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 박정아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2월의 좋은 어린이 책, <명령하는 왕관>의 추천글입니다. 
 
최근에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다. <겨울왕국>이다. 겨울을 배경으로 눈과 얼음의 차가움과 아름다움을 멋지게 그려낸 것도 좋지만, 진정한 사랑이 주는 위대한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따뜻함이 더 좋은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두 자매인데, 그중에서 언니 엘사 여왕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진정한 여왕으로 거듭나는 결말은 눈시울을 붉힐 만하다. 세상을 온통 결빙시키는 엘사의 저주스러운 능력은 따뜻한 날에 얼음판을 만들어 백성들이 스케이트를 재미있게 탈 수 있게 해 주는 축복받은 능력으로 바뀐다. 같은 능력이지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백성들에게는 전혀 다른 리더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다.

 

엘사의 ‘마법 같은 능력’ 은 어쩌면 이 책에서는 ‘명령하는 왕관’ 과 같을 것이다. 평범한 동물도 왕관을 쓰면 그것을 썼다는 이유로 다른 동물들이 복종하고 따른다. 물론 현실에서는 왕관만 썼다고 왕이 되지는 않지만 왕관이 상징하는 것은 바로 권력이며, 그 권력은 리더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엘사의 결빙 능력이 사랑과 배려의 마음 없이 쓰일 때는 모든 것을 얼려 버리고 세상을 차갑게 만들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너무나 고맙고 소중하게 쓰인다. 권력 또한 그렇다. 무릇 권력이란 한 집단의 리더가 갖는 대표적인 능력이다. 그 리더가 권력을 자신이 이끄는 집단의 공동 목적을 달성하고 구성원들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사용하면 더없이 고귀하게 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처참한 결과를 가져온다.

 

어린 사자 레오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공약)을 하여 왕이 되고,‘명령하는 왕관’을 쓰자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권위와 독재와 잔인함으로 무장해 버린다. 기분이 내키는 대로 법을 바꾸고, 선량한 새들의 날갯죽지를 꺾게 만들었으며, 백성들의 불만이 폭발할 지경에 이르자 다른 나라와의 전쟁으로 시선을 돌려 버린다. 한마디로 비뚤어진 우리 세상사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아기 새 길리가 레오의 왕관을 빼앗아 다른 동물들에게 씌워 주지만 그 동물들도 하나같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을 명령한다. 결국 길리는 왕관을 바다 속에 빠뜨리고 다시 어린 물고기 네로가 그 왕관을 쓰고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다. 열린 결말이지만 우리는 이 동화를 통해 권력을 갖게 된 인간이 어떻게 변하고, 자질이 부족한 리더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된다.

 

Anne L. Barstow는“리더십은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위치에 있음으로 해서 생겨나며, 지배와 통제를 위해 사용되기보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한 능력을 얻고 사람들 간의 협력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고 하였다. 책에서 엿볼 수 있는 리더도 백성을 신하나 아랫사람이 아닌 자신과 동등한 인격으로 받들고, 그들이 진정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다. 사실 21세기가 요구하는 리더의 자질은 수없이 많다. 존경, 유머, 따뜻한 감성, 강력한 카리스마, 화합, 전략과 비전 제시 등 수많은 덕목을 갖춘 리더를 원하고 있지만 세상에 완벽한 리더는 없다. 그러나 분명 존경받는 리더, 누구나 인정하는 진정한 리더가 우리에겐 필요하고 존재해야만 한다. 따라서 나 자신이 리더가 될 수 있고 리더를 뽑을 수도 있는 우리는 진정한 리더에 대한 안목과 함께 자격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을 처음 읽고 나면‘이런 나쁜 왕이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이런 왕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얼마나 괴로울까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이 가진 진짜 묘미는‘이런 리더가 좋다’라고 결론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을 덮고도‘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무엇이었을까? 레오와 네로는 왜 어렸을까? 왕관을 쓴 동물들은 왜 모두 그런 명령을 내렸을까? 등 끊임없이 의구심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 의문점들을 풀어가면서 우리는‘진정한 리더’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이제 아이들에게 리더에 대한 해법을 주지 말고 함께 책을 읽은 후 물어 보자.“넌,‘명령하는 왕관’을 쓰게 되면 어떻게 하고 싶니?”라고. - 박정아(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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