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언어로 전하는 영화 이야기 - 영화평론가 이동진 님

문화부 기자 경력 14년, 5권의 책을 낸 저자, 1인 미디어의 대명사… 영화 평론가 이동진 님을 수식하는 단어는 꽤 화려하고 거창하지만, 그가 전하는 영화 이야기는 쉽고 친절합니다. 때로는 섬세하고 예리한 글로, 때로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영화를 더 영화처럼 전해주는 이동진 님. 항상 관객의 소리를 귀담아듣기 위해 노력하는 이동진 님에게 블로그는 어떤 의미일까요?
 
[이동진 님의 블로그 가기]


질문 영화 평론가로서 그리고 1인 미디어 이동진 닷컴의 대표로서 이동진 님의 하루 일상이 궁금합니다.

 

답변 일평생 '아침형 인간'이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대학 때 오전 수업은 가급적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직장 다닐 때는 거의 매일 지각했습니다. 이제 혼자 일하는 환경이 되어서 맘 놓고 늦게 잡니다. 보통 새벽 4시쯤 잡니다. 아침 6~7시에 잠드는 날도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있습니다. 글을 주로 밤에 쓰는 버릇이 들어 그렇습니다. 밤에 틀어놓으면 음악도 세포 하나하나에까지 고스란히 스며듭니다. 사회 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서 한 때는 고쳐보려 했으나, 이젠 그냥 지병처럼 끌어안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늦게 시작됩니다. 점심을 먹고 출근하는 날도 종종 있습니다. 자느라고 오전에는 전화를 받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동안 오전에 전화하셨던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 오후 2시엔 거의 매일 언론 시사회가 있습니다. 4시 시사회까지 연이어 보는 날도 자주 있습니다. 그렇게 다시 개인 사무실에 돌아올 때면 어느새 해가 져 있습니다. 장기하 식으로 표현하자면,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인 셈입니다. 저녁을 최대한 간단히 해결하고 그때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해야 할 일들이 치쌓여 있으니, 늦게 잠들 수 밖에 없는 일상이지요. 참석해야 할 행사나 약속이 없는 날은 대개 이렇게 흘러갑니다


 

질문 만약 이동진 영화관이 만들어진다면, 개막작은 무엇으로 하고 싶으세요

 

답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원더풀 라이프', 잉마르 베리만의 '침묵',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안드레이 류블로프'를 저울질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것 같습니다. 그 세 편이 제가 여지껏 본 가장 뛰어난 영화들이어서가 아니라, 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작품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제발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중에 한 편만 고르라곤 하지 말아주세요.-.-)

 


질문 영화마다 영화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는 음악이 있습니다. 이동진님의 인생을 영화로 만든다면, 그 영화의 사운드 트랙에 꼭 들어갔으면 하는 음악이 있으신가요?

 

답변 멜로적 코드가 강조되는 장면에서는 Moby의 'At least we tried', 성장영화적 코드가 중요한 장면에서는 Flaming Lips의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 part.1'을 넣고 싶습니다. 극중에서 스토리가 급격하게 코너를 도는 장면들에서는 Radiohead의 'Climbing up the walls', Spiritualized의 'Hold on', Trashcan Sinatras’의 'Leave me alone'을 흘려 넣을 것 같습니다. 제가 죽는 장면에서는 My morning jacket의 'Don Dante'가 꼭 들어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오프닝 크레딧 시퀀스에서는 (로드 스튜어트의 원곡이 아니라 리메이크 버전인) Everything but the girl의 'I don’t want to talk about it'을, 엔딩 크레딧 시퀀스에서는 Trembling blue stars의 'I no longer know anything'을 깔았으면 좋겠네요. 제 인생의 사운드트랙을 생각해보자니 잠시 즐거워집니다. 그러나 제 삶을 영화로 만든다면, 참을 수 없이 지루한, 형편 없는 예술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질문 영화 평론만큼이나 섬세한 인터뷰어로도 유명하신데요. 지금껏 무수한 인터뷰를 해오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를 꼽아주세요. 또한 누군가 본인을 인터뷰한다면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인터뷰어는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그간의 인터뷰 대상들 중 한 분을 골라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답변 한 두 분만을 꼽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지난 2년간 저는 '부메랑 인터뷰'라는 시리즈 인터뷰를 해왔는데, 그 인터뷰를 통해 만났던 감독들이 무엇보다 기억에 남습니다. 감독마다 평균 10시간 정도씩 마라톤 인터뷰를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묻고 듣고 깨달았습니다. 영화 외적으로도 제게 좋은 공부가 되었던 인터뷰들이었습니다. 부메랑 인터뷰에서 만났던 감독들에만 한정해서 두 번째 질문에 답한다면, 박찬욱 감독이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하실 것 같습니다. 봉준호 감독이라면 가장 재미있는 질문을 던지실 것 같고, 이창동 감독이라면 가장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던지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홍상수 감독이라면 제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해 질문을 하실 것 같습니다

