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 책 <까만 아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고정욱(아동문학가)


이 소년의 심정을 헤아려 보셨나요?

아주 어릴 때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사이에 혼자 놓인 적이 있습니다. 이사 가던 날 어머니가 나를 이웃집에 잠시 맡겨 놓고 짐을 싸서 먼저 새집에 가신 거지요. 나는 무척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어머니가 영영 날 안 찾아올까 봐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찐 고구마를 손에 쥐어 주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 가는데도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불과 반나절에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그 장면이 떠오르면 왠지 지금도 가슴이 시려 옵니다.


<까만 아이>는 백인 가정에 입양된 흑인 아이의 심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저 멀리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서 자기를 막 데려왔을 때에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기뻐해 주었답니다. 그런데 어느덧 쑥쑥 자라 키가 껑충한 소년이 되자, 마을 사람들의 눈길은 차갑게 변합니다. 소년은 어떡하든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고 싶어 하지만, 그럴수록 소년을 밀어내는 손짓은 완강하기만 합니다.


집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가도 소년은 혼자입니다. 마을에서도 학교에서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성장하기 마련이고, 이젠 스스로 세상으로 나가는 문턱을 넘어서야 합니다. 생일 선물로 받은 사진기를 들고 짙은 새벽에 집을 나와 마을 뒷산을 오르는 장면은 그래서 인상적입니다. 어둠이 물러나고 아침이 밝아오는 무렵은 모든 빛깔이 다양하게 섞이는 시간입니다. 이 순간을 소년은 사진기에 담습니다.


소년은 과연 집으로 돌아올까요? 소년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뚜벅뚜벅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을까요? 그 길에서 부모님의 사랑은 내내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가슴속에 마련되어 있을 겁니다.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사이에 놓인 이런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이니까 말입니다.


‘입양’은 우리 사회에서도 아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요즘도 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나는 가슴이 철렁합니다. 나도 어린 시절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외로 입양될 뻔했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핏줄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아직도 이렇게 무관심하다니요. 우리가 입양 보낸 그 아이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나는 <까만 아이>를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작가는 쉽사리 감상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심각한 주제를 설득력 있게 잘 펼쳐냈습니다. 이 책을 덮고 난 지금도 외로운 소년의 막막한 심정이 진한 여운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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