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2 - 아픔, 잃어버린 것의 그림자 그리고 마법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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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왕국 2,3 을 3분 만에 보이는 데로 집어왔다.
아니, 왜 8시에 닫는 도서관인가.
8시에 도착했는데 ㅠㅠ 

요시모토 바나나는 접신을 해본게 아닐까.
사람을 꿰뚫고 있는 시선들에 전율.
얼마만큼 특별한 경험을 해본 것일까에 전율.

못난이 3개 1000원
카스 맥주 1350원
진로 포도주 1890원 

뇌를 마비시키며 감성만 남게 하는 것이,
아리까리 한 것이 아주 책을 읽기 좋은 상태에 돌입.
내일은 왜 월요일인가. @#$$%%^

"안 그래도 우리는 아주 소박하게 사귀고 있었다.

우리 둘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거의 완성되어 있으면서도 언제든 아메바처럼 형태를 바꾸니까. 둘이서 연애라는 식물을 키우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쪽이 웃자라면 저쪽을 살짝 자르고  비가 오래 오면 화창한 날에 햇볕을 듬뿍 쪼여 주고, 어느 쪽이 물 주는 것을 깜짝 잊으면 한동안은 꼼꼼히 물을 주고, 그렇게 서로가 힘을 합해 조금씩, 커다랗게 키워 가는.

 
P41 왕국. 2

"왜 이렇게 좋아지는 것일까. 하고 종종 생각한다. 그는 사소하지만 늘 의외로움을 보여주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표정, 생각지도 못한 몸짓. 나르시시트는 아니지만 자신의 내면만 보고 생확해서인지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과 얼굴이 청결하기는 해도 그것은 바깥을 향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목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청결함이었다. 그리고 웃는 얼굴이 각별했다. 눈이 가늘어지면서 덧니가 살짝 보이면, 아, 지금 그렇게 다시 한번 웃어봐, 하고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시간의 흐름의 허망함을 되새겼다.

그와 함께 있으면 무엇이 떠오를 듯 하다. 멀고 먼 옛날의 소중하고 그리운 무언가가.
...
지금이 지금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연애라는, 아주 당연한 것을 나는 그를 통해 처음 알았다.
 

p44 왕국 2 

"이 도시에는 지금의 나 같은 기분으로 사는 사람들이  . 일은 바쁘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는데, 무엇에선가 동떨어져 있는 듯 어중간하게, 살아있는 것인지 죽어있는 것인지 모를 기분에 갇혀 지낸다.

밤을 어슴푸레 뒤덮고 있는 이 최면술 속에.

최면술 속에서 사람은 영원히 살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느끼지 못하는데 왠지 외롭고 왠지 부족하고 따분하고. 그러다 죽으면 없었던 일로 하고 다시 최면술 속으로 돌아가 영원히 눈을 뜨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되었다.

죽은 사람은 유령이지만, 살아 있으면서도 갖가지 절박함을 덜 느끼기 위해 유령처럼 되어 버린 사람들이 이 곳에는 많았다. 야생아인  나조차 이렇게 조금은 영향을 받고 있으니까. "


P54

" 이 생활 속에는 그런 괴로움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이 편한 면도 있다. 마음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괴로움도 흐릿해진다. "

코렉트, 빙고!
나는 철저하게 자아와 세뇌의 힘을  믿는 편이다.
세뇌의 주체는 내가 될 수도 있어서 철저히 세뇌시킴으로서
괴로움을 흐릿하게 할 수 있다.
하고싶은가, 안하고 싶은가의 문제다.

이게 일상을 공유하는 옆사람으로서는 꽤나 괴로운 모양이다.
뭘해도 스스로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으니까 그렇지,
라는 대꾸를 듣는게 바람직하지는 않겠지.
나도 이걸 듣기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건 알아서
아무나에게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쩌겠어. 본인도 잘 생각해보면 그럴걸.

나도 잘 생각해보면 그렇다. 

자아의 힘은 의외로 대단하다.
안 느껴진다면 한번 테스트해보시길.
모든건, 내가 그렇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모든건, 내가 그렇게 하고 싶기 때문에 발생'한다.

파울로 코엘료가 말하는  '지표'는 결국 내 안에 있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흑 술 다 떨어졌다. 아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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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되기 5분 전 마음이 자라는 나무 20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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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중-고를 거치며 겪었던 많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학교가 삶의 전부였던, 학교와 친구들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던 그 시간들 속에서
내가 했던 고민들은 지금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친구는 많지 않았지만
친구가 많은 아이가 되고 싶었고
후카처럼 존재 만으로도 사람들을 웃게 했던 그런 아이가 부럽기도 했었다.  

늘 100% 친구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 100% 친구에게 다른 친구가 생기는 순간 마음에 화르륵 불이 붙었었다. 
선생님에게 인정받고 칭찬받고 주목받는, 선생님과 농담을 주고 받는 아이가 미웠었다. 
남들이 왕따시키는 아이는 나도 왠지 싫었었다. 
무시당하는 느낌은 죽도록 받기 싫었었다. 
하나하나 돌이켜보면 어느 하루도 무난하게 지나간 날들이 없어 보였고
아주 작은 일 하나에도 얼마나 괴로워하며 고민을 했었더랬는지.

