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테크리스타
아멜리 노통브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괜히, 누군가에게서 미움을 받았던 기억. 
내가 아이들을 휘두르는 더 강한 사람이었다면 달라졌을, 받지 않았을 것 같은, 그런 미움.
그 사실을 알아서 더 괴로었던 바로 그 기억.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해서 더 힘들었던, 그리고 그걸 알고 괴롭혔던 그 아이. 
 
이 책의 앙테크리스티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게도 있다. 그런 사람. 물론, 그게 가능한 건 학교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자아이들만 가득했던 바로 그 여자 고등학교에서 나는 또 다른 여자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 이기 때문에 그 아이에게 미움을 받았던 것 같다. 다각도로 생각해보면 그 빛나는 여자아이에 비해 나는 별볼일 없었기 때문에? 단지 내가 그 아이의 절친이라는 게 질투나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복잡했던 시기였다. 단짝이라는 그 이상한 개념. 사춘기 시절의 여고생들의 감정은 얼마나 이상하고 불안정했던가.  

늘 독특한 시각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아멜리 노통브답게 얼마나 이상한지. 지금은 다 먼 얘기같은 그 감정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anti - christ 라는 앙테크리스타답게 이 책의 '적'은 모든 조건을 다 갖춘채로 주인공을 괴롭힌다. 그렇잖아도 나쁜 처지에 있기 때문에, 그래서 그 상황이 더 악화된대도 내 편이 그녀 편보다 많을 것이므로, 맘껏 괴롭혀도 되는 그런 주인공을 모두에게서 고립시킨다. 재미나게도, 그게 세상 이치인 것 같다. 약자일수록 더 괴롭히고, 강자에게는 벌벌 떠는 그런게 세상인 것 같다.  

"거짓말을 오직 나를 짓밟으려는 목적에 이용하지만 않았더라면 내게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크리스타의 문제는 힘의 관계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그런데 나는 지배자니 피지배자니 하는 이야기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따분하기만 했다. 어쩌면 그래서 내게 남자건 여자건 친구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학교에서나 학교 밖에서나 우정이라는 고귀한 이름이 쌍방의 동의가 없는 모호한 예속관계나 의도된 모욕, 항구적인 쿠테타, 역겨운 굴종, 심지어 희생양을 만드는 행태들에까지 결부되는 것을 나는 너무도 자주 보았다.  

...  

그런 우정을 나는 원치 않았다. 우정에 조금이라도 비열한 마음이나 경쟁심이 일말의 부러움이나 한치의 의혹이 깃들면 나는 그 우정을 발로 차버렸다. "  

p165 주인공의 독백  

모든 사실은 밝혀지고 주인공은 보호받는다. 그러나, 그걸로 끝일까. 그거면 된걸까? 이 책의 결말은 흥미롭다. 결국 우리는 그렇게 영향 받고, 영향을 미친다. 주인공으로 인해 크리스타의 외면은 큰 변화를 맞게 되지만, 그녀의 내면은? 알 수 없다.  

친구가 되기 5분전이 중학생들 수준에 맞춘 우정을 예시를 통해 보여준다면 이 책은 좀 더 어른스럽게 우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속내를 파헤친다. 겉과 속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 뭐가 진짜고 거짓인가. 실은 우리들 모두 한번은 저질렀고 저지르고 있으며 당해봤던 이야기를. 강약만 다를 뿐.  

재밌었다. 그리고 처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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