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예쁘고 톡톡 튀고 마음도 따뜻한, 내 제자. 그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바로 '악동뮤지션'이다. 종종 카카오 스토리에
악동뮤지션의 근황을 올리는 덕에, 관심이 없어도 저절로 알게 되었다. KPOP스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한, 남매, 상당히 신선하고
독특한 음악을 하는 아이들. 그것이 악동뮤지션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힐링캠프에 나온 악동뮤지션을 보았다. 몽골에서 홈스쿨링을 하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야호, 신난다! 했지만 학교보다 더 빡빡하고
엄격한 생활에 다시 학교가 가고 싶었단다. 부모님께 학교에 보내달라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학교 보낼 돈이 부족하다는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었단다. 그 이후로는 홈스쿨링이 정말 좋은 척, 신나는 척 했다는 이 속깊은 아이들에게 감동을 받았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이렇게 예쁜
아이들로 키울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악동뮤지션의 부모님들이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읽어 보았다. 상상 속에 존재하는 그들은, 자유롭고 밝고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부모님들이었다. 아이에게 친구 같으면서도 어른의 위엄을 갖추었으며 화를 내지 않고 아이를 대하는, 그런 상상을 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몽골에서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키워낼 수 있겠는가 싶었다.
"찬혁아, 할 말 있으면 해. 아빠가 다 들어줄 테니까."
내가 이렇게 말을 해도 찬혁이는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는다. 바로 내 어렸을 때의 모습이다.
내가 너무 바보 같다고 생각했던 나의 모습. 어렸을 때 내성적인 성격 탓에 하고 싶은 말이 목까지 차도 하지 못했다. 결국 찬혁이에게 소리를
지르며 말을 하라고 다그친 것은 내 어릴 적 상처에 대한 반응이었다.
내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아이에게 많은 자유를 허락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나처럼(?) 똑같이 화내는, 때로는 아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그런 부모였다. 두 분 다 다소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나처럼 어릴 적 상처를 가진 사람이었다.
아들은 나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내 생각을 아들에게 강요한
꼴이 되었다. 어떤 대화를 나누든 내 속에 있는 그런 마음이 불쑥불쑥 솟아나왔다. 그러니 대화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게다가 내가 미리 답을
정해놓고 그것에 가까운 답을 해주기를 바랐다.
게다가 나랑 하는 짓(?)도 같았다. 미리 답을 정해놓고 그것에 가까운 답을 해주기를 바랐다, 는 정말 나와 같은 행동이다. 뭔가 하나라도
배우려고 읽었는데, 온통 실수한 이야기들 뿐이니 놀라우면서도 다소 실망하기도 했다. 특히 홈스쿨링이 그러했다. 나같아도 저렇게는 안하겠다 싶은
일들이 많았다. 조급한 마음이 들어 어마어마한 강도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하며,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감시하며 긴장하던 그런 모습 말이다.
책의 초반부는 그동안 상상했던 몽골에서의 홈스쿨링에 대한 환상을 깨부수었다. 부모로서 엄청나게 실수하고 잘못한 일들을 가득 적었다.
그런데 그런 글들을 읽으면서 실망은 들면서도 안도와 위로가 되었다. 우리가 위인을 생각할 때, 그 분들은 모든 삶의 순간에 항상 위대하고
올바를 것이라 여긴다. 그렇지만 그 분들도 인간이기에 실수를 하고 때로는 잘못된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마치 그런 것이다. 위인들의 실수를 통해
그들도 나와 같은 인간임을 깨닫고 나도 그들처럼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악동뮤지션의 부모의 실수도 그러했다. 저렇게 잘난 아이들을 가진 부모는 뭐가 달라도 한참 다를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들도
우리처럼 실수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다만 다른 것은, 실수를 통해 성장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어떤 것에 대해서 내가 책임질 수 있는 것, 책임져야만 하는 것,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
책임ㅈㄹ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거나 책임질 수 없는 길에 대하여 과도하게 집착하면 오히려 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과도한 책임가은 나의 어깨를 무겁게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역할을 빼아거나 약화시킴으로써 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한다.
