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좋은 어린이책 <안녕, 우주>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기연 (고양시 모당초등학교 교사)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학교에서 매일 만나는 친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너무 많이 비슷해서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서 등장인물의 이름이 아니라 다른 이름이 계속 맴돕니다.

 

소심한 아이가 등장합니다. 싫어도 말 못하고, 학교에서 괴롭히는 친구가 있지만 도망다니기 바쁘고, 좋아하는 아이한테 인사도 건네지 못하지요. 또 혼자 다니는 아이도 있습니다. 조금 장애가 있기도 하지만 똑똑하고 자신감이 있어서 예쁘게 보입니다.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내는데 그 모습이 짠합니다. 엉뚱한 아이도 있습니다. 스스로 점성술사라 믿고, 엉뚱한 옷차림이나 행동을 하곤 합니다. 그래도 친구들 고민을 잘 들어주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합니다.

 

반에 한 명씩 있을 법한 남을 괴롭히는 덩치 큰 아이도 있습니다. 남보다 강해야 하고,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몰라도 허세가 가득합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모습이 엿보여 걱정입니다.

 

이렇게 낯익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학교 얘기가 아니라 <안녕, 우주>라는 책 얘기입니다. 이 네 명의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그리고 덩치가 있고 못된 짓을 하는 아이인 ‘쳇’이 소심한 아이 ‘버질’의 애완동물을 우물에 빠뜨리면서 그들 넷의 삶과 우주가 얽히게 되는 일상의 모험을 그려냅니다.

 

이야기를 읽는 동안은 계속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걱정했던 만큼 큰 사건은 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면 별로 대단한 모험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는 저는 우물에 빠져 있는 버질을 정말 많이 걱정했습니다. 물론 읽는 이들마다 감정이입 되는 인물이 다를 수 있고, 가슴에 와 닿는 부분도 다 다를 것입니다. 이 책은 보는 이들마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문학이니까요. 하지만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들이 생생하다는 점입니다. 그림이 없는데도 머릿속에서 모든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우리 반 아이의 일처럼 쉽게 감정 이입해서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어떤 이들은 눈에 물이 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조금 울었거든요. 무엇보다 소심했던 버질의 변화가 반갑고 통쾌하고 즐겁습니다. 우정을 나누게 된 카오리와 발렌시아의 모습도 반갑고, 지금껏 못된 쳇이 바뀌게 될 것만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이 책은 조그마한 용기와 우정이 소외시키거나 괴롭히는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한마디 말을 꺼내는 용기에서부터 삶은 변화될 수 있는 거겠지요. 역시 ‘뉴베리’ 수상작,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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