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 - 쩨쩨한 어른이 될 바에는
손화신 지음 / 웨일북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받고 보니 목차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는 이라는 주제로 주체, 하루, 가치, 자유, 고통, 당당, 상상, 믿음, 본능, 웃음, 시도, 놀이, 경탄, 욕심, 생각, 시간, 자아, 엉뚱, 전진, 호의, 목적, 마법이라는 소주제가, 2부는 우리가 마음껏 아이였을 때 라는 주제로 망각, 사랑, 단순, 재미, 초월, 타인, 충만, 유대, 개인, 미완, 기쁨, 과정, 회복, 감정, 감시, 소심, 비움, 편견, 통제, 일탈, 불안, 직관 이라는 소주제가 있다. 주제를 먼저 정하고 글을 썼는지, 글을 먼저 쓰고 주제를 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 단어들이 주는 즐거운과 추억 그리고 고민들이 있었다.


아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순수함, 철없음 이라고 대표될 수 있는 아이였을 때가 어른이 된 지금 너무나 가지고 싶은 것이 되어 버렸다. 아이였을 때엔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요즘 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어른이 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모든 어른은 어른이가 될 수 있을까? 너무 꾹꾹 누르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4살 여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제 아이와 대화라는 것이 된다. 이 책에서는 각 주제에 따른 본인의 상황이나 생각 그리고 아이였을 때, 아이라면 어땠을 것 같다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아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맞아, 내 아이도 그랬어. 라고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p.27 (가치)

어른 세계에서 '가치'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지금 자신의 형펀과 생활 패턴에 딱 맞는 건 경차인데도 절대 경차는 타지 않으려는 사람. 그를 보고 "저 사람에겐 실용성보다는 멋이라는 가치가 더 소중한가 봐."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니 그 이유가 단지 '허세' 때문이라면? 그는 남과 다른 자신만의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딱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살다보니 점점 허세가 없어지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긴다. 단점으로는 자기를 꾸미지 않고 너무 심플하게 살게 되서(요즘 트랜드인 미니멀라이프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 버리고 또 버려서) 아주 가끔 격식을 차려할 때에 입고 나갈 옷과 신을 신발이 없다는 것. 루이비통 가방과 구찌 가방은 옷장에 쳐 박아 놓고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30대 후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 하면서 다른 사람의 삶을 살펴보고 내 삶을 펼쳐놓기도 하지만. 아이는 더 자유롭다. 따지고 재는 일이 없다. 그냥 자신이 좋으면 좋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물건이 된다. 4살 딸은 요즘 나뭇가지와 솔방울을 모으는 것에 취미가 있다. 아주 귀중한 것을 다루듯 한다. 나뭇가지를 가지고 다니다가 혹시라도 떨어뜨리게 되면 다이아몬드를 떨어뜨린 것 처럼 막 달려가서 다시 주워온다.

p.88 (경탄)

아이들이 보는 세상은 이렇듯 매사에 처음이라서, 경탄할 것들 천지다. 바닥의 금을 보는 아이의 두 눈은 마치 괴물이 지나간 흔적을 바라보는 듯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이 문장은 참으로 정답이다. 4살 딸 아이는 우와, 우와를 입에 달고 산다. 위험한지도 모르고 뛰어들거나, 맘껏 뛰어들어 만끽하기도 한다. 바닥의 금은 정말로 밤에 잠자는 사이에 공룡이 지나갔다고 믿는다. 공룡들이 사람들이 다 자는 밤에 나와 뛰어 놀아서 생긴 거라고. 나무가 신기하고, 돌이 신기하고, 고양이도 신기하고 정말 모든 게 신기하다. 30대 후반 나는 어떤가. 신기한 게 별로 없다. 지금 내가 경탄할 수 있는 건 새로운 여행지에 가서 멋있는 풍경을 봤을 때, 그 정도? 나 또한 모든 것을 경험한 건 아니지만 왜 그리 경탄할 것이 없어졌을까? 감각을 좀 더 깨워야 하는 이유이다.


p.103 (시간)

발을 구르며 다시 생각해 봐도, 나는 좀 억울하다.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벌써 이 나이란 말이냐. 억울해 할수록 나는 지나가는 시간을 아쉬워하고 또 의식하게 됐다. 분하게도, 시간을 의식한다는 게 바로 내가 어리지 않다는 증거였다.


