 과연 우리 가운데 몇 명이 목숨 걸고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뛰어내릴 수 있을까요?

 

그럼, 할머니는 폭포를 뛰어내리는 걸 성공한 후 그토록 원했던 돈과 명예를 얻었을까요? 보통의 주인공들은 도전과 모험을 끝내고 나면 꼭 그에 맞는 보상을 받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이 할머니의 경우는 아니었어요. 사람들은 폭포에서 뛰어내린 할머니보다는 오히려 폭포에서 떨어지고도 끄떡없었던 나무통에 더 관심을 보였습니다. 할머니는 돈도 벌지 못했어요. 그리고 믿었던 매니저가 나무통을 훔쳐 달아나는 배신을 당하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돈도 명예도 얻지 못하고 배신마저 당한 할머니의 도전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마지막에 할머니는 이렇게 말해요. “나는 ‘그 일을 한 사람이 바로 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해요."라고. 전 이 말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토록 원했던 돈이나 명예는 얻지 못했지만 할머니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뛰어내린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물질적 보상이나 명예가 따르지 않는 도전도 그 자체로 충분히 큰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할머니의 고백을 두고 공감을 할 수도,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할머니의 고백과 자신의 생각을 견주어 보고, 다른 이들과 생각을 나눠 보면서 작품의 의미를 더욱 확장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마치 100년 전의 오래된 흑백 사진을 보는 듯한 크리스 반 알스버그 특유의 그림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특히 폭포에서 떨어지는 나무통 안 할머니의 겁먹은 표정은 그 순간 할머니가 느꼈을 감정을 잘 표현해 주고 있네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아직도 머릿속에서 맴도는 궁금증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전설 같은 이 이야기 속의 할머니가 탔던 나무통이에요. 그 나무통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아직 누군가가 간직하고 있을까요? 문득 그 나무통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써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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