부부싸움을 할 때 나는 내 안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모두 쏟아내는 편이고 아내는 반대로 참는
편이다. 한 사람이 쏟아내기 때문에 다른 한 사람은 참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나는 덜 쏟아내고, 아내는 말을 더 한다. 이것은 우리가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변화이다.
이렇게 하나둘 깨닫고 고쳐가는 과정에서 부모와 자식이 서로 성장의 촉진제가 되는 모습을 보니, 우리 가족에게도 접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악동뮤지션이 자신의 재능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상깊었다. 평소 가족끼리 음악을 많이 접한 것은 아니었을까, 막연히 생각했는데
찬혁이(악뮤 중 오빠)는 친한 형의 작곡을 들으며 노래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부모가 이끌어 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찾아낸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공부를 하든, 축구를 하든, 친구를 만나든 자신이 예상하는 범위 안에서 움직여주길
바란다. 그래서 그 예상 범위를 벗어나는 행동을 하려고 하면 "딴짓하지 말고 공부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의 재능은 아이 자신도 부모도
예기치 못한 전혀 엉뚱한 기회에 엉뚱한 곳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찬혁이의 경우를 놓고 보면 그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 일을 겪으면서자녀에 대해서 가장 모르는 게 부모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도전할 기회를 많이 주라고 하는
모양이다. 이것저것 도전하다보면 아이 내부에 있는 그물코 같은 재능을 건드릴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아이가 어제와 다른 모습을 보일 때, 부모가 예상하지 못하는 행동을 할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잘
잡아낸다면 아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다음은 부모가 나서서 아이를 이끌려 하지 말고, 아이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재능을 찾을 기회를 많이 주되, 부모가 정한 답에 맞추지 말 것. 참으로 중요한 말이다. 원래 누가 강제로 시키면 뭐든 싫어지기 마련이다.
악동뮤지션도 그러했을 것이다. 자신의 재능을 가족이 축하하고 관심을 갖고 격려해주었기 때문에 재능을 빛낼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것들, 예를 들어 이번 주말에 친구 집에 갈지 말지, 용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등을 1주일 전에만
알려주면 대부분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우리가 강조한 것은 스스로의 삶의 계획하며 살라는 것이지 그 하나하나의 계획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무엇인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때는 우리 가족이 가진 가치관을 기준으로 삼았다. 우리는 부모익
이전에 약점 많고 나약한 인간이다. 만약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진다면 모든 것은 뒤죽박죽이 될 것이다.
아이가 커가면서 마냥 즐겁고 함께 노는 것만으로는 부모의 역할에 부족하다고 느낀다. 즐겁고 함께 하는 것은 평생할 일이다. 그러나 아이의
단계마다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사춘기의 악동뮤지션을 기르면서 아이들의 자율성과 계획성, 그리고 건전한 가치관을 길러주는 일이 그러했다.
가족의 가치관을 정하는 일.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우리 가족이 해결해야할 숙제가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행복. 악동뮤지션의 아버지가 한 말로 우리 시대 가족들이 반드시 알았으면 하는 '행복'을 적어본다. 노래처럼 지금
이순간, 우리 가족의 행복에 집중한다면, 모든 가정이 행복해 질 것이다. 대한민국 모든 가정에 악동뮤지션처럼 예쁜 아이들이 자라날 것이다.
"우리 부부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며 돈을 벌고, 미래를 대비하느라 지금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소홀히 한다면 얼마나 후회스러운 일이 될까? 혹시라도 그전에 우리가 또는 아이드 중에 누군가가 갑작 세상을 떠나는 일이라도 생기면,
그동안 울가 노력하며 준비해왔던 '행복한 미래'는 과연 그때도 쓸모가 있을까?"