다이어리는 쉽게 꽉꽉 차고 너무 괴로워서 일기장은 금새 폭주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신촌 엔젤리너스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에미짱과 유카에게 나를 투영했고
스트레스성 안구질환도 오지 않았지만 받은 스트레스의 강도는 비슷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선물받으며 '이인칭'이라 처음엔 좀 어색한데 읽을수록 빠져든다고 해요,
나중엔 눈물도 난다던데요, 라는게 추천사였는데
꼭 그 말대로 내가 읽게 되었다.  

책의 화자는 나중에야 밝혀지고, 주인공 이름으로 글이 시작하지만 한 단락 뒤에 나타나는 "후미짱, 이제부터 네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라는, 다른 폰트로 씌여지는 글의 시작이 독특했다. 마지막 한 챕터는 나름대로 책의 반전이랄까.   

 책을 읽으며 이제 중 2학년인 내 동생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었다. 아무리 아이가 둔하다고 해도 친구 관계가 가장 큰 고민이 아닐까.
어떻게 하면 내가 바라는 '친구'로서의 '나'가 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누구든 한번은 하지 않을까.  

에미짱의 교통사고로부터 사건은 시작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의 '학생'들이 하나씩 등장해 이야기를 펼쳐간다.
하나하나 친구를 소개받듯, 에미짱으로부터 유카, 후미짱, 니카니시, 호타, 미요시, 하나, 사토, 니시무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그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함께 나의 학교생활이 스쳐 지나간다.
꼭 한번에 읽어야 이야기에 잔뜩 몰입되어 마지막까지 에미짱의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아마도, 눈물 한 방울쯤 흘리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담담하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만, 그 고민들이 꼭 내가 했던 고민들이라 너무너무 공감하게 된다.

"진짜 걱정스러운 것은 아무도 초콜릿을 안 주면 어떡하지, 가 아니라 '아무에게도 초콜릿을 못 받음 비참한 심정을 남들에게 들키지 않게 잘 감출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p202 사토의 독백.  

"너는 평화를 좋아한다. '전쟁'으로 이기는 것보다 '평화'를 유지한 채 적당히 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p92 호타 편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노, 땡스. 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관계는 지금도 어렵지만, 집단 속에서 '모두'와 함께 잘 지내야했던 그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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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동안 읽은 권 수 : 25권
올해의 작가 : 로맹가리, 에밀 아자르, 오에 겐자부로
평가 :  지나치게 편중된 책읽기. 업무를 위한 책읽기 늘리기, 서양서적으로 이동할 것
과제 : 세르반테스, 도스또예프스끼, 김연수, 오에겐자부로, 다자이오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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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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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부분은 77페이지다. 물론 나는 술책을 동원하고 있다. 이 글에서 무엇보다도 나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언어가 일단 발음되고 쓰이면, 출구와 비상구를 메워버리고 확실성이라 불리는 창살을 창에서 떼어버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크라폴레트crapoleette'라는 단어를 예로 들어보자. 그것은 사초 바네티 사건과 이민 문제의 중심 요소일 뿐 실제의 의미는 없다. 따라서 이 단어에는 희망이 있다. 익숙해진 일상적 의미가 없으므로 뭔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언어와 언어 사이의 공백이 그런 기회를 줄 것이므로 나는 이 책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

 

*사초 바네티 사건 : 1920년 미국 보스턴에서 강도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이탈리아인 사초와 반체티가 가난하고 급진적인 신념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고 처형된 사건.

 

p118-119

 

 

이따금 상당히 강렬한 고통이 찾아오는 일이 계속되었다. 크리스티안센 박사의 말에 따르면 그것은 고통이 아니라 불안이었지만 그는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렇게 말한 것 같다. 알리에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 탁자, 벽에게 다가가 그것들을 쓰다듬곤 했다. 그것ㄷ르이 일상적이고 익숙해진 착한 개들이라는 것, 내게 달려들어 목을 조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나한테 납득시키기 위해서였다.

그 형태가 사람의 부재를 표상하는 듯 했기 때문에 의자들은 특히 나에게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p 131

 

나는 익명으로 남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익명의 시골 익명의 망ㄹ에서 익명의 여자와 익명의 사랑을 나누어 역시 익명의 가족을 이루고 익명의 인물들을 모아 새로운 익명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두렵다. 내무부 장관이 두렵다. 내무부 장관은 종국에는 사람의 내면까지 알아내는 법이니까.

 

p137

 

아자르, 다른 변호사를 찾다보시오. 나는 이 일에서 손을 떼겠소. 당신이 이미 나에게 말한 걸 살펴봅시다. 예의 약국에 폭탄을 떨어뜨린 것도 당신의 소행이고, 서른두 건의 노인 폭행 사건을 저지른 사람도 당신이오. 당신의 진짜 이름은 하밀 라자이고, 신원 미상의 신부를 낙태시켰으며, 포주이자 비밀경찰이오. 바로 당신이 벤 바르카이자 CIA 요원이자 KGB요원이오. 지금 말한 그 새끼 고양이 거늘 제외한다 해도 말이오. 혹시 원자폭탄도 당신 소행 아니오?

