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책 <불편한 이웃>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기규(어린이책 작가, 인권배움터 봄 활동가)


불편하다는 말의 무게를 그들은 느꼈을까?
유승희 작가의 《불편한 이웃》은 토끼와 고라니, 멧돼지와 염소가 나오는 동물들 이야기다. 하지만 읽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멧돼지에게 항의하러 갔다가 무릎을 꿇으며 사정하는 고라니의 모습에서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릎을 꿇은 장애인 학생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고, 꽃슴이의 아픔을 외면하고 있는 노루 선생님의 모습에서 학생 이름 대신 무심하게 ‘다문화’라고 부르던 한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사례가 떠올랐다. 종이 다르지만 용기 있게 결혼을 선택한 고라니와 염소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친구의 연조차 끊어버린 동물들의 모습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인정받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꽃슴이네 가족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눈앞에 보이지 않기를 바랐던 동물들의 모습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 젖은 단식을 두고 조롱하고 비웃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였다. 마지막으로 어른 동물들이 만든 차가운 세상에 영향을 받은 어린 동물들의 모습들은, 세상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옮겨져 있는 오늘날 학교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마을에 사는 동물들에게 꽃슴이네 가족은 ‘불편한 이웃’이었다. 동물들은 “어차피 같이 사는 세상인데, 남들 생각에도 좀 맞춰 주는 게 좋지 않을까? 다들 불편해하잖아.”라고 말한다. 사실 “당신들은 불편하다!”는 말은 사람들이 소수자들에게 너무나도 쉽게 하는 말이다. 그들은 나와 다른 소수자들을 보고 싶지도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도 않다. 그들은 매우 쉽게 불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이 얼마나 잔인하고 칼날같이 날카로운 말인지는 전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불편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꽃슴이를 괴롭혀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고, 꽃슴이 가족의 정당한 항변은 듣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심지어 꽃슴이네 가족에게 누명을 씌우고 나서 그것이 토끼의 짓이라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 자신들을 불편하게 만든 ‘불편한 이웃’ 때문이라고 말하면 너무나도 손쉽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중요시하고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던 동물 마을이, 사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은 끔찍한 마을이었다는 진실을 대면하지만, 그들은 손쉽게 그 진실을 외면하였다.

 

꽃슴이네가 쫓기듯 이사를 간 뒤, 이 가족이 불편하다고 함부로 이야기했던 동물들은 그 말을 내뱉은 자들이 지어야 할 무거운 책임을 깨달았을까? 아니면 ‘불편한 이웃’을 떠나보내고 나니 이제 다시금 서로 돕는 평화로운 동물 마을이 되었다고 믿고 있을까? 차별과 혐오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외치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 질문은 우리 모두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불편한 이웃》은 동물들의 이야기였지만 사실 우리 사회의 이야기였고, 다름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도 인정하려고도 하지 않는 우리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무거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나는 무겁고 슬픈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이 책이 반드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다. 나이 든 세대와 새로운 세대가 우리 사회에 슬프고 고통스런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이야기해 보는 것에서 새로운 희망은 시작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 책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쉽고도 재미있다. 이렇게 쉽고도 깊이 있는 어린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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