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 책 <산으로 들로 맛있는 딸기 교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지유(과학 논픽션 작가)

 

5월이면 우리집 동쪽 마당은 전쟁터로 변한다. 몇 년 전 심은 산딸기 나무 한 주가 땅 밑 뿌리로 번지고 번져 산딸기 군락지가 되었는데, 우리 집앞을 오가는 사람들이 서로 그 딸기를 따 먹으려 하기 때문이다. 어느날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려는데 앞집 할머니가 오더니 저쪽 집 아줌마가 딸기를 다 따서는  알뜰하게 한 입에 털어 넣었다고 일러준다. 그리고 그 탓에 자신은 하나도 못먹었다고 볼맨 소리를 한다. 아, 왜들 이러시나? 마당 주인인 나야말로 하나도 못먹었다고요!

 

올해도 어김없이 산딸기 나무에 흰꽃이 피었다. 올해는 어떻게든 딸기를 지켜보려고 한참 궁리를 하고 있던 중 ‘산으로 들로 맛있는 딸기 교실’을 받았다. 22살 난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주었다. 태어나자 마자 그림책으로 단련된 청년이라 책을 보는 눈이 날카롭다. 늘 하던 대로 내가 놓치고 지나가는 무언가를 알려줄 것이다. 그런데, 아들의 첫 마디는 이랬다.

 

“애들이 딸기 따러 가고 싶다고 하니까 엄마가 내일 가자고 하네. 우와, 좋은 엄마다!”

 

나는 흠짓 놀랐다. 역시 내가 못 보는 것을 보는 구나.

 

이 책의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마을 신문에 난 딸기 기사를 보고 들쥐 가족이 딸기를 따러 숲으로 간다. 숲에 가서는 다양한 딸기를 구분하고 먹을 수 있는 딸기를 따는데 이때 청개구리 선생님이 등장해 도움을 준다. 쥐돌이네 가족은 그 딸기로 정성스럽게 잼을 만든 뒤 숲속 동물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벌인다. 언 듯 보면 다양한 딸기에 대해 알려주려고  간단한 이야기의 힘을 빌린 것 같아 보인다. 이야기에는 각종 딸기 설명, 잼 만드는 법, 이웃과 그것을 나누는 훈훈함까지 잘 버무려져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일이 누구 때문에 벌어졌느냐는 것이다.  “엄마, 숲의 딸기가 제철이래요. 딸기 따러 가고 싶어.”라고 말하는 아이가 없었다면 이 이야기는 시작되지 않았다. 거기에 내일 딸기 따러 가자고 흔쾌히 맞장구를 쳐주는 엄마가 없었다면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뒤로 딸기를 딸 때도 잼을 만들 때도 파티를 할 때도 모든 활동의 중심은 아이들이다.

 

만약 이야기의 시작이 “얘들아, 딸기 따러 갈래?” 또는 “딸기에 대해 알아볼까.”였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이야기가 되었을까? 시작이 이러하면 그 이야기는 이미 아이의 것이 아니라 어른의 설명이 되어 버린다. 아이들은 그런 행간을 귀신 같이 알아본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나도 딸기 잼을 만들고 싶다. 좋다, 올해는 마당에 있는 산딸기를 따다 잼을 만들어야겠다. 나무 옆에서 밤을 세워서라도 딸기를 사수하고 말겠다! 그리고 숲속 마을 신문의 ‘알도둑 체포’라는 기사처럼 나도 딸기 도둑을 잡아 신문으로 만든 뒤 우리집 담벼락에 붙여 놓을 것이다. 아, 그런데 딸기가 한꺼번에 열리는 게 아니라 2~3주에 걸쳐 조금씩 열린다는 걸 깜빡했네. 잠은 언제 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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