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3 - 비밀의 화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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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왕국3' 
 
"전화는 그저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기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물체로 바뀌어, 깜짝 놀랐다. 역시 텔레비전과 마찬가지로 도시의 마법인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전화는 오지 않았다. 조금은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p102

(아주 평범한 말일지도 모르는데, 앞뒤 문맥과 어우러져 마음 깊이 공감하는 구절이 되었다.) 

 "저 말이지. 사람이 만났을 때는 어쩌다 왜 만나게 되었는지 다 의미가 있어. 숨겨져 있던 만남의 약속이 다 끝나 버리면, 무슨 수를 써도 다시는 같이 있을 수 없는거야."

-p112

(오늘, 사람의 인연은 어디까지일까, 라는 것에 대한 질문에 내가 하고 싶었던 답) 

 "나는 피해자다, 속았다, 상대가 너무했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그것이 거짓이라도 잠시는 편하지만 사실은 아니니까 언젠가는 무거워진다.

살을 찢어발기는 듯해도 진실이 늘, 한결 낫다. "


-p115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나 자신이다. 다른 이들에게 위로를 듣고 있어도 적당히 얼버무리기라는 건 내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지만 막상 내가 위로해주는 사람이 되면 도저히 사실을 얘기할 용기가 안 생긴다. 그리고 내가 그 상대방을 이해할수록 더 그렇다.) 

"나는 지금까지 신이치로 씨의 상황에 따라 여행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나 자신을 위해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갈 수 있다. 그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밝아졌다.

인연의 끈을 놓은 만큼 공간이 확실하게 넓어진다. 그쪽으로 눈길을 돌릴 수만 있다면, 이미 거기에는 좋은 향내가 풍기는 것이 찾아와 있다. "

p123
 
 

암리타에 이어, 요시모토 바나나는 정말이지.
어디서 누구를 만나고 무슨 경험을 쌓았을까.
책에서 빠져 나와 너무 생생하게 살아있어
꼭 한번 만나고 싶어지는 그런 등장인물들. 
 
쫀쫀하게 탄력있는 스토리, 파고드는 감정선.
이해하는 것도 있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
공감 가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그럴수록 바나나가 좋다. 

내가 살지 못한 삶, 살지 못할 것 같은 삶, 파고 들지 못할 것 같은 삶을  파고 들어 가장 나에게 충실한 삶을 사는 주인공들. 자신의 아우라가 너무 커서 어울릴 수 있는 부류들이 정해져있는 주인공들. 그런 삶, 자신에게 오롯이 올인할 수 있는 삶. 아프고 괴로워도 자신의 관점이 옳다고 믿는 삶. 그리고 실제로 그것이 맞아 보이는 삶.  

그런 삶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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