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 책 <가족은 나의 힘>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오석균(아동문학평론가)
가족의 힘을 보여 주는 따스한 지식정보책
내가 어릴 때에는 이웃도 대부분 넉넉하지 않은 살림들이었습니다. 서울 변두리 지역에서 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좁고 시끌벅적한 골목길, 꾀죄죄한 옷차림에 마른버짐 핀 얼굴들... 그런데도 추억 속에서 그 시절은 흐릿하면서 따스한 빛깔로 떠오릅니다.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야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어린 시절을 받쳐 준 힘이었다는 것을요. 힘들고 어려울 때에도 가족은 언제나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었고, 어깨에 와 닿는 손길에는 온기가 묻어 있었습니다.
지금 아이들은 물질적으로는 훨씬 나아진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혹할 정도로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어른들은 직장과 일에 눌리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늘 무엇엔가 쫓깁니다. ‘그 무엇’이란 아마도 자기 아이가 남들보다 위에 서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욕망일 테지요. 그러다 보니 가족끼리 따뜻한 대화는커녕 눈길 한번 제대로 주고받기도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가족은 나의 힘>은 가족의 소중함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책을 만드는 일은 언제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전달하는 내용도 정확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독자들의 마음을 살지게 하면서 호기심을 생생하게 일깨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많은 지식과 정보를 싣고 있어도 자유로운 상상력을 억누르는 책이라면, 차라리 읽히지 않는 편이 나을 겁니다.
이 책은 만만치 않은 내용을 참 다채롭고 흥미진진하게 꾸렸습니다. 가족의 정의와 역사, 가족의 사회적 위치와 의미 등을 어린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해 줍니다. 꼭지마다 만화를 앞머리에 두어 읽는 이의 관심을 유도하고, ‘아하, 그렇구나!’와 ‘알고 싶은 이야기’ 같은 팁박스를 통해 가족과 관련 있는 유익한 정보들을 보탰습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 보세요!’에는 부모님에게 드리는 실용적인 조언들이 알토란같이 담겨 있습니다. 가족의 사랑과 헌신으로 장애를 극복한 이 작가는 독자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바야흐로 봄이 한창입니다. 하지만 머리 위로 쏟아지는 환한 햇살과 길가에 핀 꽃들도 무심하게만 느껴지는 슬픈 계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가족의 힘으로 일어서서 다시 한 번 희망의 씨앗을 가슴에 품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