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 책 <벼알 삼 형제>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원종찬(아동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우리 땅에서 거듭 살아나는 볍씨들의 이야기

<벼알 삼형제>는 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로 잘 알려진 주요섭 작가의 동화입니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쯤에 처음 나온 것인데, 오늘날 멋진 그림과 함께 새로운 생명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흥미진진한 줄거리와 풍부한 상상력이 어우러진 판타지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논에서 태어난 벼알 삼형제가 제각각 세상구경을 하고 다시 만나는 과정이 마치 옛이야기처럼 펼쳐집니다. 벼알은 한해살이풀로 논에서 자라는 벼의 열매 곧 씨앗을 가리킵니다. 볍씨라고도 하지요. 이 볍씨가 어떻게 생겨나서 쌀이 되고 밥이 되고 떡이 되고, 또 논에 뿌려져서 다시 벼로 자라게 되는지를 동화의 상상력으로 멋지게 풀어냈습니다.


벼의 열매가 달리는 부분을 이삭이라고 합니다. 벼알 삼형제는 처음에 벼이삭으로 시작합니다. 농군이 봄부터 애써 보호하고 가꾸어 주어 벼이삭이 보기 좋게 익었습니다. 농군은 가을에 벼를 거두는 추수를 합니다. 베어진 벼는 나락으로 묶이게 되지요. 줄기에서 떨어져 나온 벼알 삼형제는 서로 다른 자루에 담겨져 제각각 여행을 떠납니다. 이 삼형제가 겪게 되는 일들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맏형님은 도시의 정미소에서 껍질을 벗고 하얀 쌀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먹는 밥은 이 쌀로 짓는 거지요. 그런데 아이가 밥투정을 하는 바람에 맏형님은 사람의 뱃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쓰레기가 되어 겨울을 납니다. 가운데형님은 볍씨 그대로 곳간에서 겨울을 납니다. 농군이 봄에 논에 뿌려서 벼를 키우려는 것이지요. 막내는 시골의 정미소에서 껍질을 벗은 다음에 가루로 만들어져 떡이 됩니다. 그리고는 농군의 뱃속으로 들어갑니다. 막내는 농군의 튼튼한 근육에 스며들어 겨울을 납니다.


자, 다시 봄이 되었습니다. 맏형님은 빗물에 녹아서 강물로 흐르다가 고향마을의 논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막내는 농군의 몸으로 논에 나가서 맏형님을 만납니다. 곳간에 볍씨로 남아있던 가운데형님은 어찌되었겠습니까? 네, 농군이 논에 볍씨를 뿌리지요. 이렇게 해서 삼형제가 다시 만나는 것입니다. 논물과 농군과 벼가 되어서 말입니다.


한 해 동안 벌어진 벼알 삼형제의 여정은 우리 땅에서 이뤄지는 농사일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것이라 매우 정겨울 뿐 아니라 뜻도 깊습니다.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자연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모습이 이 이야기에 담겨 있습니다. 우리 아들의 아들의 아들로 이런 모습은 계속 이어지겠지요. 벼알 삼형제의 긴 생명력은 곧 이 이야기의 긴 생명력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어린이들은 농사일을 잘 모르지 않을까요? 농사일과 관계되는 논, 벼, 나락, 낫, 방아, 떡메, 곳간 같은 말들이 기억 속에 없으니까 이 이야기가 몸으로 잘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와 함께 그림이 눈앞에 훤히 펼쳐지게끔 책을 꾸민 것이라고 봅니다. 생생하게 펼쳐지는 그림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도와줄 것입니다. 벼알 삼형제의 여정을 자기 일처럼 아주 실감나게 겪어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좋은 이야기는 즐거움을 주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잘 알게 해줍니다. 그림책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벼알 삼형제>가 대대손손 이어지는 할머니의 옛이야기처럼 오래도록 사랑받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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