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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않고 떠나기 - 직장인이 즐기는 현실적인 세계여행
김희영 지음 / 어문학사 / 2014년 4월
평점 :
버리지 않고 떠나기라. 이 책은 읽는 사람이 삶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 책에 대한 느낌이 다를 것 같다. 난 결혼한지 2년 하고도 2달 정도 지났으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아직 아이는 없다. 지금까지 비행기를 탄 본 경험은 태국, 중국 북경, 신혼여행지였던 코사무이, 그리고 결혼 후 첫 여행인 터키까지이다.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을 수 있는 여행 경험이다. 직장에서 해외출장을 갈 가능성은 0% 이며, 매년 여름휴가를 해외로 갈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매우 적다. 언제일지 모르나 엄마가 되면 나에게 해외여행이란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떻게 버리지 않고 떠날 수 있을까? 결혼 전이나 결혼 후나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건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책의 제목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이 책을 읽으면 버리지 않고 떠날 수 있는 건가?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느낌은 대부분의 여행책은 감성적인 비중이 매우 높은 것에 비해 이 책은 저자가 스스로를 공대나온 여자라고 이야기하는 것 처럼 사실에 충실한 여행기라는 것이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성적인 부분을 느끼도록 하는 배려인가?
느낌이나 감정보다는 저자가 직접 본 것, 만난 사람, 읽는 사람에게 유용한 tip 이런 내용들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쓰여져 있다. 저자가 간 곳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파리투어였다. 저자의 도전정신이 매우 높게 평가된 장소이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활한 대지에서 맹수들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경험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또한 내가 가고 싶은 나라 중 1순위인 라오스의 여행기도 재미있었다. 라오스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배낭여행자의 천국이라고 불릴만큼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나라라고 들었다. 저자도 라오스에서는 여유와 힐링을 만끽하는 시간을 보냈다. 일상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여유를 즐길 수 없는 건, 아마도 산더미 같은 할 일과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한 높은 관심, 소유욕 때문이 아닐까.
버리지 않고 떠날 수 있다는 책 제목을 내 삶에 적용시킨다면, 나는 과연 버리지 않고 떠날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no 이다. 직장생활을 포기하지 못하고, 남편을 설득하지 못하며, 경제적인 부분 또한 감당하기 어렵다. 또한 가장 핵심은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행을 꿈꾸고 있는 나를 보며 이 책은 나에게 버리지 않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맘껏 즐기라고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