30대 후반,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되는 나이. 살아갈 날이 더 많지만 하고 싶은 일도, 해야할 일도 많아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 잠을 자지 않는 미련한 방법을 써서라도 시간을 늘려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막상 그 다음 날 늦게 일어나면 어차피 남아있는 시간은 똑같은,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어른. 아이에게는 시간이 있을까? 우리집 4살 딸은 아침과 저녁만 아는 듯 하다. 환해지면 아침, 깜깜해지면 밤이다. 놀 때는 시간 자체가 없이 덤벼들어 온 몸의 에너지를 다 쓰고야 멈춘다. 시간을 재고, 돈을 재고, 생각을 재고, 상황을 재는 나와는 완전히 다르다.


p.126 (호의)

남한테 피해 주면 안 된다는 생각과 신세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돌아보면 그다지 어른스럽고 성숙한 생각은 아닌 듯싶다. 최대한 빚지지 않고 살아가려는 어른들 심리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거기엔 배려보다는 배척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다. 나도 너한테 안 줄 테니까 너도 내게 피해 주지 말라는 암묵적인 요구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고, 생각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 난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것이 싫고, 다른 사람에게 뭘 받으면 어떻게든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일단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건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고, 내가 갈등했던 포인트는 빚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그렇게 하기까지의 수고로움, 나를 도울 그 순간에 본인도 힘들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움이 너무나 귀하고, 그 사람에 대한 감사함을 잊을 수가 없고, 잊을 수가 없기 때문에 갚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엄마 품에 안겨 외출한 아기가 모르는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듯 내게 다가오는 모르는 호의들을 모두 받아도 괜찮은 일이라고 말한다. 슬프지만 그렇게 하기엔 머리가 너무 커버린 듯 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너무나 경직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하루에 몇 번을 소리내어 웃을까? 하루에 몇 번을 아이같은 생각을 할까? 철이 너무 일찍 들어버린 나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남아있을지 모르는 아이 세포를 깨워보자고 생각했다.


순수해지고 싶은 어른, 세상의 때가 묻었다고 생각하는 어른, 4-5살 정도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 철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어른 등등 모든 어른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우리, 아이로 돌아가는 연습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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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컬러링 2 : 디즈니 레이디스 스티커 컬러링 2
일과놀이콘텐츠연구소 지음 / 북센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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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컬러링은 처음이다. 예전에 컬러링 북이 인기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비밀의 정원 컬러링 북을 색칠해본 적이 있다. 이런 게 힐링이 되겠어? 하고 시작했는데, 실제 힐링이 되더라, 신기했다. 요즘은 스티커 컬러링이 대세인 듯 하다. 아마 색칠을 하는 것보다 스티커가 훨씬 정교하고 결과물도 더 퀄리티가 높아서 이지 않을까? 그리고 디즈니 레이디스 이 책은, 표지가 예뻤다. 어른도 이런 취미를 가질 수 있는 이 시대가 갑자기 좋아 보인다. 읽지 않고 붙이는 책이라


다섯 레이디가 나온다. 백설공주, 앨리스,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의 미녀, 인어공주. 스티커 컬러링 바탕지 뿐 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장면들도 수록되어 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일단 예쁘다. 기분이 좋아졌다. 이것이 힐링인가?


스티커지는 뒤쪽에 포함되어 있다. 숫자가 적혀져 있어 바탕지의 숫자와 스티커지의 숫자를 맞춰 붙이면 된다. 1부터 차례대로 붙이려고 했더니 바탕지에서 숫자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바탕지에서 큰 조각의 숫자를 먼저 확인하고 스티커 번호를 찾아 붙이는 방법으로 해봤다. 다섯 레이디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리스부터 시작했다. 


