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동하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월의 좋은 어린이 책, <감꽃이 별처럼 쏟아지던 날>의 추천글입니다.


 

세대 간의 소통과 교감을 이끄는 동화
우현옥의 장편 동화 《감꽃이 별처럼 쏟아지던 날》을 읽고 나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자 녀석들을 먼저 생각했다.

 

나는 여러 해 전에, 그 아이들의 입학 선물로 재미있는 이야기책을 한 권 써 주겠노라고 약속했는데, 지금까지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50년 가까이 소설을 써 왔지만, 정작 어린이들에게 읽힐 이야기를 쓰는 일이 도무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쉽기는커녕, 소설 쓰기보다 오히려 어렵기만 해서 아직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란 생각 때문에 이래저래 조심스러워서일까. 아니면, 내 안에는 이미 저 맑은 동심이 거덜나 버린 탓인가. 알 수가 없다. 딱한 것은, 사정이 그런데도 내 욕심은 여전히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책을 꼭 한 권쯤 갖고 싶다는 데 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두 번째로 생각한 것은 김동리 선생(1913~1995)의 말씀이었다. 《무녀도》 《황토기》 등 많은 명작 소설을 남기신 선생은 문학 이론에도 두루 밝아서 일찍이, “아동 문학은 무엇보다 이상주의에 뿌리를 두고 시적인 정서와 분위기를 중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쉽게 풀이하면, 동화나 동시 등 어린이를 위한 글은 무엇보다 아름다운 꿈과 감정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이 책이야말로 바로 그런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하지만 타고난 맑은 성품을 잃지 않고 자라나는 시골 아이들의 생활에서 우리는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다. 미래 세계의 주인공이 될 아이들에게 이 동화는 사랑과 우정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이 보여 주는 우리 자연환경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이야기한다. 게임, 영화, 만화는 물론, 어린이를 위한 책들조차도 폭력과 증오와 선정성이 온통 넘쳐 나는 요즘 풍토를 생각할 때 이는 참으로 소중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시골 마을 아이들의 신 나고 즐거운 생활과 우리나라 자연환경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분위기가  읽는 이의 마음에 깊이 심어지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이 작품의 무대가 되고 있는 시골 마을은 아무리 가깝게 잡아도 1970년대의 것일 터이다. 최소한 40여년 세월 저쪽에 속해 있는 세계다. 따라서 오늘의 어린이들에게는 도무지 낯설기만 한 부모 또는 조부모 세대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된다. 그랬다. 부모 이상의 세대는 대부분 그런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도시로 왔다. 그러므로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나 인물들에 무척 친숙하다. 친숙할 뿐만 아니라, 더할 나위 없이 진한 향수를 느끼게 마련이다. 오늘의 나를 만든 세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이 시대의 대다수 어린이들에게는 ‘보리 서리’며 ‘감자 서리’는 물론 ‘호드기 만들기’나 ‘찔레순 먹기’ 같은 이야기는 너무나 낯설 것이다. ‘똥장군’이나 ‘거머리’ 얘기엔 질겁할 게 분명하다. 아마도 저 아프리카의 미개 사회 이야기쯤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봉희’와 마을 아이들이 연출해 보이는 이 이야기를 읽어 가는 중에 자연스럽게 놀람과 감동으로 그 세계를 받아들이고 이에 흠뻑 빠져들리라 믿는다. 그럴 밖에! 그 아이들이 가난 속에서도 어떻게 우정과 사랑을 키웠고 대자연의 신비를 경험했는지를 저마다 가슴 깊이 느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작가 우현옥이야말로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마지막 체험 세대에 속한다. 그런 작가가 어린 시절의 체험담을 진솔하게 펼쳐 보이는 이 감동적인 이야기를, 미래 세대인 우리의 모든 어린이들이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 이동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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