 


질문 이동진 님은 수많은 책과 음반을 수집하시는 컬렉터이기도 합니다. 책이나 음반을 고를 때 특별한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답변 제가 책과 음반과 디비디를 많이 사는 것은 사실이지만, 체계적으로 모으는 컬렉터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저는 수집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찾아서 모으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보고 듣고 읽고 싶은 것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쪽에 가까우니까요. 기준은 결국 하나입니다. 제가 갖고 싶은 것들을 삽니다. 그렇게 집과 사무실을 가득 채운 것들을 보고 있자면 뿌듯하기도 하고 허망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제 삶의 허기와 갈증이 만들어낸 족쇄일 수도 있으니까요.

 


질문 많은 사람들이 이동진 님의 영화평을 읽고, 볼 영화와 보지 않을 영화를 고릅니다. 영화 평론이 여러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면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답변 정직해야 합니다. 그리고 도구를 사랑할 줄 알고,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평의 도구는 곧 글이겠지요.

 


질문 블로거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글로 남김으로써 감수성 및 정체성을 표출합니다. 이동진 님께서 최근 관심을 가지게 된 아이템 세 가지를 그 이유와 같이 소개해주시겠어요?


 

답변 첫 번째는 데스먼드 모리스입니다. 이 영국 동물학자의 책들은 예전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최근 재차 접하면서 다시금 빠져들고 있습니다. 인간의 행동을 동물학자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바라보는 그의 책들은 동어반복과 중복이 좀 있긴 하지만,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두 번째는 한국 가요입니다. 팝은 꾸준히 들었지만, 우리 가요는 거의 10여 년 간 제대로 챙겨 듣지 못했는데, 요즘 공부하듯 가요 음반들을 사서 듣고 있습니다. 국내 음악계의 물적 토대가 파탄지경에 이르렀건만, 신기하게도 요즘 우리 대중음악은 들을 만한 게 무척 많더군요. 좋은 음반들이 적지 않아 요즘 마음이 바빠지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중고품 판매 사이트입니다. 예전에도 CD는 중고를 많이 사긴 했지만, DVD나 책은 주로 새것을 샀는데, 요즘은 DVD와 책까지도 상당 부분 중고로 구입합니다. 북 마크를 해놓은 몇몇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는 거의 매일 체크합니다. 오프 라인의 헌 책방도 자주 들르는 곳이 생겼습니다. 이젠 거의 중독 수준이 된 것 같아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질문 인터뷰뿐 아니라, 관객과의 만남이나 이웃 블로거들과의 오프라인 만남도 잦은 편이십니다. 만남의 자리를 이어가는 이유가 있다면요?

 

답변 영화제 측이나 극장 측에서 '관객과의 대화' 제의가 들어오면 가급적 맡아서 하는 편입니다. 그것은 영화 평론을 꼭 글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방송 출연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합니다. 특히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는 자리는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일년에 한 두 차례씩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것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이런 모임을 지속하는 까닭은 기본적으로 그 분들이 저에 대해 궁금해 하시고, 저 역시 그 분들에 대해 궁금해 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궁금해 하는 사람들끼리는 모여서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질문 1인 미디어의 대명사로 거론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으실 것 같고, 자유로움도 함께 느끼실 것 같습니다. 양자간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고 계신지요?

 

답변 부담감이 큽니다. 왜냐 하면 저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포함한 사회 변화에 그다지 밝은 사람이 아니고, 누군가의 모델이 될만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일 제가 1인 미디어의 대명사처럼 거론되고 있다면, 그런 상황은 거의 대부분 우연의 결과입니다. 저는 10년 넘게 계속하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싶었을 뿐이고, 그만두었을 때 제 앞에 1인 미디어의 길이 보였을 뿐입니다. 1인 미디어로서 지금의 작업 환경에 100% 만족하지는 않습니다. 안정된 직장 생활에 비하면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불안의 대가로 얻게 된 자유가 제겐 너무나 소중합니다. 저는 이 자유를 제가 상대적으로 좀더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데 쓰고 싶습니다.

 


질문 마지막으로 이동진 님에게 블로그는 무엇인가요?

 

답변 제게 블로그는 놀이터입니다. 그게 영화든 음악이든 책이든 여행이든, 제 블로그에는 제가 더불어 즐거워 하는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놀이는 함께 할 때 더욱 흥미로워집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과 가급적 많은 교류를 하려고 하는 것은 그게 놀이를 더 즐길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을 찾아주시는 분들과 오래도록 즐겁게 놀고 싶습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함께 늙어가고 싶습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인터뷰|작성자 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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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I am scared when I watch a horror movie. 

