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효제초등학교 사서교사 정재연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여기는 취재 현장!>의 추천글입니다.

 

일과 이웃, 세상을 만나는 책
표지가 꼭 신문 1면을 보는 듯합니다. 글씨체가 굵은 데다, 위아래로 밑줄까지 있어 한껏 강조된 헤드라인 같습니다. 그나저나 제목 아래 전화 받는 아저씨는 참 정신없어 보입니다. 카메라와 마이크가 가득한 시위 현장을 배경으로, 한손에는 빼곡히 적힌 수첩을 든 채 통화 중입니다. 그러면서 눈은 또 다른 곳을 보고 있네요. 수염도 삐죽삐죽, 머리도 더벅머리인 걸로 보아 꽤나 바쁜가 봅니다. 이 사람은 대체 누굴까요? 굳이 표지 구석에 작게 적힌 ‘일과 사람 18 - 기자’라는 총서명을 보지 않아도 기자에 대한 책이구나 싶습니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2010년부터 출간한 ‘일과 사람’ 시리즈가 벌써 열여덟 번째 책을 내놓았습니다. 이 시리즈는 기존에 출간된 직업을 다룬 책들과는 좀 달라 보였어요. 예전 책들은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등 소위 돈 많이 버는 직업을 중심으로 백과사전식 설명만을 담아 다소 딱딱해 보였지요. 그래서 초등학생이 읽었을 때 공감하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일과 사람’ 시리즈는 직업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였습니다. 내 주변에서, 우리 마을에서 매일 만나는 아저씨 아줌마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기에 공감의 폭이 컸고, 의사나 국회의원 이외에도 중국집 주방장, 우편집배원, 소방관, 농부, 채소 장수, 버스 운전사 등 평범하지만 귀한 직업을 모두 다루고 있어서 내심 반가웠습니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반가워할 사실은, 설명이 쉬워졌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일상에 대한 서술과 함께 그림을 통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일 겁니다. 이번 책은 표지에 등장한, 참 정신없어 보이는 그 기자 아저씨를 따라가면서, 기자들이 하는 일을 알게 되는 구조이지요. 기자 아저씨의 하루를 따라가며 몇 시에 일어나는지, 출근은 어디로 하는지, 누구를 만나 무슨 일을 하는지 이야기를 듣게 되는 거예요. 또 기자 아저씨가 핵발전소 반대 시위 현장을 취재하는 하루를 따라가는 중간 중간, 신문의 구성 ‧ 기사 쓸 때 꼭 지켜야 할 것 ‧ 기자의 종류 ‧ 뉴스의 종류 등의 알찬 정보까지 함께 읽을 수 있답니다.

 

무엇보다 진실을 알리는 일이 왜 중요한지, 어떤 기자가 좋은 기자인지를 설명한 마무리는, 기자로서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오늘과 같은 미디어 시대에는 언론의 힘이 너무도 크기에 기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요. 신문의 역사와 기자 정신까지 놓치지 않고 꼬집어 담아낸 작가에게 고맙습니다.

 

알찬 서술과 더불어 섬세한 그림도 책 읽는 재미를 더하지요. 무좀 양말 신은 아저씨 발 냄새에 고양이가 코를 찡그리는 것도, 숨은 그림 찾듯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여기저기 취재하느라 작게 그려진 아저씨 모습도, 책을 보다보면 키득키득 웃음이 나옵니다. 면지 그림도 인상적이에요. 여는 장에는 수많은 기자들의 일상 모습을 담은 스케치가, 나가는 장에는 기사를 읽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섬세하게 담겨 있어요. 그림을 그린 차재옥 작가는 실제로 몇 달씩 기자들을 하루 종일 쫒아 다니며 함께 생활하며 관찰했다고 하지요. 글도 그림도 참으로 성실하게 만들어진 책입니다.

 

남에게 인정받고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아니라, 하루하루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과 평범하지만 소중한 우리네 이야기를 담아낸 ‘일과 사람’ 시리즈.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세상에 대한 관심이 커졌음을, 내 주변을 바라보는 눈이 부쩍 자랐음을 문득 깨닫게 되리라 믿습니다. - 정재연(서울효제초등학교 사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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