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좋은 어린이책 <빨래는 지겨워>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송언(동화작가)

 

발상의 신선함

웅진주니어 문학상 수상작인 하서찬의 첫 동화집 <빨래는 지겨워>에는 세 편의 단편동화가 실려 있다. 이들 동화를 관통하고 있는 특징은 ‘발상의 신선함’이다. 나는 이것을 생기발랄한 문학적 상상력이라고 본다. 정말 그러한가, 세 편의 동화 속으로 여행을 떠나 보자.

 

1. 빨래는 지겨워

빨래는 왜 지겨운가.

엄마 아빠가 부부 싸움을 하면, 아이가 엄마 아빠를 빨아서 빨래처럼 널어 말려야 하는데, 엄마 아빠가 허구한 날 부부 싸움을 하니, 아이에게 빨래는 지겨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부부 싸움이 아이들을 얼마나 힘겹게 하고, 마음을 멍들게 하는 지를 말해 준다. 빤한 이야기를 전혀 빤하지 않게 풀어 나가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교생이 빨래를 하지 않고 전원 등교하는 게 꿈이 되어 버린 학교. 부부 싸움이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아 가는 요인이라는 걸 아프게 각성시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재미있다.

 

2. 빵이 된 동생

 ‘엄마가 외출한 뒤 동생은 빵이 되었다.’

이런 거침없는 문장으로 이야기의 포문을 열어젖힌다. 머뭇거림 없이 앞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이야기 전개는 사뭇 매혹적이다. 한순간에 독자의 멱살을 잡아끄는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남게 된 나에게 빵이 된 동생이 불쑥 나타났다는 설정은 얼마나 환상적인가. 게다가 평소에 내가 너무나 먹고 싶었던 ‘초코 카스텔라’ 빵으로 변해 버렸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 빵을 먹고 싶기는 한데, 그 빵이 하필이면 동생이기 때문에, 차마 먹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그냥 먹어 버릴까. 참고 먹지 말까. 이런 심리적 갈등도 이야기를 출렁거리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새롭고 엉뚱한 상상력은 아이들을 즐거운 판타지 세계로 안내한다. 결국 동생인 빵을 먹고 나는 풍선이 되어 방 안에서 둥둥 떠다닌다. 엉뚱 발랄한 상상력이 탄생시킨 흥미로운 이야기. 아이들도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 게 틀림없다. 

 

3. 악어가 된 엄마 아빠

세 단편 가운데 문학적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이 이야기 역시 부부 싸움이 소재다. 아들이 미술 대회에서 큰 상을 타 왔는데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으르렁거리며 부부 싸움에 몰두하는 부모. 아들은 부부 싸움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에 빠져든다. ‘악어 같아. 날카로운 이를 가진 악어. 차라리 엄마 아빠가 악어가 되었으면 좋겠어.’라고.

그 즉시 엄마 아빠는 악어가 되어 동물원의 우리에 갇힌다. 악어가 된 엄마 아빠는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담배꽁초와 돌멩이, 과자 등을 맞아야 하는 가련한 신세가 된다. 그 때문에 아들은 학교 대신 동물원으로 가서 엄마 아빠를 안전하게 지켜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동물원의 관리인이 귀띔해 준다. 진정으로 행복한 가족이 되면 마법에서 풀려날 것이라고. 결국 아들의 노력으로 어렵사리 마법에서 풀려난다는 이야기. 행복한 가족이야말로 모든 어린이의 소망이란 걸 새로운 방향에서 각인시켜 주는 멋진 작품이다.

 

신선한 발상, 새로운 상상력을 한껏 발휘하며 한 신인 작가가 등장했다. 기꺼이 축하해 줄 일이다. 많은 어린 독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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