책이 도착했을 때 네 살 딸 아이가 표지를 보고 자기 책인 줄 알고 본인이 한다고 난리가 났었다. 한참을 달래고 책을 숨겼다. 같이 하면 좋은데, 딸은 아직 숫자 까막눈이라..... 그리고 이 책은 절대 아이의 손에 들어가면 (망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오늘 딸이 좀 일찍 자서 서재에 들어와 조용히 해봤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손으로 하다보니 정교하게 붙인 것도 아닌데, 완성하고 보니 예쁘다. 이래서 어른들이 요즘 이런 걸 하는 구나. 집에서 아이만 보니 이런 걸 몰랐는데, 접해보니 세상이 또 확장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다음은 인어공주다. 아껴서 천천히 해봐야지. 아이가 일찍 잠든 날, 나를 위한 작은 취미가 될 것 같다.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디즈니를 좋아하거나, 요즘 생각이나 고민이 많은 어른아이를 위해 추천한다. 시리즈 별로 나오는 것 같으니, 소장 가치도 높을 듯 하다. 퇴근하고 저녁 먹고 정리하고 씻고 잠자리에 들기 전 기분 좋게 해보면 새로운 느낌이 들 것 같다.(난 이미 틀렸으니, 아이가 빨리 잠들기만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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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 임신.출산.육아의 전지적 엄마 시점
홍현진 외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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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책의 주어는 늘 아이이며, 아이를 위해 엄마가 해야 할 것들을 끝없이 나열하는데,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 육아 트랜드는 아이에게 100% 쏟는 육아가 아니라 엄마를 지키며 함께 가는 육아인데, 그러기엔 현실은 쉽지 않다. 나의 미래와 아이의 미래가 함께 가야하는데, 반비례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현실을 이겨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세 명의 저자가 있다. 각자 임신, 출산, 육아의 생각을 자유롭게 쓴 글이다. 다 읽고 나니 목차가 구성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편, 출산편, 육아편. 정석이라고 생각했던 내용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엄마들이 얼마나 거기에 갇혀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말해준다.


임신, 출산을 끝내고 육아를 하고 있는 난, 이 책이 좀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니 힘들었떤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의 초기가 생각이 났다. 다시는 떠올리지 않고 싶었는데, 자연스럽게 내 경우를 생각하게 되고, 이건 정말 겪어봐야 아는 걸까? 내가 이 책을 진작에 읽었다면 내 삶이 달라졌을까?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생겼다.


p.72

2세를 맞이하기로 결정한 시기, 남편은 어떻게 하면 일을 늘려 돈을 더 많이 벌까 고민했고, 나는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줄이고 애를 볼까 알아봤다. 남편은 커리어를 더 키워가는 방향으로, 나는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했다.


아빠와 엄마,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엄마도 엄마마다 다르듯, 아빠도 아빠마다 다를 것이다. 임신, 출산, 육아에 임하는 자세가 내 남편은 다른 남편들과 다를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출산 후 남편은 직장에서 가장 바쁜 시기였고, 12시 안에 퇴근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남편은 신체적으로 힘들었고, 아이의 탄생의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했고, 육아를 함께 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여유가 없었다. 나는 남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친정엄마에게 100% 의지하여 6개월을 버틴 것 같다. 결국 생각하기 싫은 힘들었던 시기로 남았다. 뭐가 문제였을까?


p.97

뿌린 만큼 거두고 열심히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게 당연한 이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육아는 인과가 뚜렷한 일이 아니다. 노력해도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전개되는 경우도 있다. 날마다 성실히 아이를 키워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으니 나의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


실제, 이런 생각조차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간 것 같다. 6개월 이후 정신차려보니 나만 변해있었다. 남편은 그대로였다. 거기서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육아휴직이 가능한 직장이어서, 직업을 그만뒀다는 상실감은 없었지만 뭔가 불평등하고 손해보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런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p.165

어쩌면 난 평생 욱하지 않는 엄마에 가닿을 수 없을지 모른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내게 늘 버겁고 어려운 과제이니까. 특히 엄마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이 세상의 육아는 인내하기 힘든 지상과제다. 그래서 다시 목표를 수정했다. 잘못하면 바로 사과하자. 말보다 감정이 앞서면 미안하다고 말하자.


