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좋은 어린이 책 <마법 같은 선물이야>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송미경(작가)

 

마법 같은 선물은 바로 너희야
<마법 같은 선물이야>는 주인공 재하가 할머니와 캐나다 고모 댁에 놀러가서 오로라도 구경하고 사촌도 사귀는 단순하고 유쾌한 이야기가 아니다. 재하를 자꾸만 냉정하게 몰아낸다. 아직 준비가 안 된 어린 소년이 당황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재하가 겪고 있는 발견의 시간들을 지켜봐 주고 있다. 가르쳐 주거나 도와주지 않지만 자신을 믿어 주는 할머니가 곁에 있다는 것을 재하는 알고 있을까?

 

작품은 장황한 우주를 묘사하지 않고 오늘 하루 우리가 겪는 아주 사소한 일들과 낯설고 어색한 순간들, 바로 그 티끌 같은 것들을 찬찬히 보여 준다. 거대한 우주에 티끌보다 작은 인간의 하찮은 감정일지라도 그냥 넘어가지 말라고, 오히려 누구에게나 있는 슬픔과 어둠을 좀 더 바라보라고 이야기한다. 재하는 그런 마음 속 어둠을 깊이 들여다본 뒤에야 사촌 에디의 마음도, 이누이트 민족에게 있는 슬픔의 역사도,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오로라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마법 같은 선물은 무엇일까? 이야기는 멋진 풍경에 아이들을 데려다 놓지만 오히려 인물과 관계를 더 깊이 응시하게 한다. 우리가 누군가의 마음을 느끼는 것, 누군가의 공포와 슬픔과 두려움을 내게서도 발견하는 것, 누군가의 눈물이 내게도 눈물이 되고 누군가의 웃음이 내게도 웃음이 되는 그 순간이 마법임을 너무나 가슴 설레게 잘 보여 준다.

 

나는 오로라를 보게 되는 순간보다, 두 아이가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하며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에서 울컥하고 치솟는 뭔가를 느꼈다.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난 아주 사소한 일 때문에 이렇게 내 가슴이 뭉클하다니. 나도 이들의 마법에 걸려든 거다. 서로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은 이 장면에서 기꺼이 웃음을 터뜨리는, 마치 사랑하고 사랑받을 준비가 이미 되어 있었다고 말하는 듯한 아이들의 모습이 어쩌면 이렇게 멋질까. 아이들만의 서툴고 투박한 감정 표현이 생생하게 와 닿는다.

 

‘도시는 너무 밝아서 자연의 빛이 안 보여’라던 고모의 말처럼, 우리는 마음 깊은 어둠으로 내려갔다 온 후에야 새로운 빛을 발견한다. 깊은 어둠 속으로 내려가는 여행은 누구에게나 겁나고 긴장되는 일이다. 그러나 누군가와 함께한다면 우린 기꺼이 더 낯설고 두려운 여행길에 뛰어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재하도 에디도 그렇겠지. 어쩌면 마법을 일으킨 것은 오로라가 아니라 재하와 에디 너희 둘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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