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좋은 어린이책 <여행 가는 날>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송지연(초록우산어린이도서관 사서)​

 

삶도 죽음도 여행

삶과 죽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 만약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삶이 이토록 소중하거나 아름답게 여겨지진 않을 것이다. 유한한 삶이기에 우리는 삶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이리라.

 

점점 ‘죽음’을 다루는 그림책들이 늘어나고 있다. 죽음과 관련된 그림책이나 책들에 늘 관심을 기울이는 편인데 그 목록에 당당히 서영 작가의 『여행 가는 날』을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표지부터 마음을 움직인다. ‘여행 가는 날’이라는 제목뿐만 아니라 봄날 하늘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표정에 벌써부터 여행의 설렘이 전해진다. 그런데 할아버지 옆에 있는 투명하고 작은 아이의 존재가 거슬린다. 이렇게 표지에서 독자들은 설렜던 마음 한편에 작고 투명한 존재에 대한 의심의 싹을 키우며 책장을 넘길 것이다.

 

혹시나 했던 의심은 역시나 그 작고 투명한 존재가 ‘저승사자’임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저승사자의 모습도 그렇고 전체적인 내용도 그렇고 전혀 무겁지 않게 ‘죽음’을 그려낸다. 할아버지는 정말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달걀을 삶고, 장롱 밑 동전을 꺼내 여비를 마련하며, 할머니가 마중 나온다는 말에 얼굴에 팩도 하고, 오래됐지만 아끼는 양복도 꺼내 입는다. 이렇게 소소하고 일상적이며 구체적인 묘사는 죽음이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일상’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할아버지의 말과 행동은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쉽고도 따뜻하게 표현했다. 삶이 여행이듯이 죽음 역시 여행임을 특별한 클라이맥스 없이도 아주 잘 녹여내고 있다.

 

보통 ‘죽음’을 다룬 책들을 보면 남겨진 자들을 위한 내용이 많다. 죽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누구나 죽는 것이니 그리 슬퍼하지 말고 이겨내라며 힘을 주는 책들. 하지만 이 책은 온전히 ‘죽음을 맞이한 자’의 시선으로 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어조는 어떠한가? 자기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아버지와 어머니, 부인을 만날 생각에 설레어하는 할아버지의 말투는 시종일관 할아버지의 여행을 응원하고 싶게끔 만들어 준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꼭 봤으면 한다.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슬프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죽음을 미리 준비하고 곁에 가까이 두어야 한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결국 삶도 제대로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나도 할아버지처럼 생의 마지막 순간, 행복했던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먼저 떠난 가족과 벗 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어하며 여행을 준비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허투루 삶을 낭비해선 안 될 것이다. 폭염으로 몸도 마음도 지치는 요즘, 봄날처럼 따듯함이 느껴지는 그림책을 만나 더없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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