욱하고 싶어 욱하는 엄마가 어디 있을까?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예쁘기만 한 아이가 어디 있을까? 욱하지 않겠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다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는 계속 반성을 한다. 아이에게 미안해 한다. 사실, 난 이 부분도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보면 아이가 어릴수록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라는 말을 너무 과도하게 쓰고, 아이가 잘 때 자는 모습을 보며 눈물흘리며 반성하는 엄마도 많다. 엄마도 실수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다음 번엔 좀 조심해야겠다고 가볍게 지나가면 좋겠다. 잘 하고 있는 거니까, 잘 하려고 하니까 실수도 하는 거다.


p.191

엄마의 노동은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미는 게 현실이다. 반면에 남편은 어떠한가. 아이만 안고 나가도 '육아빠'라며 주목받는다. 내가 유모차를 끌고 카페에 가면 한가롭게 커피나 마시는 아줌마 취급을 받는데, 남편이 그렇게 하면 '라떼파파'라고 칭송받는다. 하나만 해도 열 배 칭잔받는 남편이 가끔은 부럽다.


남자들이 보면 자격지심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읽고 나도 피식 웃음이 났지만 현실이 이렇다. 나도 그랬다. 저런 엄마들은 어떤 남편을 만났길래 이 시간에 저렇게 모여서 놀고 있을까? 저 아빠는 아기띠를 하고 돌아다니는 거 보니 정말 육아에 참여를 많이 하고 있을거야. 이런 생각들. 같은 여자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더 그렇겠지. 생각의 전환이 좀 필요하다.


p.227

세상에 쉬운 육아는 없어요. 각자 사정이 다를 뿐이죠. 비교하지 마세요. 비교하는 순간 육아는 지옥이 돼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보아요.


이 책의 중요한 포인트다. 아무리 유명한 육아법이라도 내 아이에게 맞지 않으면 쓸모 없는 것이고, 아무리 비싼 육아용품이라도 내 아이가 싫어하면 의미없는 것이 되는 거다. 정보를 검색하고 자신에게 맞도록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비교하는 순간 육아가 힘들어진다는 건 백번 공감이 된다. 난 일부러 새로운 육아친구를 만들지 않았다. 성격 상 다른 사람하고 친해지는 것이 어렵기도 했지만 피곤해 지는 것이 싫었다. 원래 알던 사람들이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가져 자연스럽게 이어온 모임이 나에게 큰 힘을 준다. 사람들을 만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그런 모임에 다녀와 다른 엄마와 자신을 비교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


이 책은 육아모임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준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엄마라면 이 책을 읽고 이 책의 저자들이 추천하는 책도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거다.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임신에 대한 환상을 적절하게 깨주면서 현실적으로 내가 어떻게 준비를 해야하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덜 힘들길 바란다.


그래서,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스스로 돌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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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진 하늘
루크 올넛 지음, 권도희 옮김 / 구픽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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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소설이라고 해서, 요즘 개인적으로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아져 읽어보고 싶었다. 죽음의 질병과 대면한 욕기 있는 이들을 위한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두께가 두꺼워서 좀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주인공은 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가지게 된다. 그 아이가 시한부선고를 받게 된다. 어렵게 아이를 가졌던 터라 부부는 절망하게 되고, 결국 서로 다른 방향으로 아이를 위한 길을 가게 된다. 아이는 죽게되고 누구나 생각하는대로 부부는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더 멀어지게 된다. 주인공은 술에 빠져 살게 되고, 부인은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 주인공 곁을 떠나게 된다. 그 이후 각자의 방법으로 아픔을 견디며 살아간다.

 

내가 요즘 죽음에 관심이 많은 건, 내 딸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능하면 길었으면 하는 욕심 때문이다. 이 아이를 두고 죽을 수 없다는 다소 극단적인 생각 때문에,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면 삶의 미련을 놓지 못하고 죽음까지 남아있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기 위한 방법을 혹은 준비를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죽기 싫다는 생각과 어떻게 죽을 것인가? 다소 아이러니한 생각이긴 하다. 내가 먼저 죽는 것만 생각했지 아이가 먼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오는 건 순서가 있어도 가는 건 순서가 없다 했는데. 그래도 아이가 먼저 죽는 건 생각하기 조차 싫다. 이 책에 나오는 부부도 그랬을 거다. 어떻게 해서든 아이를 지키고 싶었을거다. 주인공인 아버지는 아이를 살릴 수만 있다면 어떠한 치료든 비용이 얼마가 들든 상관없이 하겠다고, 실제로 부인의 반대를 무릎쓰고 검증되지 않은 고가의 치료를 받기 위해 아이와 떠나기도 한다. 반면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남은 시간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게 맞는 걸까? 어려운 질문이다.

