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좋은 어린이책 <가장 완전하게 만든 MOOMIN>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혜진 (월간 학교도서관저널 그림책신간추천위원)

 

무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해 온 독자들은 당장 이 책을 읽어야겠다. 틈만 나면 무민 골짜기 세상의 등장인물들과 그 속사정에 대해 경쟁하듯 열변을 토하는 팬들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완전하게 만든 MOOMIN》은 무민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무민 도감이라 치면 이만한 도감이 없다. 이 책을 쓴 영국 작가 필립 아다와 시나리오 작가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무민 마니아들로,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그 자료들을 기반으로 무민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분석했으며, 원작자 토베 얀손의 삶에 대해 군더더기 없는 설명까지 곁들여 무민 골짜기 세상을 정리했다.


북유럽 공기 같은 푸른빛 책장을 펼쳐 친절히 설명된 머리말을 읽고 나면 본격적인 무민 찾기가 시작된다. 무민의 생김새와 사는 장소, 습관과 성격, 좋아하는 음식과 무민을 만날 수 있는 계절 등의 정보가 빼곡하다. 토베 얀손의 초기작, 연필 스케치와 도판, 사진 자료들을 보는 동안 책의 엄청난 두께와 무게는 어느새 잊어버린다. 등장인물들이 많아서 읽을 때마다 헛갈렸던 낯선 캐릭터들의 특징이나 관계도 빠짐없이 담겨 있다. 캐릭터 소개에 이어서 무민 골짜기에 흐르는 음악과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용을 곱씹으며 아껴 읽고 싶을 정도이다. 무민에 대한 모든 설명이 끝나고 토베의 이야기로 빠져들다가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아쉬움 섞인 한숨이 절로 나올 것이다.


핀란드 겨울 전쟁 당시, 참혹하고 무기력한 현실에 맞닥뜨린 토베 얀손의 유일한 위안은 동화를 쓰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먼 길을 여행하다가 생사를 건 모험을 겪고 지친 몸으로 돌아와도 늘 따뜻하게 맞이해 줄 토베의 상상 속 휴식처, 무민 골짜기의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다. 전운이 감도는 시기에 태어나 크고 작은 전쟁을 겪은 토베에게는 참전 후유증에 시달리던 아버지와 성실하고 따뜻한 성품의 어머니라는 두 가지 세계가 공존했다. 그래서 토베는 부모님에게 영감을 얻어 아빠 무민과 엄마 무민을 탄생시켰다. 뿐만 아니라 가까운 친구나 친척들의 내면을 무민 골짜기의 여러 캐릭터들에 그대로 반영했고, 계층과 인종의 구분이 아닌 다양한 성격적 특징을 지닌 존재들로 설정했다. 또 무민 골짜기의 숲과 바다와 섬에 핀란드 전역의 풍경을 고스란히 그려 넣어, 무민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듯 실재성을 더욱 견고히 했다. 핀란드의 위대한 동화 작가인 토베 얀손의 삶과 토베가 무민 작품을 시작하기까지의 뒷이야기들을 통해 무민 골짜기 세상의 구석구석까지 더욱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캐릭터가 어쩌면 이토록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을까? 토베 얀손의 자유로운 가치관과 혁명적이며 독립적인 삶의 태도가 그 원천일 것이다. 그 때문에 무민 캐릭터에 대한 풍부한 정보도 중요하지만, 토베의 작품 세계를 담은 뒷부분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도록 간결하고 쉽게 정리된 글을 읽다 보면 독보적인 작품을 만들어 낸 토베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가득 전해진다. 또 어떤 교육적 이슈나 철학적 과제도 강요하지 않고 느긋하고 편안하게 삶의 진리를 전하는 토베에 대한 그리움도 묻어난다. 이제 무민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들이 고민할 일은 없겠다. 궁금하면 언제든 《가장 완전하게 만든 MOOMIN》을 펼치면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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