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좋은 어린이책 <열한 살 미영>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미영(어슬렁, 생활예술가)
1983년에 아홉 살이었던 나, 이미영
연말연시라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웃고 떠들기에 좋은 때다. 연말맞이 모임에 음식을 준비해 준 친구에게 <열한 살 미영> 을 선물했다. 책을 펼쳐보며 모임은 갑자기 '핫'해졌다.
“나 이 사진 있어!!!”, “앗, 나도!”, “나도!! 아하하하하”
지인들은 까만 타이즈와 쫄쫄이 티셔츠를 입고 손에 뭔가를 들고 있는 사진을 보며 거의 동시에 외쳤다. 각자 다른 기억이지만 같은 상황이라고 느끼는 사진. 각자의 사진에서 자기가 왜 그런 표정이었는지, 그때의 이야기들을 생생히 기억해 내며 앞다투어 꺼내 놓느라 테이블이 따뜻해졌다.
시험 볼 때 가방으로 칸막이를 만들어 가리던 일, 다이얼로 채널을 돌리던 컬러 텔레비전과 오래 들어 늘어진 카세트테이프, 교실 마룻바닥을 청소하던 일, 못난이 삼형제 인형 등등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와 추억은 끝이 나질 않았다.
이날 모임에는 그저 이름만 알고 지내던 사이들도 있었는데, <열한 살 미영>으로 인해 어린시절 추억들을 나누고 단박에 공감대가 생겨버렸다. 모두들 1983년에 아홉 살, 열한 살, 열두 살 정도였다.
그 자리에 있던 어린 친구들과는 지금까지 있는 것과 영 달라진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예전에 나는 어른들이 옛날 이야기에 열을 올리면 재미없어 하기도 했는데 이 친구들, 책의 사진들을 함께 보며 나누는 이야기라선지 흥미롭고 재미있는 모양이다. 몇 년 전부터 '응답하라' 드라마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복고 스타일이 유행하며 젊은 친구들 사이에 '뉴트로(New+Retro)'라는 트렌드가 생기고 있던데, 그래서인지 코드가 맞았다.
1983년에 아홉 살이었던 내 이름은 이 책의 주인공처럼 미영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에는 이미영A, 이미영B, 김미영A, 김미영B, 박미영, 서미영, 오미영, 한미영이 있었다. 당신도 비슷한 또래라면 적어도 한 명 이상의 미영이라는 친구가 있거나, 아마 당신의 이름이 미영일 것이다.
<열한 살 미영>은 내 이야기고, 내 친구들의 이야기다. 친구들과는 물론 부모님과도 나눌 수 있는 추억들이 가득하고, 아이나 조카가 있다면 책에 담긴 사진들로 이야깃거리가 풍부할 거다. 책의 좋은 만듦새는 나와 내 친구들의 깨알같은 추억을 선물처럼 엮어 주었다. 올겨울 따뜻한 시간을 만들어 주는 책으로 <열한 살 미영>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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