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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심 - 하 - 파리의 조선 궁녀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를 지독하게도 싫어하는 내게 김탁환의 역사소설은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김탁환의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기초하여 때로는 추리소설로 때로는 애정소설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김탁환의 소설이 매력있는 이유는 역사적 사실을 모조리 제외하고 읽어도 나름대로의 재미를 선사하는 저자 특유의 글발 덕분이다.
이처럼 김탁환 저자의 소설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가 [리심]이라는 이 작품은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집어들었다. 저자의 다른 소설과는 달리 특이하게도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만은 선뜻 내게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3권의 분량이라면 어쩔 수 없이 역사적인 배경을 낱낱이 설명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게다가 저자가 발로 뛰어 20년의 공력을 들였다는 이 작품은 역사를 싫어하는 내게 역사를 이야기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리심은 19세기 말 개화기 조선의 실존 인물이며 초대 3대 프랑스 공사를 지낸 빅토로 콜랭 드 플랑시의 연인이며 조선 여성 최초로 프랑스에 발을 디뎠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 배경도 소설로 구성하기에 재미가 있거니와 소설의 소재로 리심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재미를 한 껏 선사할 수 있는 매력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3권이라는 분량은 애매모호하다. 새로운 소재를 2권으로 압축하기에 무리가 있을 수 있겠으나 3권의 분량은 아무래도 기존의 김탁환 저자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재미를 찾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대신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가치를 한꺼번에 담아내어야 하겠으나 문학적 재미를 마음껏 표출하기에는 3권의 분량은 또한 부족하다.
결국 이 소설을 읽어가는 독자는 나름대로의 타협을 하여야 한다. [리심]만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재미와 [리심]과 주변인물의 심적갈등을 적절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여야 한다. 지나친 문학적 상상력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노리는 바가 아니다. 지나친 역사적 배경 설명 또한 우리가 얻을 가치가 아니다. 우리는 적당한 역사소설의 재미와 적당한 [리심]이라는 보기 드문 소재가 던져주는 재미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뒤따라오는 문학적 상상력은 부가적인 재미로 여겨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저자와 독자와의 소통을 이루어 낸 이후 읽어가는 이 작품은 저자의 기존 작품과는 다른 특이로운 맛이 느껴진다. 새로운 저자의 면모를 발견한 재미는 김탁환 저자의 다음 소설을 찾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