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 책 <군화가 간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엄혜숙(어린이문학 평론가)

 

전쟁으로 얼룩진 과거를 돌아보며 평화로운 미래를 다짐하는 그림책


<군화가 간다>는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 시리즈 가운데 여섯 번째 책이다. 현재까지 일곱 권이 출간되었는데, 한국작가의 작품이 두 권, 중국작가의 작품이 한 권, 일본 작가의 작품이 네 권 출간되었다. 이 가운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일본작가의 작품 네 권 중에 세 권이 전쟁의 끔찍함과 비참함을 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는 전쟁터에서 죽은 병사의 목소리를 통해 사람을 죽이는 전쟁의 끔찍함을 폭로하고, <군화가 간다>는 군인이 신는 군화를 통해 전쟁을 일으킨 쪽도 역시 비참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사쿠라>는 전시 하에 살았던 소년을 통해 일상생활에 미치는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다.

 

<군화가 간다>는 소리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화면에서 군화 소리를 시각적으로 보여 주고, 세 번째 화면부터는 그것이 곧 군인들의 모습임을 보여 준다. 군화는 전쟁을 하러 가는데, 바다를 건너가서 이웃 나라 사람들을 "짓밟아 뭉개 버"리고, 다음 전쟁터로 가서 이웃 나라 사람들을 "짓밟아 슬픔의 구렁텅이로 떠밀어 버"린다. 이렇게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전쟁에서 군화도, 전쟁 명령을 내린 국가도 "너덜너덜해지고" 만다. 나아가 "수많은 군화들"이 "돌아오지 못"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쟁의 피해자로서 전쟁의 공포와 비참함에 주목해왔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쟁을 일으킨 나라에서도 일반 사람들은 역시 전쟁의 피해자였던 것이다.

 

이 작품에서 군대와 군인은 얼굴이 보이지 않고, 군화로만 표현된다. 이러한 제유법적 표현을 통해, 전쟁이 인간 개인을 말살하고 도구로서만 존재하게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군대는, 또 군인은 대개 남자로 구성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표지와 마지막 장면에는 어린 여자아이가 등장한다. 이 여자아이들은 전쟁터가 아닌 일상생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표지의 여자아이는 전쟁 시기의 아이로, 구급낭을 메고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마지막 장면의 여자아이는 평화로운 시기의 아이다. 머리에는 밀짚모자를 쓰고, 앞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나의 미래를 살아간다. 나의 미래에 전쟁 따위는 필요 없다." 미래의 평화를 다짐하는 것이다. 그 다음 화면에는 꽃들이 가득 그려져 있다. 또 이어진 뒤표지에는 여자 아이가 쓰고 있던 밀짚모자에 꽃들이 가득 담겨 있다. 평화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죽음이 아닌 생명을 상징하는 꽃이다. 이 꽃은 곧 군화를, 전쟁을 반대하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전쟁을 겪었던 작가가 평화의 시대를 염원하는 꽃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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