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좋은 어린이 책 <올망 졸망 철학 교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유헌식(단국대학교 철학과 교수)

 

『올망졸망 철학교실』은 단지 어린이의 형이상학적인 호기심과 상상력에만 기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제까지 나온 어린이 철학책들과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린이가 자신의 일상과 현실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어린이에게도 감당해야 할 현실이 있다. 어른이 겪는 문제와 비교하면 그 성격이나 범위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어린이도 자기 나름의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치며 살아간다. 크든 작든 무언가를 문제로 느낀다면, 어린이에게 그것은 ‘문제’이다.

 

맛있는 과자를 혼자 먹고 싶은 어린이에게 ‘친구랑 나눠 먹어야 해!’라고 윽박지를 수는 없다. 어린이는 왜 과자를 나눠 먹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어린이에게 철학을 가르칠 수 있을까? 어린이가 철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해서 그 잠재력이 저절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이 잠재력이 꽃피게 하려면, 그만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린이에게 형이상학이나 인식론, 윤리학과 미학에 어떻게 눈뜨게 할 수 있을까? 이것은 이들 철학의 영역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해준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목표가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익히는 일’이라면, 철학은 어린이에게 ‘쉬운 것’이 아니라 ‘가까운 것’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린이가 실제로 일상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에서 ‘철학적 사고의 소재’를 찾아 그에 대해 철학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내용 면에서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어린이가 맞닥뜨린 문제를 단편적이고 평면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여러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데 있다. 이 세상 어떤 일도 한쪽 면만을 보고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은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문제를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생각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가슴이 하는 말, 머리가 하는 말을 모두 들어야 해요.” “행복은 삶을 바라보는 방법에 달렸어요.”와 같은 충고는 어린이에게 균형 있게 사고하는 능력을 길러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내가 꼭 바라는 모습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답니다.”라는 충고는 어린이가 무턱대고 희망을 품지 않게 해줄 것이다.

 

이 책은 어린이가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익힘으로써 자신만이 아니라 친구와 이웃이 더 밝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게 한다. 그 방법으로 어린이가 일상에서 늘 부딪치는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여러 주제에 대해, 예를 들어 우정, 돈, 화, 복수 등에서부터 성공과 실패, 신뢰, 역사, 발전 등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주제에 대해 어린이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용어를 개념적으로 정의하기보다는 그 용어가 사용되는 구체적인 맥락을 보여줌으로써, 관념이 아니라 실제에서 그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이 책의 구성은 매우 효과적이다.

 

이 책이 좁은 지면에 핵심적인 내용을 담기 위해 함축적이고 재치 있는 그림책 혹은 만화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도 철학이 어린이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모쪼록 이 책이 우리 어린이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과 남에 대해 의미 있는 성찰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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