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좋은 어린이 책 <백곡 선생과 저승도서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정아(초등학교 교사) 

 

우연의 일치였을까? 며칠 전 충북 증평군과 증평문화원이 백곡 김득신을 주제로 율리휴양촌 일대와 증평군립도서관에서 독서 서당을 열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4학년 자녀를 둔 엄마 입장에서 ‘아, 이런 행사에 아이가 참여해서 백곡선생을 통해 책을 가까이 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배우게 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며 못내 아쉬워하던 찰나 개암나무로부터 ‘백곡선생과 저승도서관’이라는 책의 서평을 부탁 받았다. 순간 그 절묘한 타이밍에 묘한 기분이 들면서 웃음이 났다.

 

사실 김득신이 누구인가? 조선 중기의 시인이자 책벌레로 유명한 김득신은 시 1588수와 글 182편이 실린 '백곡집'과 시 비평집인 '종남총지'를 남기는 등 국문학사에 많은 영향을 끼친 17세기 대표 시인이면서 대기만성 또는 독서광으로 고등학교 한문 교과서에도 소개되어 있는 인물이다. 그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는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독수기’를 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그가 읽은 무수히 많은 책들 중 만 번 이상 읽은 책들만 기록한 독수기에는 36개 고서에 대한 섬세한 평이 실려 있으며, 그가 평생에 걸쳐 읽은 ‘사기’의 ‘백이전’은 11만 3천 번을 읽었다고 하니 김득신 자신도 그의 서재를 ‘억만재’라 일컬을 법하다. 그래서였을까? 다산 정약용도 <여유당전서>에서 “문자와 책이 만들어진 이래 상하 수천 년의 시간과 종횡으로 삼만 리를 뒤져 보아도 부지런히 독서한 사람으로 김득신을 으뜸으로 삼을 만하다."라고 칭송하였다. 또한 김득신은 옛글과 다른 사람의 글을 그토록 많이 읽었어도 인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시 세계를 이루어 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김득신이 정말 특별한 것은 조선 최고의 다독가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어릴 적 앓았던 큰 병으로 인해 기억력이 떨어져 노둔했던 사람이었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여 끝끝내 목표를 이룬 인간 승리의 표본이라는 점이다. 이 책 《백곡선생과 저승도서관》은 이러한 김득신의 일생을 사후에 염라대왕 앞에서 저승거울을 통해 그가 얼마나 책을 사랑했고 많이 읽었으며 자신의 결점을 이겨내면서 노력하는 삶을 살았는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재미있고 맛깔스럽게 잘 표현하였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투영한 것 같은 몽돌이를 등장시켜 김득신과 대비시켜 연출한 것도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게다가 이 책은 부모인 나 자신에게 커다란 도전이 되었다. 너무나 우둔하여 10세가 되어서야 글을 배우기 시작하고, 20세에 겨우 글 한 편을 쓸 수 있게 된 김득신을 아버지 김치는 “미욱하여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읽는 것이 대견스럽다”며 끝까지 믿어 준다. 실제로 김득신은 59세가 되어서야 문과에 급제하였다. 정3품 부제학까지 지낸 아버지 입장에서 김득신이 마냥 기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식을 믿어 주고 참 공부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며, 끈기와 인내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원동력을 심어 준 부정을 보고, 나 자신은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살펴보며 깊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남들보다 부족한 기억력과 모자람을 벗어나기 위해 몇 천, 몇 만 번을 되풀이해서 글을 읽었던 김득신의 일관된 삶을 책을 통해 보았기 때문일까? 김득신 묘비에 새겨진 글귀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재주가 남만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 짓지 마라. 나보다 어리석고 둔한 사람도 없겠지만 결국에는 이룸이 있었다. 모든 것은 힘쓰는데 달렸을 따름이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이 책을 통해 평생을 책과 함께 한 김득신을 꼭 만나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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