 

아이가 죽을 거라고 알게된 순간부터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행동을 하는지가 너무나 현실적으로 쓰여져 있다. 현실적이다 못해 너무 솔직하다.

 

p.260

나는 오늘 스티븐이 병원에 없는 것이 기뻤다. 그 애를 볼 때마다 자꾸 다른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난 잭과 스티븐의 병이 바뀌기를 바랐다. 그래서 잭의 암을 의사들이 치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스티븐, 친절하고 상냥한 스티븐이 우리 아들 대신 뇌종양에 걸리기를 빌고 있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병원에서 만나 다른 아이를 보면서 서로 병이 바뀌어 내 아이는 살고, 저 아이는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기적인가? 난 너무 이해가 갔다. 나 역시 그랬다. 중환자실 복도에서 호전이 되어 나오는 환자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 누군지도 모를, 나이 많은 사람이 호전될 땐 더 심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살리려면 저 사람 보다 내 가족이 낫지 않냐고 기도했었다. 저 사람은 살리고 왜 내 가족은 살리지 않냐고.

 

p.300

잭은 미소를 짓더니,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바로 잠이 들 줄 알았는데, 아이가 또다시 말했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발음이 또렷했다.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가?" 아이의 목소리에는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난 잭이 일반적인 경우를 말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의 앞날에 대해 물어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전자든 후자든 아이가 저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무너졌을 것 같다. 부부는 아직 아이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기 전이었는데,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하던 차에 아이가 먼저 질문을 했다. 엄마가 말한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미리 준비했던 것 처럼. "사람은 죽으면 천국에 간단다." 엄마의 성향과 방향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주인공은 다정하고 또 다정했다. 부인을 대하는 것도, 아이를 대하는 것도. 오히려 아이의 엄마가 우리가 생각하는 아버지처럼 묘사가 되어있다. 기본적인 성품이 다정했기 때문에 위기는 있었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사과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인이 떠나고 한참 후 다시 만나 그 때 미안했다고 여러 번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반면 주인공의 감정변화는 디테일하게 묘사되지만, 부인의 감정변화는 그렇지 않다. 부인의 캐릭터가 그렇기도 하지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인의 내면의 상태를 추측하게 만든다. 계속되는 유산, 그리고 어렵게 생긴 아이, 아이의 뇌종양 판단 이후에도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잦은 유산이 미치는 뇌종양을 검색한다든가, 집 화단에 해바라기를 심어 유산된 아이, 그리고 죽은 아이를 추모한다든가 이런 모습을 보면서 부인의 아픔도 주인공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아이의 엄마라는 입장에서 아이의 병이, 죽음이 자신의 탓인 것 같은 죄책감에 힘들어 했을 거다.

 

소설이지만 너무 사실같아 한 동안 마음이 아팠다. 아이의 부모는 서로의 방법을 비난 했지만 어쩌면 자신만의 옳은 방향으로 아이의 죽음을 맞이했던 거다. 서로 비난할 것도 없었던 일이었는데, 우린 위기의 상황에서는 여유가 없어진다. 그리고 한참 후 알게된다. 그 때 상대방의 입장과 나의 입장에 대해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다. 내가 아빠였다면, 내가 엄마였다면, 잭이 내 아이였다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이 계속 아팠지만 예방주사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아이가 아프지 않았으면, 아프지 않겠지만 잭도 내 아이보다 나이가 많았는데,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신체적인 위험시기, 이제 됐다 싶을 때가 지났는데 아픈 아이들도 많으니까. 이 책 때문인지 오늘 하루는 내 아이를 보면서 더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누구나 읽을 수 있다. 왜냐면 누구든 언젠가는 죽으니까.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내 가족이 아프다면, 나는 무엇까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죽음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책이 던지는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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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에 남기고 싶은 시간
김한요 지음 / 두란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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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저자 소개를 보니 미국에서 꽤 유명한 목사님이라고 되어 있다. 책도 많이 쓰셨다. 요즘은 기독교 서적도 잘 골라야 한다. 두란노 출판사를 보니 믿음이 간다. 목사님이 쓰신 일기다. 목회를 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일에 종교적인 의미를 담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거다. 종교가 기독교지만 신앙이 있다고 부끄러워 말 못하는 나같은 사람이 읽기에 딱이다.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고, 반성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내용도 어렵지 않아 단숨에 읽었다. 하루하루 쓰신 일기를 모은 책을 단숨에 읽어 저자에겐 좀 죄송하긴 하지만 그만큼 술술 읽혔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18개의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다. 책이 다소 얇은 편에 속하니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에 몇 가지를 기록해보고 싶다.