 

p138

 

할아버지는 자기 아내가 유태인이라서 싫어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코사크이이긴 했지만 반 유태주의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가 아내를 싫어한 것은 자신이 그녀를 학대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아내에 대한 학대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원한도 심해졌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심리 아니겠는가.

 

p150

 

나는 비단뱀이 되었다가 그 다음에는 어딘가에 덜 소속되기 위해 책이 되었다. 나는 스스로를 통제하고 장악하고 저작권을 챙겼다. 내 안에는 서로 싸우는 두 사람, 내가 아닌 인물과 내가 되고 싶지 않은 인물이 있었다. 죄의식은 명백한 증거를 들이대며 줄곧 나를 압박했고, 주위에서는 일상성과 익숙함이 계속되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서 좀 더 멀어지기 위해 날마다 나 아닌 존재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p 154

 

변호사는 네개가 된 내 눈 사이를 바라보았다. 지금 내게는 눈이 둘 뿐이다. 하나는 나를 감추기 위한 것이고 하나는 나를 바라보기 위한 것이다. 상태가 좋지 앟을 때면 내 눈은 50쌍이 된다. 그래서 도처에 있는 익숙함과 일상을 보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p186

 

로맹가리는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해
에밀 아자르가 되어 쓴 자기앞의 생으로 큰 상도 받았다. 

왜 이렇게 했을까, 라는 질문으로 두 세명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전혀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낸 의견이 이미 굳혀진 자신의 네임밸류와 이미지를 깨고 자유롭게 쓰고 싶은 작품을 쓰기 위해, 였다.

아마도 소설가의 고민이지 않을까, 하는 것에 대한 일반인의 상상이라고 생각된다.

 

가면의 생은 에밀 아자르 장편소설이라는 저자명과 장르를 달고 있으나 ... 로맹가리의 이야기이고 자전적인 수필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이 책은 소설가의 각오나 빵굽는 타자기보다 가장 소설가의 고민이 제대로 담겨있다.

읽는 내내 우리는 숨기고 무시하고 감추고 살 뿐 로맹가리가 했던 고민들을 약소하게든 거대하게든 소유하고 있으며 애써 사회에 맞춰가려고 할 뿐이지 언제든 순식간에 정신병자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기분이 들었다.

초반에는 정말 미쳤구나, 정신병자의 독백이라는 생각이 들다가 중반으로 갈수록 공감을, 결론으로 갈수록 로맹가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 같은, 그런 기분. 논리적으로 인간을 파헤쳐야 하는 소설가의 예민함이 필수가 아닌 직장인이라 멀쩡할 뿐이라는 그런 생각.

 

그리고 삶에 가장 위로와 치료가 되는 것은 정신병자들의 회고록일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정신이 건강하다는 것은, 일관적인 정신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내 안의 수많은 모습들을 통일되게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힘을 쏟고 있는가에 대한 것들은.

 

나이가 들면 잠 대신 잡생각들이 덮쳐온다고 한다.

내 한 생애 동안 저지른 일들과

남에게 준 상처와

나답지 않게 행동했던 것들과

나이들며 변하는 가치관들과의 괴리와

기억하는 어린시절 등은

노인이 된 나를 얼마나 괴롭힐 것인가.

얼마나 반성을 요하며 괴롭힐 것인가.

 

일말의 양심에 거리낄 것 없이

추후 맞다고 옳았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살면 좋겠지만

힘들어보인다.

 

자기 자신을 올곧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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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 -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욱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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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산화를 읽었다.
그의 산문은 전부 그 같다.

여성이 주인공이어도 다자이가 주인공 같고
소년이 주인공이어도 다자이의 소년 시절 같다. 

다자이의 명문들만 모았다고 하는 단편집으로 그의 예민한 성격이 그대로 배어나오는 글이다.
1909년에 태어나 1948년에 죽기까지 파란만장의 극치를 달린 것 같은 그의 인생은 결국 4번째 자살시도의 성공으로 끝을 맺는다.
(꼭 여자랑 같이 뛰어내린다. 언젠가는 여자만 죽었는데 죽은 여자는 무슨 죄람 -_- ;;) 

예술가 답게 순수하고 순수를 지향하며 전혀 성숙하지 않은 마음과 아픔은 바늘로 콕콕 찔러 덧나게 하는 기술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간 것 같다.

상처를 극복한 사람이 쓰는 덮어주는 글과 예민하게 긁어대는 사람이 쓰는 캐내는 글 중에 어느게 매력적이냐고 묻는다면 예민하게 긁어대는 사람이 쓰는 글이 더 매력적일 것도 같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도 부끄러워서 인간 실격이라고, 아버지가 되는 것도 부끄러워서 놀러다니고 도통 사회에서 말하는 잘사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매력적인 소설가다.   
같이 자살하고 싶지는 않지만. 

갈매기
산화
수치
아버지
앵두
여치
여학생
축견담
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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