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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공중그네와 인더풀로 유쾌한 작가, 이미지를 고수해온 오쿠다 히데오. 방해자를 시작으로 몇가지 최근작을 읽다보니 이럴수가, 유쾌한 작가가 아니었다. 이시다 이라와 버금갈 정도로 날카롭고 잔인하게 사람 심리를 파고 들어 아프게 콕콕 찌르고 있었다.
이미 나에게 유쾌한 작가, 라는 인식은 떠난지 오래.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라는 제목을 보면서도 다소 불안한 채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존이 그 존인줄도 모르고, 읽어내려가다 어랍쇼, 하고 깜짝 놀랐다. 존은 비틀즈의 그 존이었던 것이었다. 오노 요코에 대한 다른 멤버들의 악감정도 얼핏 비쳐지고 다만, 그 오노 요코보다 예술가적인 기질은 훨씬 드문 여성이 아내였다는 게 좀 다를까. 아들에 대한 사랑도 그대로였다.
작가 후기에 보면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존의 은둔 생활은 시작됐고 그 사이의 행적은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아내의 고향인 일본에 대한 애정이 있어 매년 여름은 가루이자와에서 보냈다고 한다. 이 소설은 그 가루이자와에서의 휴가 동안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존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씌여진 책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젊어서 내가 마음에 상처를 준 사람은 당사자나는 잃어버릴 망정 가해자는 잊을 수 었게 된다. 젊어서, 철이 없어서 그랬다고 했을지언정 그건 내게 면죄부가 되지 않고 오로지 맘을 아프게하는 상채기가 될 뿐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존도, 아마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아사다 지로의 스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을 떠오르게 했다. 팝스타 존은 이미 저 세상으로 간 사람들을 만나고 쓰바키야마 과장은 저 세상에 갔다가 현세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다를 뿐. 현세든 저 세상이든 우리는 끊임없이 죄를 짓고 또 사함을 바란다.
공중그네와 인더풀의 카리스마 넘치는 의사 샘과는 조금 다르지만 왠지 그 쌤을 떠올리게 하는 의사 쌤도 등장하고 일본말과 영어로 대화하는 가정부도 재밌다. 게다가, 변비로 고생하는 존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이 책을 읽는 이 삼일 간, 신기하게도 같이 변비에 걸려 고생했다. 그 고통스러운 과정이 희극적이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지저분하기도 하고. 크크. 오쿠다 히데오 답기도 하고.
"전 진실이 최고라고 믿진 않습니다. 거짓이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면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용의가 있습니다" p328 의사 쌤의 말.
맞습니다, 맞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