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좋은 어린이 책 <까막눈이 산석의 글공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정아(초등학교 선생님)

 

얼마 전 천문대를 방문하여 하늘의 별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별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그것은 아름답고 영롱하며, 신비로워서 그저 보고만 있어도 ‘아’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별을 자세히 볼 수 있다니! 그런데 망원경 렌즈를 통해 본 것은 평소 눈으로 보던 것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적어도 일반인인 제가 보기에는요. 그 실망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평소 사진을 통해 본 우리 은하의 장엄한 모습이나 별들을 수놓은 찬란한 우주의 모습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던 거예요. 그러나 최근에 또 다른 천문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별을 보기 전에, 별이 무엇인지 우주에는 얼마나 많은 별들이 있으며 무엇보다 그 별이 지구에서 얼마나 먼 곳에 있는지를 실감나게 듣게 되었습니다. 그 후 바라본 별은 예전에 본 그 작디작은 별이 아니었습니다. 그 먼 곳의 별을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제가 볼 때는 달과 태양처럼 별들도 하늘에 있어서 모두가 비슷한 거리에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사실과 얼마나 다른지를요.

 

우리는 흔히 직접 보거나 경험하면 그것이 진실의 전부인 양 믿고 말하지만 그것도 진실이 아닐 수 있고, 어떤 것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깊이와 넓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클 수도 있습니다. 천재라고 소문난 정약용이 바닥에 닿은 복사뼈 부분의 양말이 구멍 날 정도로 공부한 것도 이러한 이치를 깨달아서가 아닐까요? 게다가 어릴 때부터 아둔하고 미련하여 늘 놀림을 받던 산석조차도 끊임없이 배움에 정진하고 평생을 부와 권세, 출세와 상관없이 책이 주는 즐거움, 공부의 참된 가치와 깨달음를 위해 매진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치를 깨달았다고 해도, 둔하고 가진 것 없는 산석이 그것을 위해 실제로 그 어려운 공부를 꾸준히 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정말 여러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타고난 머리와 이해력을 지녀 무엇이든 잘하는 아이, 유독 글쓰기를 잘하는 아이, 운동이나 예체능에는 탁월한 감각을 지녔는데 공부는 쉽사리 해 내지 못하는 아이, 그 중에서 교사인 제 눈에 가장 안타까운 아이는 무엇이든 잘하고 싶은데 무엇을 해도 잘 못해서 결국 포기하는 아이입니다. 우리 현실은 타고난 총명함에 성실성까지 겸비한 아이를 원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노력을 하는 아이를 당해 낼 수 없음을 자주 보게 됩니다. 학년이 점점 올라가고 중‧
고등학교 이후까지 학문의 깊이가 더해지는 데 있어서 꾸준함과 성실함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정말 중요합니다. 처음엔 느려도 그 재미를 알아 열심히 파고드는 아이가 실제로 무엇이든 해내기 마련이지요.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산석처럼요.

 

영특함과 민첩함과는 거리가 먼 산석에게 스승인 정약용이 말합니다.
“작은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내듯, 공부에 있어 끈기는 단단한 네 머리에 깨달음의 구멍을 내 줄 것이다. 해 보면 안다. 해 봐야 안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더 부지런해라.”
스승의 이 삼근계(三勤戒)는 산석에게 배움의 열정을 갖게 해 주었고, 훗날 여러 학자들이 감탄할 만한 학식의 원천이 됩니다. 훌륭한 가르침을 준 스승도 위대하지만 그토록 오랜 세월을 노력하고 또 노력했던 산석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이 꼭 만나봐야 할 인물이 아닐까요?  어쩌면 아이들을 기다려 주지 않고, 빠른 성과만을 기대하고 그게 잘 안 되면 아이를 다그쳐 쉽게 좌절하게 만드는 우리 어른들이 꼭 알아야 할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노력의 미학을 배우고,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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