2.I have hightmares when I watch a scary movie. 

3. My friend said that I am very scary  when I am angry. 

  

 

 

 

  

 

 

1.나는 공포영화를 보면 무서워 

2.나는 공포영화를 보면 악몽에 시달려. 

3.내 친구가 난 화나면 아주 무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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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 

A: I was really upset about being fired,but then I found my dream job. 

B: So I guess being fired ended up working out very well for you! 

A: Yes, I guess that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 

  

 

 

 

 

 

 

A: 회사에서 해고당해서 기분이 정말 착잡했었는데 꿈꾸던 직장을 찾았어.

B: 그래서 해고당한 것이 결국 잘된 일이었네! 

A: 그래. 새옹지마인가봐. 

 

*Similar and related expressions 

It was a blessing in disguise. 

고진감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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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에 빠지다 

A: Jason thinks he's going to be a professional basketball player. 

B: He has his head in the clouds! He's slow,short, and has bad hand- eye coordination. 

A: I know. He should have more practical aspirations.  

 

 

 

 

 

 

 

 

A: 제이슨은 자신이 프로 농구 선수가 될수 있다고 생각해.

B: 공상에 빠졌구나! 그는 느리고,키도 작은데다, 눈과 손의 동작도 맞지 않잖아.

A:알아.그는 좀 더 현실적인 희망을 가질 필요가 있어. 

*Similar and related expressions 

He has unrealistic expectations.

그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걸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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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전명 발키리’ 감독 브라이언 싱어의 영웅


기사입력 2009-01-20 09:46



[이동진닷컴] (글=이동진) (이 기사는 1월19일자 <(1) ‘작전명 발키리’ 감독 브라이언 싱어가 서스펜스를 만드는 법> 제하의 인터뷰에 이어지는 후반부 내용입니다.)



1월18일 열린 '작전명 발키리' 내한 기자회견장에서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 (사진제공=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유주얼 서스펙트’와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로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한 감독님이 ‘엑스맨’ 시리즈를 만든다고 할 때 조금 의아했습니다.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수퍼 히어로 영화는 감독님의 이전 작업과 비교할 때 무척이나 다른 분야처럼 느껴졌으니까요. 그런데 ‘엑스맨 1’과 ‘엑스맨 2’, 그리고 ‘수퍼맨 리턴즈’를 멋지게 성공시킴으로써 이젠 수퍼 히어로 장르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연출자가 되셨죠. 그런데 이제 다시금 ‘작전명 발키리’를 통해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작품을 맡으셨습니다. 수퍼 히어로 장르의 영화를 만들 때와 이런 영화를 연출할 때의 자세는 어떻게 다릅니까.

“영화를 만들면 만들수록 책임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주얼 서스펙트’ 때는 크리스토퍼 맥커리씨가 쓴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영화화했지요.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은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지만 자유롭게 각색을 했어요. ‘엑스맨’을 포함한 수퍼 히어로 영화 3편은 이미 원작 만화를 통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었죠. 그러다 보니 원작에 대해서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생기더군요. 그런데 이번에 ‘작전명 발키리’를 찍으면서 또 다른 종류의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이 영화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작업 때문에 독일에 갔을 때 독일 사람들에게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이야기인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기에, 역사적 사실에 맞춰서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엔 스릴러라서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게 사실인데, 관련 비화들을 알아갈수록 점점 더 실화에 대한 책임감이 커졌던 경우지요. 인물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스토리도 마음대로 붙일 수 있었던 ‘엑스맨’ 같은 영화와 달리, ‘작전명 발키리’는 실존했던 분들의 기록이나 사진 같은 자료들이 남아 있기에 더욱 조심스러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은 독일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영웅입니다. 그런데 배역에 깊이 몰입한 좋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탐 크루즈씨가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역을 맡았다는 것에 대해 제작 당시 독일에서 반대가 적지 않았습니다. 독일 정부가 촬영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을 포함해 촬영 당시 구설수가 적지 않았는데, 당시 이런 반응에 대해선 어떤 느낌이었습니까.

