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좋은 어린이 책 <콧구멍 왕자>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김상욱(아동문학평론가)

 

‘옛이야기’와 ‘창작’ 사이에서의 흥겨운 줄타기
김회경은 ‘창작옛이야기’란 묘한 장르의 작품을 쓰는 작가이다. 창작옛이야기란 옛이야기의 장르적 자질들을 준수하면서 새롭게 만들어 낸 옛이야기를 뜻한다. 그런데 사실 엄밀히 말하면 창작옛이야기는 ‘동그란 세모’와 같은 형용모순이다. 옛이야기는 오랜 시간의 무게를 이겨 낸 것인데, ‘창작’은 이제 막 책상머리에서 쓴 따끈따끈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회경은 이 기묘한 형용모순을 감당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감당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기꺼운 것이기도 하다. 『똥벼락』, 『똥비녀』 등 이전의 작품들이 보인 성과가 이를 입증한다.

 

그리고 이제 그 연장선 위에서 『콧구멍 왕자』가 출간되었다. 모든 옛이야기의 주인공이 그러하듯 왕자는 ‘결핍’된 인물이다. 개미조차 드나들 수 없는 아주 작은 콧구멍이란 외관상 드러나 보이는 신체적 결함을 안고 태어났다. 그러나 결핍은 곧 남들과는 다른 ‘차이’이며, 차이는 새로움을 가져다준다.

 

‘콧구멍 왕자’는 냄새에 누구보다 민감하고, 콧바람이 아주 세다. 작은 것이 오히려 더 뛰어난 몫을 감당한다. 그럼에도 그 두드러진 특성들은 쉽게 자랑스러움으로 전화되지 않는다. 당연히 출분과 여행이 뒤따른다. ‘떠남’ 또한 옛이야기의 필수적인 모티프인 까닭이다. 그 여행에서 주인공은 두꺼비 친구도 만나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함은 물론이다.

 

애초 이 작품은 『똥비녀』에서 비롯되었다. ‘작은 콧구멍’이란 신체적 결함을 가진 왕이 그로 말미암아 포악해지고, 그 포악함으로 마침내 파멸하는 이야기가 아무래도 작가로서는 마뜩치 않았나 보다. 『콧구멍 왕자』는 이 인물을 부정적인 대척의 자리에서 긍정적인 주인공의 자리로 되돌려 놓고 있다. 이 주제 의식에 김회경 특유의 간결한 문체, 속도감 있는 장면의 전환, 부차적 인물에 대한 개성적인 형상화 등이 덧붙여져 있음은 작품의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창작옛이야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자칫 거대한 옛이야기의 세계 속에 함몰되어 창작의 흔적이 지워져 버리거나 옛이야기와 너무 동떨어져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콧구멍 왕자』는 때로는 소박하게, 때로는 능수능란하게 두 벼랑 사이에서 흥겨운 줄타기를 감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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