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 책 <5대 가족>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현숙(아동문학 평론가)


풀밭 위의 가족으로 도시의 가족을 비추다

이웃 북쪽 나라 초원을 떠돌며 사는 가족을, 고은 시인이 불러왔다. 시인은 왜 이 땅의 독자들 앞에 저 가족들을 내세웠을까?


시 <5대 가족>은 그 가족에 대한 정보를 툭툭 던져놓는다. 양들을 먹여 삶을 잇는 유목민 가족, 5대가 모여 산다. 최연장자 고조할아버지는 늙어 귀가 어둡고, 최연소자 텐진은 6살이다. 양 170마리쯤을 먹일 풀밭은 겨우 찾아지고, 텐진의 형들은 남의 집 양 떼를 몬다. 양 떼나 많아진다면 좋으련만 양은 하나 죽으면 하나 태어나는 식이다. 이러한 사실만 놓고 본다면야, 휘황한 불빛을 내는 도시의 고층 아파트 독자에게 그들은 연민이나 동정의 대상이다.


그러나 그 가족을 전달하는 시인의 손길은 그런 감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 시는 양 한 마리가 태어난 일을 중심 서사로 삼는다. 그리고 이 소식에 대한 가족원들의 반응을 클로즈업한다. 세대는 층층인데 반응이 한결같다. 한 가족이랍시고 보이는 으레적 반응은 아니다. 이 가족원들 사이의 관계를 삽시간에 설명하는 장면이다. 나이 많고 적음으로 상하 수직적 관계를 이루기보다는, 서로 가지런하여 화평스럽다. 이들이 가진 화평함은 이 식구들의 밤하늘 별들을 헤다 잠들었다는 잠자리 대목에서 확인된다. 가족이란 한 하늘 아래에서 한 둥지 안에서 같이 사는 목숨들이다. 가족의 재발견이라면 과장일까.


더 많은 것을 누리겠다는 목표 속에서 가족 모두 전사처럼 하루하루를 보내느라, 크고 작은 갈등을 겪는 우리들 아닌가. 가족의 원만한 유지를 위해 이런저런 담론과 규율들이 만들어왔다. 그러나 우리들 가족은 행복해지지 않았다.


텐진의 가족은 늘 그렇듯 내일 아침이면 새 풀밭을 찾아 나선다고 한다. 유목민에게 풀은 양과 자신들을 살리는 근원적 양식이다. 그토록 중요하나 쉬이 찾아지지 않는 풀밭을, 고조할아버지와 암양들이 먼저 찾아내리라 한다. 이 양은 이 가족 밖의 저것이 아니라 생사를 함께 하는 가족원이다. 가족원들 사이에 구분과 서열보다 삶을 공유하는 생명체들의 집합체로 이해하는 그들이니, 왜 아니 그러겠는가. 이 시에서 풀은 텐진네 가족의 하루를 보여주는 통로이자, 대자연의 질서에 순응했기에 화평한 이 가족을 드러내는 매개물이다. 풀이 이 시의 처음과 마지막을 차지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제 고은 시인이 가족을 소개한 이유가 잡힌다. 시인은 양 한 마리 출생과 풀밭 찾기를 통해, 텐진네 5대 구성원 간에 흐르는 화평한 기운을 보여주고, 그 화평함의 근원이 대자연의 질서였음을 보여주었다. 이 가족은 우리네 가족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림작가 이억배의 텍스트 해석력이 탁월하다. 이 그림이 아니었다면, 유목민에 대한 낡은 사고에 함몰된 우리는 텐진네 가족이 가진 건강함을 알아차릴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더라면 나올 수 없는 적확한 묘사들은, 시가 말해 주지 않는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의 삶까지 넉넉히 말해 준다. 그림 덕에 확인한 텐진네의 건강함, 이 건강함의 뿌리에는 시인이 희구하는 바가 자리한다. 대자연의 질서에 순응한 가족의 화평함. 대도시의 휘황한 불빛을 잠시 비켜서서 우리네 가족을 잠시 생각할 일이다.



전문가가 선택한 5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