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좋은 어린이책 <엄순대의 막중한 임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정현이(부산 동신초등학교 교사)

 

마음과 생각이 건강한 아이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유쾌한 이야기
같은 집, 교실, 학교에서 생활하는 사이라도, 우리는 단 한 명도 생각과 마음이 똑같을 수 없다. 『엄순대의 막중한 임무』에는 서로 무척 다르지만 함께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야기 네 편 「빛의 용사 구윤발」, 「엄순대의 막중한 임무」, 「빼못모 회장 황소라」, 「아주아주 낙천적인 정다운」의 등장인물들은 가족과 친구를 통해 ‘나’와 ‘너’가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정연철 작가는 아이들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 세심함을 지녔다. 아이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글로 담았다. 김유대 화가는 인물들을 쾌활하고 살아 있는 표정들로 코믹하게 표현해서 표지 그림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야기 「엄순대의 막중한 임무」에 나오는 엄순대의 이름은 엄재범이다. '개미 시장 순대 할머니'의 손자라는 이유로 ‘엄순대’라고 불린다. 순대는 이유야 어찌 되었든 학원을 그만두는 것이 세상 기분 좋은 평범한 아이다. 그런데 순대 장사를 하던 할머니가 치매에 걸린다. 엄마는 할머니의 순대 가게를 맡고, 재범이는 엄마를 대신해 ‘할머니 돌보기’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범이는 할머니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1인 2역을 하며 할머니와 잘 지내는 법을 알아낸다. 그런 재범이의 모습은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빼못모'는 '빼빼로를 못 받은 사람들의 모임'을 줄인 말이다. 「빼못모 회장 황소라」의 주인공인 3학년 소라는 자신을 "우리 반에서 나는 짜장면이나 짬뽕을 주문하면 달려 나오는 단무지나 양파 같은 존재다."(81p)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소라는 덩치가 좀 크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없어도 기죽지 않는다. 소라의 건강한 마음이 결국에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마음을 움직여, ‘빼못오’라는 아주 특별한 모임을 만들게 된다.


「아주아주 낙천적인 정다운」에서, 담임 선생님이 ‘도움이 필요한 친구’라고 소개한 다운이는 주인공인 ‘나’의 눈에는 그저 닮고 싶은 친구이다. 「빛의 용사 구윤발」에는 4학년인데 말도 잘하지 못하고 발음도 이상한 오빠 윤발이와 여동생 구윤지의 이야기다. 다른 아이들과 달라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기도 하는 윤발이는 지진이 날 때 윤지를 지켜 주려 애쓴다. 윤지는 오빠를 지켜 주는 든든한 여동생이지만 사람들이 흘끔거리는 게 싫어서 학교 가는 길에 오빠를 그냥 두고 간 적도 있다. 윤지네 가족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지만, 평범하든 그렇지 않든, 윤지네 가족은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보호자이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모두가 ‘나’만 생각한다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행복해질 수 없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내가 ‘나’를 바꿀 수는 있다. 『엄순대의 막중한 임무』는 마음과 생각이 건강한 ‘나’들이 주변을 바꾸어 가는 이야기이다. 이 책 속 건강한 생각과 마음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오롯이 전달되어,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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