“저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분들은 이 영화를 아직 못 본 상황이었고, 우리가 영화를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비난했기 때문이죠. 제가 ‘엑스맨 1’을 찍을 때도 제작 과정에서 이런저런 비판들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결론 내렸어요. ‘영화에 대한 평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보고 나서의 평이고 또 하나는 보기 전의 평이다. 영화를 보고 난 다음의 평은 받아들인다. 그러나 보기 전의 평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무엇에 대해서 비판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비판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작전명 발키리’를 촬영할 때도 그런 보도를 전혀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일단 영화를 찍느라고 너무 바빴기에 보려고 했어도 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바로 직전에 만드신 ‘수퍼맨 리턴즈’와 ‘작전명 발키리’를 비교해 보면 장르상 차이점이 두드러져 보입니다. 한 편은 수퍼 히어로 영화고 또 한 편은 실화를 소재로 한 역사 영화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외형상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의 주인공은 결정적인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서 싸워나가는 고결한 영웅이라는 점이지요. 사실 이런 캐릭터는 감독님 이전 작품들의 주인공과는 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엑스맨’ 시리즈까지의 작품들에서는 인물과 관련해 감춰진 비밀이 드러나거나 선악의 경계가 좀더 모호했던 데 비해, 최근 두 편은 훨씬 더 선과 악의 경계선이 명확하면서 주인공의 선한 의지가 강조되는 상황이니까요. 이런 차이는 단지 소재의 차이에 기인하는 건가요, 아니면 인간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감독님의 시선이 어느 정도 달라졌기 때문인가요.

“세상을 바라보는 제 시선이 달라졌다기보다는 스토리와 소재에 따라 다루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작전명 발키리’의 경우, 선과 악 사이의 애매모호함 보다는 주인공이 독일군 장교로서 근무하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상부에 반대할 수 밖에 없는 인간적 갈등이나 복잡성에 더 관심을 갖는 영화인 거죠. 제 아버지도 한국전 참전 용사이십니다. 아버지 역시 한국 땅에서 전투에 참여할 당시 개인적으로 느낀 어려움이 많으셨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군인이면서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복잡한 심리에 초점을 두고 싶었던 거죠. ‘수퍼맨 리턴즈’나 ‘작전명 발키리’는 소재 자체가 분명한 대결 구도를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의 경우 히틀러가 그 대척점에 자리하고 있으니 더욱 명확히 대비되는 것이고요. 이 두 영화의 그런 특징과 관계 없이 저는 여전히 인간의 미묘한 속성이나 선악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수퍼맨 리턴즈’에서 수퍼맨은 “사람들은 영웅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말하지만 내겐 영웅을 갈구하는 소리들이 너무나 많이 들린다”고 말합니다. 감독님은 최근 들어 영웅담을 계속 만들고 계신데, 현실에서도 영웅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무엇보다 사람들은 사람들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나 우러러보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들을 원하지요.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 현실적으로 역할 모델로 삼거나 영감을 줄 수 있는 누군가를 원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뭔지 잘 알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고 할까요. 저는 영화를 통해서 그런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 대사가 바로 그런 의미를 담고 있겠지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말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돈이나 사랑이 필요 없다고 호기롭게 말하는 사람도 실제로는 그런 것들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가슴 속에서는 비밀리에 갈구하는 게 있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표출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감독님 어린 시절의 영웅, 혹은 역할 모델은 누구셨습니까. 그리고 지금도 그런 분이 계신가요.

“제 개인적인 삶에서는 부모님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 일에 대해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역할 모델로 생각합니다.”

-함께 작업해보니 배우로서 탐 크루즈씨는 어땠습니까.

“매우 뛰어난 배우였습니다. 처음부터 제게 믿음을 주었고 저와의 호흡도 잘 맞았습니다. 어떠한 것이라도 기꺼이 해보려 하는 자세가 되어 있는 열린 배우죠. 그와 함께 이 영화를 만들면서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다 보니, 흡사 대학 영화과 학생으로 처음 동료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 때의 흥분이 다시 느껴지는 듯 하더군요. 그럴 땐 탐 크루즈가 대단한 스타라는 사실을 잠시 잊곤 하는데, 이후 영화를 찍을 때 연기하는 모습을 다시 보게 되면 ‘아, 저래서 저 사람이 그렇게 큰 배우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되더라고요. 그는 영화를 정말로 사랑합니다.”

-탐 크루즈의 최고 연기는 어느 영화에 들어 있다고 보십니까. ‘작전명 발키리’는 제외하고요.(웃음)

“ ‘제리 맥과이어’가 아닐까요? 그의 출연작은 거의 다 봤는데, ‘제리 맥과이어’에서 연기가 정말 좋았죠. 초기작 중에서 ‘위험한 청춘’(Risky Business)도 무척 좋았습니다.”

-최근 들어서 할리우드는 대단히 뛰어난 영화들을 많이 내놓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의 할리우드와 비교해 보면, 작품의 수준이 월등히 높아졌다고 할까요. 이런 일들이 어떻게 가능해졌다고 보십니까.

“역설적으로 말하면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점점 더 끔찍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관객들이 그러한 할리우드의 주류 영화에 진력을 내고 다른 영화들을 찾아가니까, 그에 따라 다양한 좋은 영화들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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