 

p.20

지금까지 받은 은혜가 결코 나의 열심이나 헌신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전적인 은혜였음을 자주 망각하는 죄가, 달궈진 칼끝에 데듯 뜨겁게 다가왔습니다.

 

자꾸 착각한다. 뭔가 잘 되면 내가 잘해서 잘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들 때는 누가 먼저랄 거 없이 하나님을 찾지만 오히려 상황이 좋을 때엔 자꾸 잊는다. 좋은 일일수록 하나님을 찾아 감사하고 함께 즐거워해야 함을 다시 한 번 새긴다.

 

p.62

그러면 언제 우리는 브레이크를 잡을까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브레이크는 주일예배입니다.

 

일요일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동시에 내가 기독교인임을 망각한다. 그리고 일주일을 살아간다. 별 일 없으면 한 번도 하나님을 찾지 않는다. 이번 주는 기독교 책을 읽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대부분 그냥 살아간다. 그리고 다시 일요일에 교회를 간다. 이런 삶이 반복되는데, 심지어 바쁘면 교회도 가지 않는다. 저자는 예배가 브레이크를 잡는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예배는 생명과도 같다고 말한다. 그동안 생명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예배의 힘이 일주일을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p.67

워싱턴주립대학교의 존 가트먼 교수가 35년 동안 3천 쌍의 부부를 분석한 결과를 '이혼으로 가는 네 가지 요인' 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그 네 가지 요인은 곧 네 마디의 말로, "늘 그런 식이지"(비난), "너나 잘하세요."(자기방어), "주제 하악이나 하시지"(경멸), "....."(침묵) 이었습니다.

 

네 가지를 하지 말자. 남편 뿐 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무심코 했던 네 가지 말들이 파탄을 일으킨다. 따뜻한 격려의 말을 잊지 말라고 한다. 요즘 남편이 말을 좀 예쁘게 하라고 할 때가 있다. 그 때 내가 했던 대답은 "너나 잘 하세요." 였던 것 같다. 반성하자. 같은 말이라도 따뜻하게 하는 연습을 하자.

 

p.105

모든 사람에게는 하루 24시간이 공평하게 주어집니다. 오늘도 24시간이 주어질 것입니다.

 

이 말은 정말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문장에 포스트잇을 붙였던 이유는 단순히 신앙적인 의미만은 아니었다. '너무 바빠서 ~할 겨를도 없다.', 정신이 없다.', '시간이 없다.' 이런 말들을 입에 달고 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난 시간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너무 바빴던 것도 아니었다. 시간을 그냥 의미없이 쓰고 있었던 거였다. 그리고 요즘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지면서 시간 가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내가 책 읽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초등학생 때 만들었던 시간계획표를 세워 가능하면 그 시간계획표에 맞게 생활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계획이 없으면 마냥 핸드폰만 하고 있을 게 뻔하니까.

 

신앙이 한 순간에 신실해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교회를 다니는 것에 대한 반성이 좀 필요한 시기였다. 그리고 교회에 다니는 것 이외에 생활에서 신앙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저자가 한 것 처럼 신앙일기를 쓰는 것도 좋겠다. (사실 올해 초 성경필사를 하겠다고 시작해 창세기도 다 쓰지 못했다. 왜 이리 끈기가 없는 건지) 생각은 없어지지만 기록은 없어지지 않으니. 그리고 기록하는 순간에 신앙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말이 많이 들어있다. 그리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교회에 다니고 있는 사람도, 이제 막 기독교라는 종교에 들어오게 된 사람 모두에게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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